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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은 선물 Sep 09. 2022

슬기로운 학교생활

남 달라, 분홍 선생님 따라잡기



우리 학교에 동료도, 관리자도, 학생도, 심지어 학부모까지 좋아하는 항상 웃는 선생님이 있다면 믿어지시나요?


*업무는 연구하여 2번 안 하기

*관리자에게 호감을 주어 선생님들의 업무 간소화하기

*활짝 웃는 얼굴로 인사하기

*동학년 선생님 도울 수 있는 일은 찾아서 도와주기

*수업은 재미있게 심플하게  

*학생들에게는 친절하고 다정하게

*학부모님들께는 자세히 설명하고  진실되게 상담하기



지난 2월 출산휴가를 끝내고 복직한 분홍 샘은 연구부장이 되었다. 뭐든 긍정적이고 어디 한구석 꼬인 데가 없는 그녀는 이 학교에서는 부장을 한 번은 해야 하니 하겠다고 흔쾌하게 수락했다.  갓난아이 때문에 육아시간을 매일 써야 하는 선생님에게 업무 양이 교무부장 다음으로 많은 연구부장을 맡긴다고 여선생님들은 수군수군거렸다.

그런데 웬걸?

너무 잘했다.

깔끔한 일 처리와 겸손한 태도, 일을 벌이지 않으면서도 해야 할 일을 너무 잘해서 처음 부장을 한다는 것이 믿어지지 않았다.



다른 선생님과 달라도 너무 다른 우리 분홍 샘 연구부장님을 소개합니다.


****아침 출근길, 주차장에서 만나면 멀리서 두 손을 높이 흔들며 "사랑합니다."를 외칩니다. 인사 소리에 놀라서 쳐다보면 활짝 웃는 모습이 드라마에서 나오는 배우 같습니다. '날 사랑하나?', '아마도 날 좋아하나 봐!'라는 생각으로 샘과 함께 기분 좋게 출근을 합니다.


****연구부가 일을 만들기 시작하면 선생님들은 참 애를 먹습니다. 불필요한 서류를 내고 또 고치는 일을 많이 하는데 분홍 샘은 학기초에 딱 한번 서류를 받고 나머지는 스스로 처리했어요. 일을 자꾸만 떠넘기는 사람들도 많은데 그 많은 일을 스스로 하는 것을 보니 일머리가 아주 좋은 편입니다. 이렇게 연구부가 우릴 생각해 주니 우리도 스스로 잘하려고 노력합니다.


****올해 출산 휴가를 들어가는 선생님이 있었는데 담임선생님이 그야말로 7번이나 바뀌는 일이 있었어요. 그런데 마지막에 한 달을 분홍 샘이 그 반을 맡아주셨는데 아이들도 부모님들도 너무 좋아해서 담임으로 있게 해달라고 민원을 내고 그 인기가 장난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또 어쩌겠습니까? 교장 교감선생님께서 삼고초려를 하여 부탁을 하셨지요.

나 같으면 연구부장 하느라 힘드니 못하겠다고 버틸 텐데 착한 분홍 샘은 또 학교와 학생을 위해 수락하셨습니다.


****가정에서 우리 분홍 샘은 어떤 모습일까요? 학교 일만 잘하는 것은 아닐까요?

분홍 샘은 퇴근해서는 안에 있는 남편이 문을 열어줄 때까지 들어가지 않는답니다.

“분홍이 왔쪙. 분홍이는 손이 없어용.” 애교가 철철 넘치는 목소리가 들리는 듯하지요?

결혼 전과 후, 남편은 어떠냐고 우리 언니 샘들이 물으니

"저는 결혼하니 남편이 더 대박이예요. 까면 깔수록 더 좋은 사람이에요."라고 말했다.

우리는 입을 다물 수 없었다. "우리는 살면 살수록 더 쪽박이야!"라고 실없는 농담을 던졌답니다.

또 집이 너무 사고 싶어서 ppt로 영상을 제작해서 시댁에 가서 브리핑했다고 합니다. 그러니 여유 있으신 시부모님이 어찌 쌈짓돈을 내놓지 않을 수 있겠는가? 누울 자리 보고 다리를 뻗었겠지만요.


****"분홍 샘은 스트레스가 없나요?" 40대 여선생님이 묻자

분홍 샘은 말했습니다. "저도 차에서 소리를 질러요. 그리고 생각하죠. '내 일이 아냐!'"

생각이 많고 오지랖이 많은 편인 우리 직업상 받는 스트레스 관리법을 한마디로 쓱~ 정리해 주시네요.


 ****우리 언니들이 하는 학급 운영 들어보고 좋은 것을 배워 가려하는 모습도 대견합니다. 요즘 젊은 선생님들은 아이들에게 해 주는 것들이 많아서 우리가 배워야 할 처지인데 기특하게도 우리에게서 배울 점을 찾다니 역시 현명한 선생님입니다.


♡♡♡분홍 샘에게 배운 좋은 태도♡♡♡

 1. 교실 관리를 깔끔하게 잘하고 아이들 서류를 잘 정리해 놓는다.

 2. 아이들에게 공감하며 수업을 열심히 해서 학부모들이 좋아한다.

 3. 동학년 회의를 매끄럽게 중간에 정리를 잘해준다. 할 수 있는 일을 맡아서 한다.

 4. 감사할 줄 안다. (내가 책을 한 권 선물했더니 코로나로 격리한 동안 나에게 배즙을 보내왔다. 받기만 하는 젊은이도 많은데 감격했다)

 5. 의견을 말할 때 상대방에게 반감을 느끼지 않게 한다.     

6. 스트레스  관리를 잘한다.

7. 노트를 갖고 다니며 배운 것을  기록한다.


이러니 교장 선생님이 우리 학교에서 “1등 선생님’이라고 하지.

교장 선생님 “난 분홍 샘을 우리 학교에서 1등이라고 생각해.”라고 했을 때,

난 속으로           

“그럼 전 몇 등이에요? 교무부장은 몇 등이고요?”라고 유치하게 대꾸하고 싶었다.


 이 말을 교무부장에게 했더니 “제가 생각해도 분홍 샘이 1등인 것 맞아요. 교장, 교감 선생님 말씀에 공감을 굉장히 잘해주거든요.”라고 말했다.  교무부장까지 1등 샘이라는 거네!!!


우리 딸이 저런 선생님 닮았으면 얼마나 좋을까요? 분홍 샘 부모님이 부럽습니다.

상냥하고 지혜로운 딸은 집에서는 얼마나 살가운 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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