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조각들이 빛을 머금어 찬란한 창문이 될 때(4)

부다페스트 콰르텟의 베토벤 현악 사중주 13번과 샤갈의 스테인드글라스

by 클래식덕후문쌤

Beethoven String Quartet No. 13 in B-Flat Major, Op. 130: VI. Finale - Allegro

https://www.youtube.com/watch?v=yn2UTHpaP1g



Episode.8


극도의 고통을 쏟아낸 카바티나 직후에


깃털처럼 가벼운 피날레를 배치한 이 극단적인 감정의 전환.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생의 끝자락에 선 베토벤이


우리에게 건네는 가장 심오한 깨달음일지도 모릅니다.


찢어질 듯 아픈 고통도,


실없는 농담도,


소박한 기쁨도 결국은


모두 한 사람의 인생을 이루는 동등한 조각들이라는 사실을 말입니다.


원래의 거창한 대푸가를 내려놓고


이 소박한 피날레를 선택한 그의 뒷모습에서는,


맹렬했던 삶의 투쟁을 끝내고


마침내 운명과 화해한 자의 홀가분한 미소가 엿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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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9


부다페스트 현악사중주단이 연주하는 마지막 화음이 공기 중으로 흩어지고 나면,


방 안에는 묘한 충만함이 감돕니다.


제 하루의 조각들이 제아무리 날카롭게 깨어져 이리저리 뒹굴어도,


결국 시간이라는 차가운 납에 의해 서로 기대고 엮이며


나름의 아름다운 스테인드글라스를 완성해 가고 있다는


다정한 위로가 그곳에 남습니다.


오늘 저녁, 설명할 수 없는 감정의 파편들에 베어 마음이 쓰라리다면


부다페스트 콰르텟이 빚어내는


이 기묘하고도 따뜻한 여섯 개의 조각들을 턴테이블에 올려보시기 바랍니다.


짙푸른 슬픔과 투명한 기쁨의 조각들이 당신의 방을 어떤 빛깔로 물들이는지,


그 찬란한 모자이크의 풍경을 가만히 눈 감고 감상해 보시길 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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