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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여행자 Jun 28. 2024

사장님의 글을 쓰는 남자

스피치라이터의 사생활

저는 대행사에서 사보 취재 및 언론홍보 AE로 시작해 포스코퓨처엠에서 기업문화와 언혼홍보, 삼양그룹에서 창립90주년 사사와 회장 자서전, 언론홍보, 그리고 지금은 한국전력에서 사장님 말씀을 쓰는 스피치라이터 근무하고 있습니다.


1. 직장인 글쓰기의 뮤즈는 월급이다. 우리는 모두 월급이 꼬박꼬박 제때 나오는 한, 사장이 원하는 글이 무엇이든, 혹여라도 주말을 몽땅 잡아먹을 정도로 촉박하더라도, 어떻게든 꼬박꼬박 적정 수준 이상으로 빨리 잘 써야한다. 그게 프로의 월급값이다.


2. 회사에서 사장님의 신년사를 처음 맡아 썼을 때. 난 자신있었다. 딱 보니 잘 썼다. 이만하면 됐다. 그런데 박박 그어져 내려왔다. 화가 났다. 더 이상 어떻게 쓰라고, 이런 말이 혀끝까지 쏟아졌다. 부글부글 끓지만 참고 고쳤다. 또 고쳤다. 새로 고친 것이 처음으로 돌아가 있는 것도 여러 번이었다. 결국 "처음 쓴 것이 가장 좋았더라"는 결론을 내기 위해 수십번 삽질한 거다. 그 삽질의 기억들은 나만의 실력으로 내 안에 고스란히 남아있다.


3. 초년병 시절 나는 보도자료를 쓰며 사장님의 말씀자료도 담당했다. 나름대로 최선을 다한다고 사장님의 말실수나 사투리를 교정하려 애썼다. 그런데 그게 완전히 틀린 거였다. 나도 모르게, 내 글솜씨를 사장에게 뽐내고 있었다. 사장님의 글을 내가 지적하고 교정한 꼴이 됐다. 아니나 다를까 비서실에서 전화가 왔다. 그럴 거면 니가 사장하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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