심장이 낚시줄처럼

by 브라이트

내 취미는 루어 수집과 웜 수집이다.

실리콘 웜 특유의 말랑한 질감이 좋다.

그 부드러움이 물속에서 물고기를 건드린다.


"2층에서 꼼짝도 안 하고 뭐 해?"

아래층에서 엄마 목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대답했다.

"어, 그냥 루어 구경해!"


하지만 사실 그때 내가 하는 일은 루어를 분류하거나,

긁힌 곳이 없는지 하나하나 살펴보는 것이다.

"음, 여기 이빨 자국이 났네.

지난번 볼락 녀석, 아주 제대로 씹어놓았구먼."


루어를 보고 있으면
아빠랑 다녔던 낚시들이 떠오른다.


그날은 분명 배스 낚시를 하러 간 거였다.

그런데 물가에 도착하자마자 눈이 뒤집혔다.

"아빠, 저거 봐요! 가물치예요!

방금 뛴 거 봤어요? 와, 진짜 크다."

배스 채비로는 어림도 없었다.

나는 아빠를 졸라 그 길로 집으로 다시 돌아가 프로그를 챙겨 왔다.


하지만 내가 봐 둔 가물치 포인트는 이미 다른 사람들 차지였다.

태국이나 베트남 분들 같았는데, 낚시 실력이 기가 막혔다.


"와... 루어가 아니네?

진짜 개구리를 쓰잖아?"

한 명은 나무 위에 올라가 정찰을 하고, 다른 한 명은 캐스팅을 했다.

환상의 콤비였다.

슬쩍 그들의 살림망을 훔쳐봤다.

"헉... 50cm는 되겠는데? 이게 다 몇 마리야?"

여덟, 아홉 마리는 족히 되어 보였다.

솔직히 배가 아팠다.

아니, 너무 부러워서 미칠 지경이었다.

안 부러우면 낚시인도 아니다.


그때 나에게도 기적처럼 입질이 왔다.

하지만 챔질을 하기도 전에 녀석은 뱉고 도망가 버렸다.

내 프로그가 너무 컸던 탓이다.

"으아악! 조금만 작은 거 쓸걸!"

지금 생각해도, 그 한 번이 자꾸 아쉽다.


아빠랑 용문에서 했던 플라이낚시도 떠오른다.

플라이낚시는 아주 가벼운 루어로 하는 낚시다.

털이 달린 작은 바늘인데, 강물 위에 떠 있으면 꼭 벌레 같다.

어떤 건 나비 같고, 어떤 건 파리 같다.
그 가벼운 벌레를 날리기 위해 오히려 무거운 줄이 필요하다.
줄의 무게로 루어를 던지는 낚시다.


나는 바지장화를 입고 무릎까지 강물에 들어가 서 있었다.

차가운 물이 다리를 감싸고, 물살이 종아리를 슬쩍슬쩍 밀었다.

“넘어지지 않게 조심해.”

휘이익, 슈욱. 낚싯대를 앞뒤로 휘두르자 굵은 줄이 허공에 큰 원을 그렸다.

"지금이야, 힘 빼고 툭."

아빠의 코칭에 맞춰 줄을 놓았다.

사르르—. 털바늘이 나비가 앉듯 수면 위에 가볍게 내려앉았다.

작은 물방울이 동그랗게 퍼졌다.


돌리고, 던지고, 기다리기를 반복했지만 지루하거나 힘들지 않았다.

점점 나만의 박자를 찾아가고 있었다.


"오늘은 영 소식이 없네." 아빠가 먼저 말을 꺼냈다.

그날 우리는 빈손으로 돌아왔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낚시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최근에는 배스를 잡고 싶어서 와퍼플로퍼를 샀다.
빅배스를 잡고 싶어서 스윔베이트도 샀다.


아직 한 번도 못 잡았다.
그래도 괜찮다.
상자 속에 루어를 하나씩 정리하다 보면,

심장이 낚싯줄처럼 조용히 팽팽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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