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개의 현이라는 감옥, 그곳에서 발견한 무한한 자유1

스탕달의 <파르마의 수도원>과 헨릭 셰링이 쌓아 올린 바흐의 탑

by 클래식덕후문쌤

J.S. Bach: Sonata for Violin Solo No. 1 in G Minor, BWV 1001: I. Adagio

https://www.youtube.com/watch?v=m7JerIf5Aus

- Henryk Szeryng

- 1967.7, 브베 극장, 스위스



Episode.1


우리는 흔히 고독을 두려워합니다.


홀로 남겨진다는 것은 춥고 쓸쓸한 형벌처럼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어떤 고독은 우리를 더 높은 곳으로 데려다주는 날개가 되기도 합니다.


19세기 프랑스 문학의 거장 스탕달이 단 52일 만에 구술로 완성했다는 기적 같은 소설,


<파르마의 수도원>을 펼쳐본 사람이라면 이 역설을 이해할 것입니다.


소설의 주인공인 파브리스 델 동고는 정치적 음모에 휘말려


파르네제 탑 꼭대기의 감옥에 갇히게 됩니다.


세상과 단절된 좁은 독방.


하지만 그는 그곳에서 절망하는 대신 생애 최고의 행복을 맛봅니다.


쇠창살 너머로 펼쳐지는 알프스의 눈부신 풍광을 바라보며,


그는 이렇게 고백합니다.


"나는 이 감옥 안에서 비로소 자유롭다"라고.





Episode.2


제 음반 장의 가장 눈에 띄는 자리에 꽂힌,


노란색 재킷이 인상적인 헨릭 셰링의


바흐 <무반주 바이올린 소나타와 파르티타> 앨범을 꺼낼 때마다


저는 파브리스가 갇혔던 그 파르네제 탑을 떠올립니다.


바흐가 작곡한 이 곡은 바이올리니스트에게 일종의 ‘가을의 감옥’과도 같습니다.


피아노 반주도, 오케스트라의 웅장한 지원도 없습니다.


연주자는 오직 바이올린이라는 작고 좁은 악기,


그리고 네 개의 현(String)이라는 제한된 공간 안에 홀로 갇혀야 하기 때문입니다.





Episode.3


이 위대한 음악이 탄생한 배경에는


바흐 개인의 가장 빛나는 순간과 가장 비극적인 순간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1720년, 바흐는 쾨텐 궁정의 악장으로 일하며


음악적으로 가장 자유롭고 행복한 시기를 보내고 있었습니다.


영주 레오폴트 대공은 바흐를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었죠.


하지만 운명은 가혹했습니다.


바흐가 영주를 수행하여 여행을 다녀온 사이,


사랑하는 아내 마리아 바르바라가 갑작스럽게 세상을 떠나


이미 장례까지 치러진 상태였던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