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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 여행자 Jul 29. 2019

글쓰는 직장인, 샐러라이터

회사에서 글을 씁니다

사람들은 ‘월급쟁이(Salary Man)’와 ‘작가(Writer)’라는 두 직업을 서로 다른 세상에 속한 것으로 생각해 왔습니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별개의 단어죠. 그런데 ‘월급 받는 작가’라는 의미의 ‘샐러라이터’라는 말이 불쑥 생겨났습니다. 회사에서 일하고 퇴근해서 자신만의 책을 쓰는 이상한(?) 사람들이 막 몰려오기 시작한 겁니다. 셔츠를 벗 슈퍼맨처럼.


#1. 조금씩 깨지는,

샐러라이터가 그저 말뿐인 허상은 아닌 것 같습니다. 시대가 바뀌었죠. 버스기사, 청소부, 소방관, 편의점 점주, 카페 사장, 대리운전 기사, 시간강사, 선생님, 공무원, 마케터, 이런 분들이 출판시장에 새롭게 등장했습니다. 게다가 성적도 아주 좋아서, 질투가 날 지경입니다. 그야말로 ‘샐러라이터 전성시대’가 펼쳐진 겁니다.

▲ 평범한 직장인들의 책이 큰 인기를 끌고 있다.

생각해보면, 예전에는 책을 내는 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습니다. 시, 소설, 수필, 희곡 같은 순수 문학 분야에서 책을 내려면 ‘신춘문예’라는 걸 통과해서 ‘등단’을 해야 했습니다. 국문과나 문예창작학과 출신들이 많이 도전했고 경쟁률이 워낙 높아 ‘문학고시’라고 부를 정도였습니다. 비문학분야도 마찬가지죠. 고위공무원, 대기업 임원, 교수, 연예인, 변호사나 의사, 뭐 이런 직업이 아니면 책을 내는 건 거의 불가능했습니다.

▲ 내책쓰기의 벽은 예전이 지금보다 높았다.

오랫동안 견고했던 출판계의 상식을 깬 건 ‘샐러라이터들’입니다. 전문성, 필력, 명성, 이런 것보다 사람들의 생각이나 트렌드를 잘 읽고 표현할 수 있는 ‘공감과 기획력’이 요즘은 더 중요해졌거든요. 물론, 전문성과 필력, 명성이 있으면 더욱 좋습니다. ‘기본’ 수준 이상의 글쓰기는 말 그대로 ‘기본(基本)’이고요.    


#2. 생활 속에서 길어 올린 이야기

샐러라이터, 그들의 글에는 뭔가 특징이 있습니다. <생활의 달인> 혹은 <다큐멘터리 인간극장>을 보는 것 같습니다. 멀리 저 높은 곳이 아니라, 우리 주변 구석구석에서 이야기를 길어 올렸습니다. 그래서 싱싱하고 친근하죠. 사람들은 언젠가부터 이런 평범한 일상에 주목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만의 도도한 A급보다는, 어딘가 친근하고 익숙하면서도, 그 안 어딘가에 인사이트가 담겨 있는 그런 것을 찾기 시작한 거죠.     

▲ 내책쓰기는 내 삶의 정수를 진솔하게 보여주는 일이다.  

샐러라이터의 가장 큰 장점은, 책쓰기가 생업(生業)이 아니라는 겁니다. 업무 시간에는 글쓰기 말고도 다른 일을 합니다. 그래서 언제든지 책쓰기를 시작할 수 있고, 필요할 때 쉴 수 있고, 힘들면 그냥 멈출 수도 있습니다. 돈을 안 벌어도 됩니다. 그럴 거면 왜 하냐고요? 책을 쓰는 과정 속에서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됩니다. 세상과 소통하고, 나를 기록할 수 있습니다. 책은 부모자식도 대신할 수 없는 또 다른 나의 분신(分身)입니다. 이런데 책쓰기가 쓸모 없는 일이라니요.

▲ 밥벌이가 아니기 때문에 오히려 더 잘할 수도 있다.

샐러라이터의 책을 읽은 반응은 대체로 두 가지입니다. ‘이거 정말 내 이야기네!’거나 ‘뭐 이딴 걸 다 책으로 쓰냐?’입니다. 흠, 반대로 생각해보세요. “이 평범한 일상을 책으로 쓰려면 얼마나 많은 자료들을 관찰하고 얼마나 오랫동안 기록을 했을까”라고. 바로 그 끈질긴 관찰과 치열한 기록, 저는 그분들의 그런 노력을 존경합니다. 바로 거기에서 전업작가들 찾을 수 없는, 특별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내 책을 쓰고 싶은 평범한 직장인들은 바로 그 지점에 집중하셔야 합니다.     


#3. 영 아닌 소재는 없소

그래도 막상 쓰려고 하면 걱정이 들 겁니다. 너무 뻔해서, 너무 유치해서, 세상에 누가 이런 걸 궁금해할지 막연합니다. 며칠 고민하지만 아무런 이야기 결국 찾지 못합니다. 업무는 다시 밀려오고 회식은 또 잡힙니다. 그렇게 마음만 가득한 채 그 자리에 계속 서 있습니다. 사무실에서 한 발자국도 나아가지 못합니다.  

▲ 우리도 누구나 글을 쓰고 책을 낼 수 있다.

이런 고민은 우리만 하는 게 아닙니다.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도 비슷한 장면이 나옵니다. 주인공 길 펜더는 작가 지망생인데, 파리 시내를 걷다가 우연히 시간을 거슬러 과거로 옵니다. 거기서 피카소를 만나고, 헤밍웨이와 대화하고, 피츠제럴드와 술 한 잔을 합니다. 용기를 낸 남자는 자기가 쓰고 있던 원고를 그들에게 보여줍니다. 그러곤 묻죠. “너무 유치하죠?” 헤밍웨이가 이렇게 대답하더라고요. “영 아닌 소재는 없소. 내용만 진실되다면!”    

▲ 이 멋진 말에 각주를 소박하게 달아봤다.

스피치라이터의 롤모델인 강원국 선생님께서 책에서 이런 말씀을 하셨더라고요. “글쓰기를 배운다는 건, 잘 살고 싶다는 것이다.” 무릎을 탁 쳤습니다. ‘내가 먼저 이걸 말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라는 질투심마저 들었습니다. 맞습니다. 나다운 모습으로 더 잘 살고 싶다면, 내 책을 쓰셔야 합니다. 회사에서 열심히 일하면 승진도 하고 급여가 오를 수도 있겠지만, 그게 나다운 건 아닙니다. 글 쓰는 시간이 많아지면, ‘나 자신’으로 사는 삶이 길어지는 겁니다. 퇴근 후, 여러분들도 노트북을 켜 보세요.이번 여름휴가부터 시작해보세요.


덧붙이는 말  


이 내용은 책 <회사에서 글을 씁니다>로 출간되었습니다. 더 많은 내용은 책에서 확인해보실 수 있습니다.

http://www.yes24.com/Product/Goods/89148567?scode=033&ReviewY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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