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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여행자 Jun 13. 2018

‘직장인 글쓰기’로 글쓰기

<週刊 태이리> 제8호

‘훌쩍 떠날까’ ‘오늘 한 잔?’ ‘젠장, 야근이네’ 직장인에게는 글을 쓰지 못하는 이유가 백만 가지쯤 됩니다. 글 쓰는 게 일인 스피치라이터라고 해도 별 수 없죠. 힘들고 귀찮습니다. 잘 알아주지도 않는데 문장을 혼자 주물러대는 멍한 작업입니다. 그래도 어제 새벽부터 휴일 아침까지 컴퓨터 앞에 앉은 건, 저를 기다릴지도 모르는, 좋은 독자를 상상하기 때문입니다. 아마 당신께선 180초 남짓 읽는 게 전겠지만, 저에겐 그게 참 고맙고 감사합니다. 마음을 열고 사귀는 친구처럼 든든하고 기뻐요. 오늘은 지금 우리를 이렇게 연결해주는 ‘글’ 그것을 쓰려고 합니다.    

 

#1. 꾸준함, 몸집, 오리지낼리티

무라카미 하루키의 <달리기를 말할 때 하고 싶은 이야기>를 혹시 읽어 보셨어요? 그는 새벽 5시에 일어나 오전까지 약 4,000자 정도의 글을 쓰고, 오후에는 수영과 달리기를 한다고 합니다. 가끔 이런 게 아니고, 매일이 이렇답니다. 직장인의 삶이 그와 같을 수는 없겠죠. 그래도 퇴근 후 술 약속을 줄이고 온전히 글만 쓰는 휴가를 가끔 내면, 매주 3,000자 정도는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시간 없어!’라는 말은 사실 ‘시간 내고 싶지 않아!’라는 소리라는 걸, 우리는 서로서로 이미 잘 알고 있습니다.   

▲ 하루키, 달리면서도 이야기를 생각한다.

그런데 어쩌면, 하루키가 말한 ‘몸집’이란 걸 우리가질  있지 않을까요. 하루키는 또 다른 에세이집 <직업으로서의 소설가>에서 ‘그 사람의 작품을 판단해 볼 만한 볼륨(Volume)’을 ‘몸집’이라고 표현했습니다. 그는 “일단 어느 정도의 ‘몸집’을 만들어야, 거기서 ‘오리지낼리티’가 생겨난다”고 강조합니다. ‘신선하고, 에너지 넘치고, 틀림없이 그 사람 자신인 어떤 것’ 그걸 오리지낼리티라고 부릅니다. 어렵게 듣지 마세요. “양(量,Quantity)은 언젠가 질(質,Quality)로 바뀐다”는 뜻으로 간단히 이해하면 크게 틀리지 않습니다.    

▲ 내 색깔을 찾는 게 곧 ‘오리지낼리티’다

글쓰기의 몸집을 만들려면 ‘꾸준함’이 필요합니다. 소중한 것들은 시간이 쌓여야 완성되거든요. 오랫동안 글을 쓰면, 그 이야기들이 언젠가부터 이자처럼 계속 불어나는 걸 보실 수 있을 겁니다. 내 글을 써보시라는 건, 문학청년이 되자는 게 아닙니다. 하루키가 잘난 척 말하는, 그 ‘오리지낼리티’라는 걸 우리도 한 번 가져보자는 겁니다. 시킨 일만 하다가, 월급 꾸역꾸역 받다가, 어느날 문득 아무 흔적도 없이, 무대에서 내려가는 건, 생각만 해도 너무 억울하고 슬픈 일이니까요. 글자의 바다 위를 계속 저어가다 보면, 분명 지금과는 다른 뭔가 나옵니다.

   

#2. 글쓰기는 [                  ]

‘글쓰기’가 뭔데 요새 이렇게 난리들일까요. <태백산맥>을 쓴 조정래 작가는 “글쓰기는 황홀한 감옥”이라고 적었습니다. <오감도>의 시인 이상(李箱)에게 물으면 아마 “글쓰기는 건축이다”고 말할 겁니다. <칼의 노래>를 쓴 김훈은 “글쓰기는 밥벌이다”라고 투박하게 내뱉었습니다. 미국의 작가 폴 오스터는 돈이 궁한 젊은 글쟁이 시절의 이야기를 <빵굽는 타자기>라는 제목의 자서전 소설로 썼는데, “글쓰기는 실존이다”라고 제법 어렵게 대답할지도 모르겠습니다. 무엇에 빗대어도 모든 게 다 정답입니다. 글쓰기는 결국, 내 이야기(My Story)입니다. 하루키 식으로 말하면, 오리지낼리티를 만들어가는 과정이죠.     

▲ <빵굽는 타자기>라는 제목부터 인상 깊다.

저는 글쓰기가 ‘자전거 여행’과 닮았다고 생각합니다. 자전거는 페달을 밟은 딱 그만큼만 달려갑니다. 절대 저절로 굴러가지 않습니다. 조금도 예외가 없습니다. 쓰고, 생각하고, 타이핑하고, 지우고, 다시 써야, 겨우 한 발자국 움직입니다. 내리막이 나온다고 좋아하실 필요가 없습니다. 오르막을 올라야 만날 수 있습니다. 저는 페달을 밟듯, 한 글자씩 꾹꾹 눌러 쓰고 박박 지우는 편입니다. 아마 연필과 지우개가 있던 시절이라면 찢겨진 종이로 휴지통이 수북했을 것 같습니다. 지금 이 글을 몇 번이나 고치고 다시 쓴 건지, 이젠 셀 수도 없고, 처음에 어떻게 시작했는지 기억도 잘 안 납니다.        

