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장 에너지 정책 내부 기록
2025년 10월 1일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은 두 가지 질문을 동시에 던진다. 무엇이 달라졌는가. 그리고 무엇이 여전히 달라지지 않았는가. 두 질문에 모두 답하지 않으면 이 제도 변화의 의미를 제대로 평가할 수 없다. 이 절은 출범이 만들어낸 진전을 공정하게 평가하면서, 동시에 구조적으로 해소되지 않은 세 가지 한계를 해부한다.
▌ ① 진전 : 32년 만의 에너지·기후 일원화
기후부 출범의 첫 번째 진전은 단순하지만 중요하다. 1993년 동력자원부가 상공부와 통합된 이후 32년간, 에너지 정책과 기후 정책은 서로 다른 부처에서 따로 만들어졌다. 에너지는 산업통상자원부, 기후는 환경부. 이 분리는 구조적 모순을 낳았다. 에너지 수급을 늘리고 싶은 산업부와 온실가스를 줄이고 싶은 환경부가 정책 목표에서 충돌했고, 그 충돌은 매번 '조정 회의'라는 이름의 지연으로 귀결됐다.
기후부 출범으로 에너지 정책과 기후 정책이 하나의 2 차관 지휘 아래 통합됐다. 더 구체적으로, 전력수급기본계획 수립 권한이 산업통상자원부에서 기후에너지환경부로 이관됐다. 이것이 왜 중요한가. 전력수급기본계획은 향후 15년간 어떤 발전원을 얼마나 설치할지를 결정하는 핵심 문서다. 이 계획이 탈탄소 목표(NDC)를 수립하는 부처와 다른 부처에서 만들어졌을 때, 두 계획 사이의 정합성은 우연에 맡겨지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1]
실제로 2021년 발표된 제9차 전력수급기본계획과 같은 해 발표된 2030 NDC는 서로 모순됐다. NDC는 2030년까지 온실가스 40% 감축을 목표로 했지만, 9차 전력수급기본계획은 2030년 석탄 발전 비중이 여전히 22%에 달하는 전원 믹스를 제시했다. 같은 정부, 같은 해, 서로 모순된 두 문서. 이런 일이 반복될 수 없는 구조를 만든 것이 기후부 출범의 첫 번째 의미다.
▌ ② 진전 : 에너지 전환과 기후 대응의 시너지 가능성
두 번째 진전은 잠재적 시너지다.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이 같은 부처의 목표가 되면, 정책 수단의 조합이 달라진다. 재생에너지 확대, 에너지 효율화, 전기화, 수요 관리, 이 모든 수단이 에너지 안보와 탄소중립 목표를 동시에 달성하는 방향으로 설계될 수 있다.
예를 들어, 태양광·풍력 발전소 인허가는 기존에 환경부(환경영향평가)와 산업부(발전사업 허가)가 분리해서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환경부가 허가한 곳을 산업부가 거부하거나, 반대의 경우도 발생했다. 기후부 출범으로 이 두 기능이 동일한 지휘체계 아래 들어오면, 재생에너지 보급의 인허가 병목이 구조적으로 줄어들 수 있다.
이 잠재적 시너지가 실현되려면 한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재생에너지를 단순히 '탄소중립의 수단'이 아니라 '에너지 안보의 수단'으로도 명시적으로 정의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정의 없이는 재생에너지 확대 논리가 기후 프레임 안에만 머물고, 에너지 안보 논의에서는 여전히 제외된다. 기후부 출범은 그 재정의를 가능하게 하는 제도적 틀을 마련했다. 그러나 그 틀 안에 무엇을 담을지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
▌ ③ 한계 : 화석연료 공급안보의 이원화 지속
기후부 출범의 첫 번째 구조적 한계는 화석연료 공급안보 기능이 산업통상부 자원산업국에 그대로 잔류한다는 점이다. 원유·천연가스·석탄의 안정적 수급 관리, 전략비축유 운영, 해외 자원개발 정책이 산업부 소관으로 남아 있다. 이것은 단순한 행정 편의의 문제가 아니다. 에너지 안보의 핵심 기능—화석연료 공급 안정화—이 에너지 정책의 주관 부처 밖에 있는 구조다.
