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ipaw, Myanmar
띠보를 떠나는 날, 아직 해가 뜨긴 전 어두운 새벽 짐을 들고 1층 리셉션으로 내려왔다. 그리고 픽업트럭을 기다리는 동안 자리에 앉아 졸고 있는데 게스트하우스 종업원이 비닐봉지를 건넨다.
매일 아침 차려주던 그대로 빵 몇 조각과 커피믹스 그리고 스크램블 에그 대신에 삶은 달걀이 그대로다. 꽤나 공기가 찬 시간이라 그 달걀을 손에 쥐고 몸을 움츠린다. 달걀만큼이나 떠나는 여행자에게 아침을 건네주는 배려가 참 따뜻했다.
무엇이 ‘완벽한 여행지를 만들까?’하고 생각해본다.
-함께 여행하는 친구.
-게스트하우스와 그곳의 사람들.
-그 도시 풍경과 사람들.
-그리고 입맛에 맞는 음식. (그리고 누군가에게 맛있는 맥주도)
뭐 이 정도면 충분하지 않을까?
그래서 이곳이 이토록 좋았구나.
우연히, 단지 하룻밤 거쳐가려 했던 작은 곳. 그러나 나를 오래도록 붙잡은 곳. 이곳에서 만난 여행 친구가 좋았고 방에 쏟아지는 햇살과 이곳에서 일하는 모든 이들이 포근했다. 그리고 띠보의 풍경은 감탄하기에 충분했고 동네 사람들은 즐거웠다. 맛있는 국수는 양이 조금 적었지만 그마저도 “예쁘세요.”한마디면 한 그릇 정도는 더 말아주니 문제가 될 게 없었다.
그렇게 이곳은 나의 완벽했던 여행지.
하지만 다시 찾아가면 그때 그 친구들이, 그 사람들이 없겠지.
어쩌면 마을 풍경이 너무 달라져있을지도 몰라.
그래서 다시 찾아가긴 조금은 자신 없는 그곳.
기억 속으로만 완벽한 여행지로 남겨두고 싶은 그곳.
오래전 여행을 하고 몇 년 동안 글을 쓰고 사진을 다듬었습니다. 그리고 몇 해 전 책을 만들었습니다.
브런치에 새로운 글을 쓰기 전에 책에 실은 글 중 좋아하는 글, 편집 과정 중 빠진 글, 사진이나 그림을 더 보여주고 싶었던 페이지를 중심으로 다시 올려보려 합니다.
책을 봐주신 분들께는 다시 여행을 떠올리는 계기로, 아직 본 적이 없으신 분께는 답답한 일상에서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Instgram: @310.park