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 생일

내 돌 사진은?

by 두 번째 봄

내 사진이 모여있는 앨범의 시작은 내가 태어난 지 백일부터이다. 큰 수박과 떡, 그리고 몇 가지 음식들을 앞에 두고, 더운 여름이라 시원하게 옷을 입은 백일의 나는 환하게 웃은 엄마와 한 장, 미소 지은 아빠와 한 장, 할머니와 한 장, 그리고 얼굴을 맞대고 막내 고모와 한 장의 사진을 찍었다. 좌우 위아래로 각각 두 장씩 사진이 붙어있어 왼쪽에서 한 번 오른쪽에서 한번 사진을 보고, 또 첫 번째 줄 한 번 두 번째 줄 한 번 사진을 보곤 했다.


두 번째 장은 다홍색 한복을 입은 돌 때의 내가 웃는 엄마와 한 장, 미소 지은 아빠와 한 장, 할머니와 한 장 그리고 환하게 웃는 엄마가 양팔에 언니와 나를 안고 찍은 사진이 붙어있었다. 다음장에는 돌잡이로 펜을 잡은 사진 두 장이 왼쪽에, 그리고 오른쪽에는 아빠의 지인으로 보이는 사람들이 둘러앉아 음식을 먹는 사진 두 장이 붙어있었다. 네 번째 장부터는 어린 시절 언니와 남동생과 찍은 사진들이 붙어있었다. 마흔이 된 지금도 기억이 날 만큼 앨범 보는 것을 좋아했다.


결혼을 하고 몇 해 후 혼자 친정을 방문했을 때 엄마는 요리를 하고, 아빠는 티브이를 보는 사이 거실한쪽 책장에 꽂혀있는 내 앨범을 보려다 말고 언니와 남동생의 앨범을 차례로 보았다. 언니와 남동생의 앨범은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부터 시작이다. 언니의 백일, 돌잔치 사진은 다섯 번째 장부터, 남동생의 백일, 돌잔치 사진은 여섯 장 째부터 붙어 있었다. 돌 사진의 마지막 장에 왼쪽을 가득 차지한 한 장의 사진이 언니와 동생 모두에게 있었다. 사진관에서 찍은 돌 사진이었다. 언니는 예쁜 보라색 원피스를 입고 양손에 금반지를 하나씩 하고 있고, 남동생은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열 손가락에 금반지를 하고 있었다.


내 돌 사진은?

다시 내 앨범을 보지 않아도 그곳에는 언니와 남동생과 같은 사진이 없다는 건 아주 잘 알았다. 뒷모습을 보이며 요리를 하던 엄마와 티브이를 보던 아빠가 고개를 돌려 서로를 마주 보았다. 다시 한번 좌절감을 느꼈다. 앨범에는 없어도 다른 곳에 있겠지 하며 물었지만 엄마와 아빠의 반응은 선명하게 돌 사진을 찍지 않았다는 것을 알려줬다.


그때는 너무 가난해서...

왜 하필 가난은 나의 돌에 맞춰서 왔는지, 결국 나는 사진관에서 돌 사진을 찍지 못했다고 한다. 엄마가 급하게 그래서 내 사진을 더 많이 찍어줬다는 말을 덧붙였다. 삼 남매 중 내 사진이 더 많다는 엄마의 말은 사실이었다. 초등학교 고학년이 되고, 중학교에 들어가면서 언니와 남동생은 사진 찍기를 거부했지만 나는 사진 찍히는 것을 좋아했다. 나들이를 가거나 여름휴가를 갈 때면 언니와 동생은 멀리 도망을 가고 나는 엄마와 아빠가 가리키는 곳에 서서 브이를 그렸다.


이 년 전 친정을 방문했을 때 엄마는 어떻게 보면 신이 난, 또 어떻게 보면 뿌듯한 얼굴을 하고는 줄 게 있다며 식탁의자에 앉아 있으라고 한 후 방에 들어갔다가 몇 개의 보석함을 가지고 나왔다. 엄마는 귀를 뚫지 않았고, 답답하다며 목걸이를 하지도 반지를 끼지도 않았다. 엄마가 주얼리를 한 모습을 본 건 삼 남매의 결혼식 때 한 클립형 진주 귀걸이가 전부였다. 그래서 엄마가 보석함을 열고 짜자잔 할 때까지 그 안에 목걸이가 들어있을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다 내 것이라고 했다. 언니는?이라는 질문에 몇 달 전 언니와 남동생은 이미 자신들의 몫을 가지고 갔다고 했다. 처음 보는 엄마의 목걸이들에는 엄마의 젊은 시절이 담겨 있었다. 하나하나 꺼내어 대보며 엄마의 이야기를 듣다가 구석으로 밀려난 금반지가 보였다. 한눈에 봐도 돌 반지였다. 문득 손가락 가득 금반지를 끼고 찍은 남동생의 돌 사진이 생각났다. 알면서도 누구 거야? 하고 물었다.


네 거

IMF때 분명 남동생의 반지 몇 개를 제외하고 모두 금 모으기 운동에 냈다고 생각했는데 언니의 반지 하나와 내 반지 하나도 남겨두었단다. 나도 돌 반지가 있었어?라는 말에 엄마는 잠시도 쉬지 않고 당연하지 하고 대답했다. 반지를 들어 새끼손가락에 끼워보았다. 첫 번째 마디에서 더 이상 내려가지 못했다. 손바닥을 앞뒤로 뒤집으며 여러 번 반지를 보았다. 반짝반짝 빛이 나는 내 돌 반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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