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개의 현이라는 감옥, 그곳에서 발견한 무한한 자유4

스탕달의 <파르마의 수도원>과 헨릭 셰링이 쌓아 올린 바흐의 탑

by 클래식덕후문쌤

J.S. Bach: Partita for Violin Solo No. 2 in D Minor, BWV 1004: V. Ciaccona

https://www.youtube.com/watch?v=10BQhx4ZQ8A



Episode.8


그리고 마침내 우리는 이 모든 여정의 정점,


파르티타 2번 D단조의 마지막 곡 ‘샤콘느(Chaconne)’에 도달합니다.


무려 15분에 달하는 이 거대한 변주곡은


바흐가 아내를 잃은 슬픔을 눌러 담아 쓴 비석과도 같습니다.


주제 선율이 64번이나 변주되며 희로애락의 모든 감정이 폭풍처럼 몰아치지만,


셰링은 파르네제 탑처럼 굳건하게 중심을 잡습니다.


보통의 연주자들이 여기서 감정을 주체하지 못하고 울부짖을 때,


셰링은 오히려 차갑게 절제함으로써 슬픔을 숭고함으로 승화시킵니다.


그것은 스탕달의 소설 속 주인공이 감옥을 떠나며 느꼈던,


세속의 행복을 초월한 자만이 가질 수 있는 기품 있는 슬픔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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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9


스탕달은 소설의 마지막에


“To the Happy Few (행복한 소수에게)”라는 유명한 헌사를 남겼습니다.


이 책의 진가를, 그리고 고독의 가치를 알아볼 소수의 독자들에게 바친다는 뜻이었지요.


헨릭 셰링의 바흐 역시 그렇습니다.


자극적인 기교나 과장된 감동을 찾는 사람들에게 이 연주는 심심할지 모릅니다.


하지만 혼자만의 시간 속에서


오히려 충만함을 느끼는 ‘행복한 소수’에게 셰링의 연주는 최고의 위로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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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10


오늘 저녁, 세상이 당신을 가두는 감옥처럼 답답하게 느껴진다면


헨릭 셰링의 바흐를 턴테이블에 올려보세요.


당신은 지금 좁은 방에 갇힌 것이 아니라,


파르네제 탑의 가장 높은 곳에 올라와 있는 것이고.


네 개의 현이 만들어내는 그 단단하고 투명한 세계 안에서,


당신은 비로소 자유로워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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