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진 조각들이 빛을 머금어 찬란한 창문이 될 때(1)

부다페스트 콰르텟의 베토벤 현악 사중주 13번과 샤갈의 스테인드글라스

by 클래식덕후문쌤

Beethoven String Quartet No. 13 in B-Flat Major, Op. 130: I. Adagio, ma non troppo - Allegro

https://www.youtube.com/watch?v=v9yF_cA4Fqc

- Budapest String Quartet

- 1961.5.2, 30th Street Studio, New York



Episode.1

살다 보면 내 삶의 조각들이 이리저리 흩어져

도무지 하나의 그림으로 맞춰지지 않는 것 같은 막막한 날이 있습니다.

아침에는 까닭 모를 슬픔에 잠겼다가,

오후에는 누군가의 농담에 실없는 웃음을 터뜨리고,

저녁이 되면 다시 무기력한 우울 속으로 침잠하는

스스로를 보며 감정의 변덕에 지쳐버리는 그런 날 말입니다.

파편처럼 부서진 하루의 조각들을 주워 담으며

저는 가만히 서재의 오디오 전원을 켭니다.

이렇게 삶이 산산조각 난 것처럼 느껴질 때면

습관처럼 꺼내 드는 낡은 음반이 하나 있기 때문입니다.

바로 헝가리 출신의 명연주자들로 구성된

부다페스트 현악사중주단이 연주한

루트비히 판 베토벤의 현악 사중주 13번 B플랫 장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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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2

우리가 흔히 아는 교향곡이나 소나타는

대개 네 개의 악장으로 기승전결의 완벽한 서사를 갖추고 있습니다.

하지만 생의 마지막 벼랑 끝에 서 있던 베토벤은

그 견고한 틀을 미련 없이 부수어버렸습니다.

이 곡이 작곡되던 1825년,

베토벤의 귀는 이미 세상의 모든 소리와 완전히 단절된 절대 고독의 상태였고,

육체는 병마에 시달려 쇠약해질 대로 쇠약해져 있었습니다.

외부 세계와의 소통이 끊어진 그 참혹한 침묵 속에서,

그는 자신의 내면 깊은 곳으로 침잠하여

머릿속에 떠오르는 파편적인 감정들을 악보 위에 여과 없이 쏟아냈습니다.

그 결과 탄생한 이 13번 사중주는

전통적인 4악장 구조를 탈피하여 무려 여섯 개의 악장으로 쪼개져 있습니다.

마치 한 인간의 변덕스럽고

복잡한 내면을 무작위로 흩뿌려놓은 듯한 이 기묘한 구성은,

그래서 더욱 우리의 들쑥날쑥한 일상과 소름 끼치도록 닮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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