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 6. 피넛버터적 사랑

_peanut-buttertive love : 진솔한 마음, 숭고한 용기

by 개화


피넛버터. 정말 뜬금없이 머릿속을 지배한 단어다. 단단한 알갱이에 불과했던 땅콩들이 갈리고 갈려 결국 뭉글하다 못해 꾸덕해졌을 때 탄생하는 피넛버터. 많이 먹으면 오히려 독이 된다는 걸 알면서도 기어코 한숟갈은 아쉬워서 한 숟갈 더 뜨게 만드는 그런 음식. 이런 피넛버터를 떠올리다가 '사랑'이라는 단어랑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자마자 곧바로 책상 앞에 노트북을 켜고 앉게 되었다.


어느 날, 저녁에 산책을 하면서 친구랑 대화를 하다가 인생을 다 산 사람처럼 그런 말을 했었다. "누군가를 만나면 결국 헤어질 게 뻔한데 사람들은 굴레 같은 연애를 왜 계속하는 걸까?" 그때, 친구가 나를 바보취급하면서 바로 받아쳤다. "그럼 인간은 언젠가 죽는데 왜 이렇게 열심히 살겠니." 그 말을 듣자마자 나는 덧붙였다. "그렇긴 하지." 스쳐 지나가듯이 잠깐 나누었던 이 대화를 돌이켜보니 사랑은 참 피넛버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누군가 없이도 홀로 잘 살아갈 수 있는 작지만 야무진 땅콩 같은 마음, 그 단단한 마음을 누군가에게 진심으로 나누어주기 시작하면 언젠간 부드러워지고 부드러워지다 형태조차 없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뻔히 알면서도 기어코 몸을 내던져보는 피넛버터 같은 사랑. 끝이 있음을 알고 있음에도, 그리고 그 끝이 너무도 아프고 힘들 수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다시금 그 길을 걸어가 보고자 하는 엄청난 용기.


작년, 그것도 꽤 공기가 쌀쌀했던 겨울에 본가로부터 올라오는 기차 안에서 처음으로 jisokury club의 peanut Butter Sandwich라는 곡을 들었다. 지금은 너무나 유명해져서 소중한 보물곡을 들킨 것 같아 아쉽기도 하지만, 아무튼 그만큼 무척이나 아끼는 이 사랑 노래 가사 속에 그런 말이 나온다.


I just have peanut butter
(나는 그저 피넛버터만 있어)
no one is after me
(나 쫓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Will you buy me some bread?
(네가 나에게 빵을 좀 사줄래?)


사랑은 피넛버터다라는 생각을 하자마자 이 가사를 다시 들으니, 이것이 얼마나 자신의 진솔한 마음을 담담하게 표현한 것인지가 느껴져 마음이 먹먹해진다. '그저'라는 표현도, 사랑에 있어 그 무엇보다 가장 귀중한 마음과 함께 와서 더 진심 어리게 와닿는다. 심지어 이 노래 가사 속의 어떤 누군가가 지니고 있을 사랑의 태도에서 배울 점을 발견한다. 불필요한 말과 행동, 돈, 직업 모든 것을 다 떠나서 사실 사랑에 있어서 우리에게 가장 필요하고, 소중한 것은 '피넛버터'다.


사람들이 계속해서 스푼을 들게 만드는 피넛버터만의 헤어 나올 수 없는 매력이 바로 여기에 있는 거 아닐까. 달달한 맛을 내는 부가적인 첨가물이 단 하나도 들어가지 않아서. 오히려 그만큼 순수하고 진실된 것이기에 잊을 수 없고 끊을 수 없는, 그리고 만들어지기까지의 과정을 알기 때문에 더 귀중한 것. 이 글을 써 내려가면서 나도 내 스스로를 더 알게 되었다. 이 순간 따끈하게 만들어진 단어이지만, 나는 피넛버터적인 사랑을 무척이나 좋아한다는 것을. 아마 여러분들도 나와 같을 것이라 감히 조심스럽게 짐작해 본다.

우리 모두 피넛버터적 사랑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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