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 콰르텟의 베토벤 현악 사중주 13번과 샤갈의 스테인드글라스
Beethoven String Quartet No. 13 in B-Flat Major, Op. 130: IV. Alla danza tedesca. Allegro assai
https://www.youtube.com/watch?v=H0VKJDwYdcU
Episode.3
이 복잡하고 파편적인 여섯 개의 악장을 가만히 듣고 있으면,
저는 자연스럽게 색채의 마술사라 불렸던
화가 마르크 샤갈이 노년에 몰두했던 스테인드글라스 작업들을 떠올리게 됩니다.
샤갈은 캔버스라는 평면을 넘어,
빛이 투과되는 유리의 물성에 매료되었습니다.
스테인드글라스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먼저 붉고,
푸르고,
노란 수많은 유리판을 무자비하게 깨뜨리고 잘라내야 합니다.
바닥에 나뒹구는 그 날카로운 유리 조각들만 보아서는
도무지 어떤 형태가 될지 짐작조차 할 수 없지요.
하지만 그 파편들이 차가운 납에 의해 하나로 엮이고,
마침내 성당의 높은 창에 걸려 태양의 빛을 온몸으로 받아내는 순간,
파편들은 비로소 생명력을 얻고 거대하고 숭고한 빛의 이야기를 쏟아냅니다.
베토벤이 남긴 이 여섯 개의 악장 역시,
제각기 다른 색깔을 지닌 깨진 유리 조각들과 같습니다.
Episode.4
스테인드글라스의 거대한 틀을 짜 맞추듯 시작되는
첫 번째 악장은 무겁고 느린 도입부와 빠른 전개가
번갈아 등장하며 듣는 이의 마음을 쥐락펴락합니다.
베토벤 특유의 웅장함 속에 왠지 모를 불안감이 그림자처럼 드리워져 있습니다.
하지만 곧이어 등장하는 두 번째 악장은
겨우 1분 남짓한 짧은 시간 동안 쏜살같이 도망쳐버리는
아주 기발하고 익살스러운 색채를 띱니다.
우울함에 빠져있다가도 찰나의 순간 스쳐 지나가는 실없는 웃음처럼,
이 짧은 조각은 첫 악장의 무거움을 단숨에 환기시켜 줍니다.
Episode.5
이어지는 세 번째 악장과 네 번째 악장은
샤갈의 유리에 비치는 따뜻한 오후의 햇살 같습니다.
세 번째 악장은 우아하면서도
무언가를 조심스럽게 묻는 듯한 발걸음으로
여유롭게 산책을 즐기는 풍경을 그려냅니다.
그리고 네 번째 악장인 ‘알라 단차 테데스카(Alla danza tedesca)’에 이르면,
베토벤은 아주 정겹고 촌스러운
독일의 시골 춤곡 리듬을 가져와
현악기의 우아함 속에 소박한 흙냄새를 불어넣습니다.
부다페스트 현악사중주단의 연주가 특히 빛을 발하는 곳이 바로 이런 대목입니다.
그들의 연주는 기계적으로 매끄럽거나 차갑지 않습니다.
활이 현에 닿을 때마다 묻어나는 짙은 송진 가루의 질감,
때로는 미세하게 어긋나는 듯하면서도
결국엔 서로의 체온을 부둥켜안는 그 넉넉한 앙상블은
이 소박한 춤곡을 더욱 인간적인 온기로 채워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