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다페스트 콰르텟의 베토벤 현악 사중주 13번과 샤갈의 스테인드글라스
Beethoven String Quartet No. 13 in B-Flat Major, Op. 130: V. Cavatina. Adagio molto espressivo
https://www.youtube.com/watch?v=ViCrYWoGD7E
Episode.6
하지만 이 모든 다채로운 유리 조각들의 중심에 박힌,
가장 거대하고 짙은 푸른빛의 파편은
단연 다섯 번째 악장인 ‘카바티나(Cavatina)’입니다.
베토벤 스스로도 이 곡을 작곡하며
흐르는 눈물을 주체할 수 없었다고 고백했을 만큼,
카바티나는 인류가 빚어낸 가장 애절하고 아름다운 선율 중 하나로 꼽힙니다.
곡의 중간 즈음, 제1바이올린이
마치 말문이 막힌 사람처럼 선율을 더듬거리며
흐느끼는 대목이 등장합니다.
베토벤은 이 부분의 악보에 직접 ‘Beklemmt(억눌린, 가슴이 답답한)’라고 적어 놓았습니다.
귀가 들리지 않는 음악가로서 겪어야 했던
뼈저린 고독과 죽음에 대한 두려움이 이 한 단어에 맺혀 있습니다.
부다페스트 콰르텟은 이 대목에서 결코 슬픔을 과장하여 통곡하지 않습니다.
그저 가슴이 옥죄어오는 탄식을 묵묵히 짚어 나가고,
나머지 세 대의 악기들이 그 밑을
다정하게 받쳐주는 소리를 듣다 보면
내 마음속 깊은 곳에 엉켜있던 슬픔의 덩어리마저 속절없이 허물어지는 것을 느낍니다.
Episode.7
가장 깊고 어두운 슬픔의 터널을 통과하고 나면,
베토벤은 언제 그랬냐는 듯 아주 가볍고 경쾌한
마지막 여섯 번째 악장으로 우리를 이끕니다.
사실 이 피날레에는 유명한 일화가 숨어 있습니다.
베토벤이 원래 작곡했던 13번의 마지막 악장은
무려 15분이 넘는 기괴하고 폭력적인 굉음의 ‘대푸가(Grosse Fuge)’였습니다.
하지만 초연 당시 관객들은 그 난해함에 경악했고,
출판업자는 곡이 너무 어려워 팔리지 않는다며
베토벤에게 제발 마지막 악장을 가볍고 듣기 좋은 곡으로 새로 써달라고 간청했습니다.
평소 같으면 불같이 화를 내며 거절했을 늙고 병든 거장은,
죽음을 불과 몇 달 앞둔 시점에 웬일인지 그 타협안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리고 새로 작곡해 붙인 이 산뜻하고 발랄한
여섯 번째 악장은 베토벤이 생애 마지막으로 완성한 곡이 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