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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늘은 선물 Oct 12. 2022

독서(讀書), 오우아(吾友我)➜오우책(吾友冊)

슬기로운 선생님 생활


독서(讀書): 책을 읽다


박수밀,『오(吾) 우(友)아(我), 나는 나를 벗 삼는다』라는 책을 읽었다.

내가 책을 낸다면『오(吾) 우(友) 책(冊), 나는 책과 친구다.라고 제목을 붙였을 것이다.

     

오우책

읽어보니 어감이 찹쌀떡처럼 딱 붙는다.      


오우책

오세요 책, 내게로


우리 옥이 샘의 친구는 책이랍니다.        

  

멋쟁이 8반 선생님이 40대에는 활자 중독처럼 신문 구석구석을 읽었고 많은 책을 읽었다고 말씀하셔서 나는 속으로 놀랐다. 옷 입는 센스가 우리 학년에서 최고인 것 같은데 내면의 아름다움까지 겸비했다는 건가?


 8반 선생님과 잠시 요즘 내가 푹 빠진 고려대 러시아과 석영중 교수님의 유튜브 이야길 나눴다.


 8반 샘이 육아휴직기간 동안 인문학 강의를 들으러 다녔다는 말을 들으니 내년에 나도 휴직하면 대학의 평생교육원에 등록하자는 고등학생 친구와의 약속을 꼭 지키고 싶어졌다.


결혼하고 아이 둘을 키우면서 내가 무엇을 좋아했는지 잊고 지냈었는데 최근 나는 내가 좋아하는 것 두 가지를 찾았다. 독서와 글쓰기가 바로 그것이다.


 최근 5년 동안 500여 권의 책을 샀고 남편이 회식 있다고 하면 집 앞 카페로 퇴근해서 두어 시간 책을 읽으면 저녁을 먹지 않아도 배가 부르니 책을 좋아하는 것이 틀림없다.


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글쓰기를 시작하면 2시간이 훌쩍 지나가서야 시계를 본다. 매일 1시간씩만 쓰려고 했는데 몰입하다 보면 시간이 30분 지난 것 같은 데 3시간이 지나 있을 때도 많았다.


게임에 중독된 것처럼 나도 독서와 글쓰기에 중독이 된 것 같기도 하다.      


5년 전 마음에 찬바람이 들어오기 시작해서 책에서 허전함의 원인을 찾으려 했는데 이젠 그냥 책이 너무 좋아서 자꾸 읽고 또 좋은 책은 사게 된다.


 책을 사서 읽으면서 내 맘대로 책을 함부로 다룰 수 있는 권리가 생겨서 좋다. 물이 젖어서 종이가 불어도, 접거나 구겨도, 밑줄을 삐딱하게 그어도 될 권리.


선생님인 나에게 책이라는 친구가 준 선물을 몇 가지만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첫째, 수업시간에 교과서의 핵심 단어를 책에서 나온 주옥같은 말로 간결하게 설명할 수 있는 나만의 노하우가 생겼다.

어제  미술 감상 수업을 할 때였다. 나는 곰브리치의 『서양 미술사』에서 나온 ‘미술은 미술가의 영혼이 들어있는 마술이다.’, ‘작품을 볼 때 작가들의 영혼의 움직임을 생각하자.’,”라는 말을 인용했다.

“얘들아, 앞으로 미술 시간에는 너희들 마음(영혼)의 움직임을 작품에 담는 거다.”     


둘째, 사람들과의 대화할 때 적절한 비유를 작가들의 말을 빌려서 설득력 있게 할 수 있게 되었다.

언니가 암 진단을 받고 고민할 때, 후배가 최근 남편과 사별하여 그리움으로 힘들어하고 있을 때, 동학년 선생님이 친동생이 부도가 나서 우울해하고 있을 때, 학부모님들이 아이 교육문제로 고민할 때 나는 적절한 책을 찾아 읽고 권했다. 절실한 순간에 적절한 책을 선물하면서 작가의 말을 빌려 위로하고 조언도 했다.

“언니, 은퇴 후 외롭고 우울하다 하지 말고. 톨스토이가 나이 50에 회심(回心, 마음을 고쳐먹음)했다는 강의 있는데 유튜브 강의 있는데 들어볼래? 석영중 고려대 교수님 강의야.”     


셋째, 같은 책을 읽은 사람들과 깊은 감정의 교감을 느끼게 되었다.

미국에 사시는 둘째 형부에게 매년 5권 이상의 책을 보내드렸다. 5년 전 까지는 주로 심리학 책과 베스트셀러를 선물해 드렸다. “처제는 내가 못된 사람이라고 생각하나 봐. 철들라는 책만 사주네.”하며 투덜댄다고 언니가 웃으면서 전했다.


 내가 그런 책밖에 읽지 않으니 선물도 그런 책만 사줬었다. 그런데 진짜 책과 사랑에 빠지다 보니 여러 장르의 책을 읽게 되어 다양한 책들을 형부에게 사드리게 되었다.


