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세열 Sep 16. 2020

미완성의 이유

Jaipur, India


이 그림 한 장 그리는데

나는 스무 번 정도

아버지 어머니 이름을 포함한

긴- 자기소개를 해야만 했고

서른 번 정도 허락도 없이

인도인들의 핸드폰 사진 모델이 돼버렸다.

그리고 열다섯 번 정도 지나가던 인도인들과

어깨동무를 하고 사진을 찍었다.


이틀 동안 같은 곳에 앉아 그림을 완성하려 했지만

결국 포기해버렸다.


미완성이라고 생각했던 그림을

한참이 지나 다시 쳐다보니

빈 공간엔 그림 대신 사람들과의 이야기로 채워져 있다.

 오히려 다행이다.








인도에 도착해 처음 짜이를 사 마셨다.

말로만 듣던 빨간 토기 잔이 아니라

하얀 일회용 플라스틱 컵에 짜이를 따라 주었다.

(가끔은 탁한 물에 헹군 유리컵에)


‘인도에 너무 늦게 와버렸나’하는 아쉬움이 들었다.









오래전 여행을 하고 몇 년 동안 글을 쓰고 사진을 다듬었습니다. 그리고 몇 해 전 책을 만들었습니다.

브런치에 새로운 글을 쓰기 전에 책에 실은 글 중 좋아하는 글, 편집 과정 중 빠진 글, 사진이나 그림을 더 보여주고 싶었던 페이지를 중심으로 다시 올려보려 합니다.

책을 봐주신 분들께는 다시 여행을 떠올리는 계기로, 아직 본 적이 없으신 분께는 답답한 일상에서 즐거운 여행이 되기를 바라봅니다.


Instgram: @310.park

매거진의 이전글 겸손하게 여행하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