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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여행자 Jul 26. 2022

벼락거지만은 피하고 싶었어

고독하고 친절한 소설 쓰기 가이드(#2. 기획의도)

소설기획안의 구성요소를 하나씩 뜯어보며 소설 쓰는 과정을 실시간 공유합니다
오늘은 [기획의도]입니다.


제가 쓰고 있는 소설 <내일은 오를 거야, 제발>은 벼락거지만은 피하고 싶었던 다섯 명의 아재들이 2020년 코로나 팬데믹 초기부터 2022년 대선까지 겪는 주식 이야기입니다. 상한가의 희열, 테마주의 번민, 손절의 무기력, 존버의 희망과 절망, 그리고 기쁨과 슬픔을 가까이에서 관찰하고 유쾌하고도 눈물겹게 기록한 하이퍼 리얼리즘 ‘재테크 생존기’니다.  


세상의 수많은 이야기 중 왜 하필 ‘주식’을 소재로 삼았을까요. 그건 대한민국의 모든 국민이 ‘지금’ 주식을 하고 있거나 ‘예전’에 했거나 ‘곧’ 할 운명들이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주식인구는 코로나 직후인 2020년 1384만 명으로 사상 최대치를 찍었고, 개미들은 하루에 5조 원어치의 순매수를 하며 동학개미운동을 이끌기도 했습니다. 아마 당신도 그중 한 분이시겠죠?    

2020년 1월, 개미가 세력을 압도하며 9.8조 원을 매수했다.

2020년 3월 16일, 코스피와 코스닥이 수직낙하했습니다. 대폭락장 속에서 주식투자를 하지 않으면 ‘벼락거지’가 될까봐 모두가 뛰어들었습니다. 이후로 대한민국의 거의 모든 직장인들은 그날의 상한가를 저마다 예측하고, 점심을 먹고 산책할 때, 심지어 화장실에 똥을 쌀 때도 주식을 합니다. 오늘의 주식계좌가 곧 그날의 기분이고, 그달의 인생 성적표인 셈입니다. 오르면 행복하고 떨어지면 슬픈 운명이죠.    


대한민국 주식 시장의 현실은 그 어떤 소설보다 훨씬 더 소설같습니다. 대폭락으로 기회의 문이 열렸고, 누군가는 그 문을 열었으며, 누군가는 밖에서 발을 동동 굴렀습니다. 주식 안에는 인생의 희노애락은 물론, 쓰린 박탈감과 시름, 깊은 고민, 매운 좌절과 절망, 그 흥미진진한 사연들이 몽땅 다 담겨 있습니다.     

‘씻김굿’은 억울한 영혼을 달래는 망자(亡者)의식이다.

이 소설은 주식투자자들과 함께 울고 웃는 일종의 ‘씻김굿’입니다. 주식에 뛰어들어 손절 앞에 고뇌하는 2040개미들, 그리고 직장에서 고군분투하며 근로소득과 자본소득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줄타기하는 모든 월급쟁이들이 뜨겁게 공감할 매력적인 흑역사입니다.    


참고로, 원주민이 아니라면 알 수 없는 한남동의 옛 이야기가 소설 구석구석에 숨어 있으니, 주인공들을 따라가며 요즘 뜨는 동네 한남동의 뒷골목과 옛 모습을 발견하는 소소한 즐거움도 느껴보시면 좋겠습니다. 소설 <내일은 오를 거야, 제발>은 브런치에서 기획의도 공개와 함께 동시연재되고 있습니다.

 https://brunch.co.kr/magazine/plzgrowu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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