이 이원화가 실질적인 정책 모순을 만드는 장면을 상상해 보자. 기후부는 재생에너지 확대를 통해 천연가스 발전 비중을 줄이려 한다. 그런데 산업부는 가스전 개발을 위한 해외 투자를 지원하고 있다. 두 부처가 서로 다른 방향으로 정책 자원을 투입하는 것이다. 재생에너지가 화석연료를 대체하는 속도와 화석연료 인프라 투자의 규모가 충돌한다. 조정 회의가 필요하지만, 결국 '어느 부처 장관이 이기느냐'의 문제로 귀결된다.
더 근본적인 문제는 에너지 안보의 개념적 분열이다. 기후부가 관할하는 재생에너지는 에너지 안보 논의에서 배제되고, 산업부가 관할하는 화석연료 공급만이 에너지 안보로 취급된다. 이 분열은 법제도에도 반영된다.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 사업법, 천연가스안전관리법 등 화석연료 관련 법률은 에너지 안보를 명시적으로 다루지만,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촉진법은 에너지 안보라는 단어 자체가 없다. [2]
이 구조를 바꾸려면 화석연료 공급안보 기능의 기후부 이관이 필요하다. 이것은 행정적으로 민감한 결정이다. 산업부는 자원산업국을 넘기지 않으려 할 것이다. 그러나 에너지 안보의 통합 관할 없이는 기후부 출범의 의미가 절반에 그친다.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비상대응 총괄 조정 기능'이라도 기후부 장관이 행사할 수 있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하는 것이 현실적인 첫 단계다.
▌ ④ 한계 : 에너지 비상대응 이중 관할의 미검증
두 번째 한계는 에너지 위기 상황에서 드러난다. 2026년 호르무즈 봉쇄처럼 공급이 갑자기 끊기는 위기가 닥쳤을 때, 현재 구조에서 누가 무엇을 결정하는가?
비축유 방출은 산업부 소관이다. 전력 비상수급 계획은 기후부 소관이다. 산업용 에너지 배분 우선순위 결정은? LNG 긴급 수입 계약 체결은? 재생에너지 긴급 출력 확대 명령은? 이 결정들 사이의 관할 경계가 현재 법령에 명확히 규정되지 않았다. 두 부처가 각자의 논리로 다른 결정을 내릴 때, 위기 대응은 조정 회의 일정에 달려 있게 된다.
비교 사례를 보자. 독일은 2022년 러시아 가스 공급이 급감했을 때, 연방경제기후보호부(BMWK) 장관 로베르트 하베크가 단일 창구로 모든 에너지 비상조치를 발표하고 조율했다. '가스 비상 3단계' 선언, 석탄 발전소 재가동 결정, LNG 터미널 긴급 인허가 등 이 모든 조치가 하나의 부처 장관 권한 아래 이루어졌다. 의사결정 속도가 위기 대응의 핵심이었고, 독일은 그 구조를 갖추고 있었다. [3]
한국에서 같은 위기가 발생했을 때 같은 속도를 낼 수 있을까. 이것은 2026년 호르무즈 봉쇄에서 실질적으로 검증됐다. 정부는 IEA 비축유 공동방출에 참여했다. 이것은 산업부의 비축유 관할 영역이다. 그러나 재생에너지를 긴급 출력 확대하거나, 전력 수요를 긴급 감축하거나, 에너지 집약 산업의 가동을 일시 조정하는 조치는 기후부 영역이다. 위기 속에서 두 부처가 얼마나 유기적으로 움직였는지는 공식 평가가 아직 없다.
이 문제의 해결책은 법령 정비다. 에너지 비상대응 총괄 권한을 기후부 장관에게 명시적으로 부여하고, 산업부의 화석연료 비축·수급 관리 기능이 위기 시에는 기후부 지휘 아래 작동하도록 법적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 이것은 평시 관할 이원화를 인정하되, 위기 시 단일 컨트롤타워를 보장하는 현실적인 타협점이다.
