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개의 현이라는 감옥, 그곳에서 발견한 무한한 자유3

스탕달의 <파르마의 수도원>과 헨릭 셰링이 쌓아 올린 바흐의 탑

by 클래식덕후문쌤

J.S. Bach: Violin Partita No. 3 in E Major, BWV 1006: I. Preludio

https://www.youtube.com/watch?v=HhQnvaFAiFk&list=RDGMEM8h-ASY4B42jYeBhBnqb3-wVMHhQnvaFAiFk&start_radio=1



Episode.6


셰링이 안내하는 이 고독한 여정은 크게


‘소나타’ 세 곡과 ‘파르티타’ 세 곡으로 나뉩니다.


성격이 전혀 다른 두 형식이 교차하며 거대한 우주를 만듭니다.


홀수 번호인 소나타(1, 2, 3번)는 파브리스가 감옥에서 했던 깊은 사색과 닮았습니다.


‘교회 소나타’ 양식을 따르는 이 곡들은 엄숙하고 철학적입니다.


느린 도입부로 시작해, 곡의 허리인 거대한 ‘푸가(Fugue)’로 이어집니다.


푸가란 하나의 주제 선율을 여러 성부가 돌림노래처럼 쫓고 쫓기는 형식을 말하는데,


바이올린 한 대로 서너 명의 목소리를 동시에 내야 하는,


그야말로 기교의 끝을 보여줍니다.


특히 소나타 1번 G단조의 첫 악장 ‘아다지오’를 들어보세요.


셰링은 첫 음을 긋는 순간부터 우리를 지상의 소란스러운 세계에서 격리시킵니다.


그 적막 속에서 피어오르는 바이올린 소리는,


감옥의 어둠 속에서 파브리스가 느꼈던 내면의 빛처럼 선명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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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7


반면 짝수 번호인 파르티타(1, 2, 3번)는


파브리스가 창 너머로 바라보던 알프스의 풍경, 혹은 사랑의 춤과 같습니다.


알망드, 쿠랑트, 지그 같은 춤곡의


리듬을 빌려온 이 곡들에서 셰링은 한결 자유롭고 유려하게 활을 놀립니다.


우리에게 너무나 익숙한 파르티타 3번 E장조의


‘프렐류드’는 마치 햇살이 쏟아지는 파르마의 전원 풍경처럼 눈부시게 반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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