얼마 전 형부에게서 카톡이 왔다. “처제, 항상 나에게 지혜의 향기를 보내주어서 고마워요. 덕분에 좋은 책들을 만나 내 삶에 새로운 세상도 만나게 됩니다.”      


 언제나 매서운 눈초리의 사감 같으신 교장선생님에게도 좀 가까워지고 싶어서 『우리가 사랑한 공간들』이란 책을 스승의 날에 사서 드렸는데 눈꼬리가 그날부터 조금 내려간 것 같기도 하다. 어쩌면 나의 착각일 수도 있지만.      


넷째, 학교에서 책을 읽고 바르게 살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이니 매년 책모임이 1개씩 생겼다.

 나는 사실 모임이 많아서 새로 시작하고 싶지는 않다. 그런데도 매년 모임을 어쩔 수 없이 운영하게 된다. 하자고 성화인 이쁜 후배 교사들의 마음을 외면할 수 없어서 마지못해 시작하지만 매년 책으로 성장하는 교사들을 보고 있으면 뿌듯하다.


 물론 내가 모임을 준비하면서 더 많은 것을 배우고 성장하게 된다. 같이 고민하면서 후배는 집을 샀고, 운동에 푹 빠져 균형을 잃고 헤매던 노총각 영어 선생님 장가 프로젝트도 함께 했다.


책을 읽으면서 기본에 충실한 선생님들이 되기 위해 서로를 응원하는 모임이 되고 있다. 복도에서 어쩌다 만날 때면 그 반가움이란.


 학교 선생님들의 독서모임 참 좋다. 연대의식을 갖게 해 준다.     


모든 선생님이 책을 나처럼 많이 읽을 필요는 없다는 걸 나도 안다. 이미 내공이 장난 아닌 사람은 책을 안 읽고도 훌륭하게 인생을 살 수 있다. 그렇지만 나처럼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책에서 그 길을 찾았으면 좋겠다.


때론 언니처럼, 때론 남편처럼, 때론 엄마처럼, 때론 친구처럼 책은 ‘나에게 어떻게 사는 것이 바람직한 삶인가?’를 잔잔하게 일러준다.


슬픔이 닥치면 사방을 둘러보아도 막막해서 그저 한치 땅이라도 뚫고 들어가고 싶고, 살고 싶은 생각이 손톱만큼도 없어진다. 다행히 나는 두 눈이 있어 글자를 배울 수 있었다. 한 권의 책을 들고 마음을 위로하다 보면 조금 뒤엔 절망스러운 마음이 조금씩 안정된다. 만일 네가 온갖 색을 볼 수 있다 해도 책을 읽지 못하는 까막눈이라면 앞으로 어떻게 마음을 다스릴 수 있겠는가?

이덕무, 「이목 구심서」         


그래, 그동안 내가 노력한 게 있었지. 어린이들에게 보여 주고 싶은 게 있었다. 바로 어른도 책을 읽는다는 것, 어른도 모르는 게 있으면 공부한다는 것, 그게 통했구나. 얼마나 확신이 있었으면 친구한테 장담까지 했을까. 그래, 어른도 책을 읽는다. 책 읽는 사람은 멋있다. 그게 나다......, 나도 모르는 사이 비논리적 자화자찬 회로가 돌아갔고, 논리적 결과로 코가 조금 올라갔다.

김소영, 『어린이라는 세계』


학교에서는 아이들 앞에서 한쪽이라도 책을 읽는 모습을 보여주려고 한다. 책 읽는 멋있는 선생님이 되기 위해서. 그러다가 긴 책 안나 카레니나를 보여주며 1500쪽이 넘는다고 자랑도 했다. 3권째 들어섰을 때 아이들 앞에서 뻐겼더니 “앞에 1을 3으로 바꾼 것 아니에요?”라고 농담이 훅 들어왔다. 이렇게 나와 우리 반 아이들과 나는 책으로 더 가까워진다. 서로의 인생길에 한 발 한 발 들어와 친구가 되기도 한다. 아이들과 친구가 되고 싶다면 같은 책을 읽으면 좋다.


올해 나는 우리 반 아이들과 10권의 책을 같이 읽었는데 80일간의 세계일주를 읽고 20년 후에 27명과 세계여행을 떠날 계획을 세웠다.

아이들이 세계 곳곳에 집을 사서 27개국은 숙박 예약이 필요 없다. 1달씩 번호대로 시계방향으로 돌아가면서 가기로 했다. 그때 내 나이 70이 넘으니 몸 관리를 20년 동안 잘해야겠다. 젊은 제자들에게 민폐가 안되게.     

<책을 읽는 선생님>

-조급한 마음과 못난 마음 다스르기

-인생의 지름길 발견하기

-성장의 기쁨 느끼기

-책읽고 교과와 연결하여 거미줄 같은 수업하기

-책은 어른이 되어서도 좋은 친구라는 걸 알려주기


책을 읽으면서 매일매일 행복한 성장하며 교실에서도 행복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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