▲ 보조바퀴 달고 내 방식대로 아장아장 출발하면 된다.

글쓰기는 그냥 여행이 아니라, ‘자전거 여행’입니다. 이게 뭐냐면, 출발부터 도착까지의 과정이 다 여행이라는 뜻입니다. 제가 2005년 유럽 자전거 여행을 해봤는데, 이건 기차나 자동차와는 전혀 다릅니다. 목적지까지 얼마나 빠르게 가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그 과정이 전부 여행입니다. 조금 헤매도 괜찮고, 힘들고 지쳐도 즐겁습니다. 자기 방식대로 동네 한 바퀴만 잘 돌아도 그게 다 여행입니다. 글쓰기가 그렇습니다. 실패도 좌절도 모든 게 다 쓸 거리입니다. 이젠 기업을 일구거나 나라를 세우지 않아도, 누구나 글을 쓰고 얼마든지 발표하는 시대가 눈앞에 이미 와 있습니다.


#3. 매거진 창간, 두 손 들고 환영

전업 작가와 직장인 작가는 상황이 좀 다릅니다. 회사는 자기 글을 쓰는 직원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거든요. 물론 대놓고 말하지는 않습니다. ‘대단하네, 나도 한 번 시작해 봐야지’라고 말하며 오히려 추켜세우는 경우도 많습니다. 속으로는 ‘야! 그럴 시간에 일이나 똑바로 해!’라고 비웃거나 ‘너가 얼마나 하나 두고 보자!’라며 경계할지도 모릅니다. ‘회사형 인간’은 새로운 인류의 출현이 두렵습니다. ‘왜 저 사람은 나랑 다르게 살려는 걸까?’ “너 이러다 짤린다” 하면 잔뜩 겁을 먹어야 하는데, ‘아, 새로운 기회구나!’ 이렇게 반기면 곤란하거든요. 대부분의 회사는 월급과 승진으로 직원을 통제하고 싶합니다. 회사보다 커지는 걸 싫어하죠.    

▲ 난 퇴근하면 작가다, 라는 생각으로 쓴다.

저는 독립운동 하듯, 썼습니다. 노트북을 갖고 다니며 남몰래 야근하고, 지하철에서 핸드폰으로 메모하고, 주말엔 커피 맛도 모르면서 스타벅스로 출근했습니다. 혼자 시작하기 힘들다면, 함께 쓰면 됩니다. 응원해줄 지지자를 찾고, 고민을 나눠 보세요. 그룹을 만들면, 자기도 모르게 탄력이 생기고 관성이 붙습니다. 잘 아시겠지만, 변화관리의 초기 원칙 중 하나가 ‘리더의 선(善)한 강제력’입니다. 바꾸지 않을 수 없는 환경을 억지로라도 만들라는 거죠. 로켓이 저항을 뚫고 대기권을 넘어서듯, 무조건 밀고 가는 것도 방법입니다. 일단 궤도에 오르면 스스로 움직일 수 있습니다.      

▲ 로켓 발사처럼 초반에 온 힘을 다내야 써진다.

<週刊태이리>도 그 방법 중의 하나입니다. 중간에 멈추려고 해도 쉽게 그럴 수 없도록 하려는 거죠. 처음엔 주변에서 ‘그거 힘들기만 한데, 왜 하냐?’ 하는 반응이었는데, 이제는 저의 멘토와 은사님께서도 응원해주시고 계십니다. 조금은 장난처럼 시작했지만, 지금은 새벽잠을 설치는 제법 중요한 일이 되었고요. 다행스럽게도 저의 글쓰기 실험은 아직 잘 진행되고 있습니다. ‘한남동’과 ‘글쓰기’라는 두 가지 주제로 글을 쓰기가 쉽지 않지만, 어느 정도 ‘몸집’이 생기면 책으로 낼 수 있겠단 기대도 해봅니다. 독자님들 모두 감사하며, 앞으로 <週刊윤정이>,<月刊영태>,<日刊민호기>라고 여러분들의 이름을 단 새로운 매거진이 계속 나오면 좋겠습니다. 고마워요.   

     

▮ 덧붙이는 말 ▮    

1. 유료독자 분들의 매거진 창간 컨설팅은 언제나 무료입니다. 자신만의 이야기를 생각해보세요. 내 이름으로 살자고요.

  

2. 글을 쓰면서 제가 배우는 게 참 많습니다. 자료를 찾고, 기억을 떠올리고, 책을 읽고. 힘들지만 즐겁습니다. 여행처럼. 자전거를 탄 것처럼. 그렇게 쓰세요.   


3. 아직 구독료 입금하지 않으신 분들이 계셔서 조심스럽게 말씀드립니다. 다음호부터 6월호 구독료 미납자에게는 알람, 대필서비스, 강연, 사은품, 호프데이와 같은 유료 혜택이 중단됩니다. 응원 부탁드립니다. (월 9,900원 / 카카오뱅크 3333-0527-66818)    

 

4. 다음주부터 <직장인의 내책 쓰기> 사내 강연을 합니다. 강연 자료는 유료 독자 분들께 카톡으로 보내드리겠습니다.    


5. 오늘(6.13)은 지방선거의 날입니다. 공약 잘 살펴보시고, 다들 가장 좋은 선택하시리라 생각합니다. 좋아요, 댓글, 공유도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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