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개의 현이라는 감옥, 그곳에서 발견한 무한한 자유2

스탕달의 <파르마의 수도원>과 헨릭 셰링이 쌓아 올린 바흐의 탑

by 클래식덕후문쌤

J.S. Bach: Sonata for Violin Solo No. 1 in G Minor, BWV 1001: II. Fuga. Allegro

https://www.youtube.com/watch?v=U42BmkEnzeA



Episode.4


음악가들은 추측합니다.


바흐가 남긴 이 '무반주'의 세계에는,


아내를 잃은 상실감과 그것을 예술로 승화시키려는 치열한 고뇌가 담겨 있다고 말이죠.


그는 슬픔에 잠식당하는 대신,


바이올린 한 대로 화음과 대위법을 완벽하게 구현하는 불가능한 도전에 몰두했습니다.


반주자가 없는 고독한 악기, 바이올린.


그것은 홀로 남겨진 바흐 자신의 모습이었을지도 모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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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5


이 앨범을 연주한 헨릭 셰링은 폴란드 출신의 거장으로,


실제로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망명 정부의 외교관으로 활동했던


독특한 이력을 지니고 있습니다.


그래서인지 그의 연주에는


감정을 과잉으로 쏟아내며 청중에게 구걸하는 모습이 없습니다.


대신 파르네제 탑의 창문으로 들어오는 알프스의 공기처럼 차갑지만 투명하고,


단호하지만 우아한 기품이 서려 있습니다.


그는 네 개의 현이라는 좁은 감옥을 비탄의 장소가 아니라,


영혼이 비상하는 황홀한 탑으로 바꿔놓습니다.


1967년 도이치 그라모폰(DG)에서 녹음된


이 음반이 반세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불멸의 명반으로 추앙받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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