▌ ⑤ 한계 : 에너지 안보 법제적 정의의 화석연료 편향
세 번째 한계는 가장 근본적이다. 기후부가 출범했어도, 에너지 안보를 정의하는 법률의 언어는 바뀌지 않았다. 한국법제연구원은 2022년 보고서에서 현행 에너지 관련 법률의 핵심 한계를 명시적으로 지적했다. 에너지기본법을 포함한 주요 에너지 법률에서 에너지 안보의 정의가 화석연료의 안정적 양적 확보에 집중되어 있으며, 재생에너지를 에너지 안보 강화 수단으로 명시한 조항이 존재하지 않는다. 이것은 단순한 법령 기술의 문제가 아니다. 법적 정의가 정책 수단을 제약한다. [D-4]
구체적으로 무슨 일이 벌어지는가. 정부가 재생에너지 예산을 에너지 안보 예산 명목으로 집행하려 할 때, 법적 근거가 없다. 감사원이 '재생에너지 투자가 에너지 안보와 무슨 관계가 있느냐'라고 물으면, 현행 법제로는 답하기 어렵다. 재생에너지는 신에너지 및 재생에너지 개발이용보급촉진법의 적용을 받는데, 이 법은 에너지 안보라는 단어 없이 '신·재생에너지의 기술 개발 및 이용·보급 촉진'을 목적으로 한다.
이 법제적 공백이 정책 결정자들의 인식을 제약한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의 연구 방향이 여전히 석유·가스 공급 안보 중심인 것은 연구자들의 선택이 아니라 구조의 결과다. 연구 과제 공모 방향이 법적 정의를 따라가기 때문이다. '재생에너지 확대가 에너지 수입 비용을 얼마나 줄이는가'를 정량 분석한 국내 학술 논문이 없는 것은 이 구조적 공백의 직접적인 결과다.
[그림 2-6] 주요국 에너지 안보 법제 비교 — 재생에너지 명시 여부 및 안보 정의 | 출처: 각국 에너지 관련 법령, 한국법제연구원 [2]
덴마크, 독일, 영국, 미국은 모두 에너지 안보 법제에서 재생에너지를 안보 수단으로 명시하고 있다. 일본도 에너지믹스 다양화 차원에서 부분적으로 명시한다. 한국만이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안보를 법적으로 분리하고 있다.
이 문제의 해결은 에너지법 개정이다. '재생에너지 확대는 에너지 수입 의존도를 낮추고 에너지 안보를 강화하는 핵심 수단이다'라는 조항 하나를 추가하는 것으로 법적 근거가 생긴다. 이것이 예산 집행의 근거가 되고, 연구 과제의 방향이 바뀌고, 정책 결정자의 인식이 달라진다. 작은 법 조항 하나가 거버넌스 전체를 바꾸는 기제다. [2]
“에너지 안보의 개념이 법에 어떻게 정의되느냐는 단순한 법학적 쟁점이 아니다. 그것은 예산 배분의 방향을 결정하고, 연구의 틀을 제약하며, 정책 결정자의 행동 공간을 그어준다. 잘못 정의된 에너지 안보는 잘못된 정책을 만든다.”
— 한국법제연구원 (2022). 에너지 안보 확립을 위한 글로벌 규범 동향과 법제 개선방안. [2]
▌ ⑥ 기후부 출범 이후 남은 3가지 과제
기후부 출범은 시작이다. 진전을 인정하되, 남은 과제를 명확히 해야 다음 단계가 보인다. 세 가지 한계는 서로 연결되어 있고, 세 가지 과제도 함께 추진되어야 효과를 낸다.
2.2절 핵심 명제
① 기후부 출범의 진전: 32년 만의 에너지·기후 일원화 + 전력수급계획·탈탄소 목표 정합성 확보.
② 한계 ①: 화석연료 공급안보(산업부 잔류) vs 재생에너지(기후부) — 에너지 안보의 이원화 지속.
한계 ②: 위기 시 이중 관할 구조 — 호르무즈 봉쇄 같은 실제 위기에서 단일 의사결정 미검증.
한계 ③: 에너지 안보 법적 정의가 화석연료 중심 — 재생에너지는 법제도상 안보 수단이 아니다.
③ 3가지 과제: 화석연료 안보 통합 + 비상대응 일원화 + 에너지기본법 재정의
▌ 이 절의 주요 참고문헌
[1] 기후에너지환경부 (2025.10.1). 기후에너지환경부와 그 소속기관 직제 제정령.
[2] 박기선, 「에너지안보 및 탄소중립 실현을 위한 에너지법제 정비방안 연구」, 한국법제연구원, 2025.10.31.
[3] Wiertz, T. et al. (2023). "A turn to geopolitics: Shifts in the German energy transition discourse." Energy Research & Social Scien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