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왜 에너지 전쟁에서 지고 있는가

— 연재를 시작하며

by 이주헌

1973년 겨울, 전 세계가 처음으로 에너지의 공포를 실감했다. 중동의 송유관이 잠기자 미국은 주유소 앞에 줄을 세웠고, 일본은 네온사인을 껐으며, 한국은 공장을 멈췄다. 그로부터 50년이 지났다. 우리는 그 공포를 극복했는가?


나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한다.


에너지 위기는 형태를 바꿔 반복됐다. 1997년 외환위기, 2008년 유가 폭등, 2022년 러시아의 가스 무기화. 매번 위기가 올 때마다 우리나라는 "이번엔 다르게 하겠다"라고 했지만, 구조는 바뀌지 않았다. 여전히 에너지의 90% 이상을 수입에 의존하고, 탄소 집약적 산업이 수출의 근간을 이루며, 에너지 전환은 구호로만 반복된다.


이 연재는 그 반복의 이유를 묻는다.


왜 한국은 에너지 위기마다 전환의 기회를 놓쳤는가. 탈탄소 경쟁이 곧 산업 경쟁력의 전쟁이 된 지금, 우리는 이 싸움에서 이길 수 있는가. 그리고 이기려면 무엇을 바꿔야 하는가.


나는 국회, 환경부(現 기후에너지환경부), 지방정부를 거쳐 지금은 기후·에너지 정책 싱크탱크에서 일하고 있다. 정책을 만드는 자리에도, 비판하는 자리에도, 비평하는 자리에도 있어봤다. 이 글은 그 경험에서 나온 질문들의 기록이다. 정답을 주는 책이 아니라, 우리가 아직 제대로 묻지 않은 질문을 던지는 글이다.


매 챕터, 위기의 현장에서 시작해 구조의 문제로 들어가고, 선택의 기로에서 끝낼 것이다. 많은 분들과 함께 그 선택을 생각해보고 싶다.


— 이주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