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글쓰는 동안남 May 24. 2023

사회과부도는 지식과 세상의 폭을 넓혀주다.

조카들의 '국가별 수도 공부하기'를 보면서 떠오른 사회과부도 교재의 추억

몇 주 전, 귀여운 조카 2명이 영상을 보며 무언가를 중얼거리며 공부하고 있었다. 필자는 궁금해서 조카들에게 물어봤다. 무엇을 그렇게 중얼거리니?


조카들이 말했다. '수도 이름 외워요.'


수도? 국가별 수도라...... 요즘은 저렇게 외우는구나. 참 신기하고 재미있기도 하고, 문득 예전 생각도 났다.

요즘이야 구글 어스뿐 아니라 다양한 앱과 인터넷의 발달로 언제든지 지리 분야에 대한 상식을 쌓을 수 있다. 하지만, 필자가 유년 시절에는 그러한 기기와 미디어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지구라는 행성에 그 많은 나라에 대한 존재도 알고 싶었고, 그에 대한 지식도 쌓고 싶었다. 시간이 흘러, 그 귀중한 자료를 얻었으니, 바로 '사회과부도'


'사회과부도', 요즘도 이 교재가 나오는지는 잘 모르겠지만, 필자가 초등학교를 다녔을 때는 이 책이 보물이었다. 참고로, 필자는 이런 분야에 관심이 많았다. 여러 글에도 적었지만 사회, 경제, 문화, 인물, 지리, 스포츠 등에 워낙 관심이 많다 보니 자연스레 지구촌에 대한 관심이 뜨거웠다. 신문과 TV로 국제 뉴스를 보았음에도 좀 더 국가에 대한 정보를 얻고 싶었다. 그래서 '사회과부도'가 필자에게는 고마운 존재였다.


이 교재를 펼치면 우리나라 전국의 모양을 지도로 나타냈고, 그 속에 도별로 나누고, 시와 군, 구 등이 아주 작은 글씨로 표시되었다. 그 지도를 넘기면 목차가 나왔고, 하나하나 살펴보면 지도에 대한 설명과 일부 지역의 지도를 나타내어 구, 읍, 면, 동 등이 아주 상세하게 표시되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좀 더 페이지를 넘기면 중부지방, 남부지방, 그리고 북한 지역까지 상세하게 나눠서 지리 정보를 나타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물론, 서울특별시 포함, 각 광역시 지도 정보는 나왔다.


단순히, 우리나라 지도 정보만 나왔다면 필자는 이 책을 덮었을 것이다. 국내 분야를 넘기면 신문물이 탄생했다. 바로 세계 지도들이 나타났다. 주요 국가들의 국기, 5대양 6대주 설명, 그리고 세계 시간대 설명 다시 말해 우리가 말하는 시차 등도 아주 꼼꼼하게 표시되어 있어서 왜, 우리나라가 외국 경기를 새벽에서 봐야 하는 지를 인식할 수 있었다.


아시아, 유럽, 남아메리카, 북아메리카, 아프리카, 남극, 북극 등이 나눠서 축소판의 지도로 국가 표시와 함께 수도와 주요 도시 이름, 자원 표시 기호 등이 아주 자세하게 나왔다. 다른 사람들이 보면 그게 지겹거나 재미가 없어서 무시했겠지만, 필자는 이상하게 그 책이 너무도 끌렸다. 아마도 위에 적은 것처럼 정보에 대한 갈증을 해소하고 싶었던 마음이었나 보다.


필자는 각 국가별 지도 정보를 무조건 봤다. 시간 나는 대로 봤다. 학교 점심시간만 되면 장기, 오목을 둘 때도 있었지만, 다른 날에는 사회과부도 책만 미친 듯이 봤던 기억이 생생하다. 지도뿐 아니라 부록이라고 해서 산의 크기, 땅의 크기, 국가별 수도 정보와 자원, 땅덩어리, 소득 등의 각종 정보, 찾아보기에서 ㄱ~ㅎ까지 적힌 단어와 내용 모두를 일일이 지도와 대조하면서 봤다. 너무도 재미있었다. 아, 이렇게 봐야 정보를 흡수하는구나. 여하튼, 그렇게 점심시간에 그 책을 자주 보니 당시 담임선생님도 필자의 이런 모습에 신기하게 봤을지도 모른다.


얼마나 많이 봤을까? 언젠가부터 필자의 지리와 국제적 상식, 국가 정보 지식이 마치 대폭발 하는 것처럼 증가했다. 200개의 국가를 기준으로 약 140여 개 정도의 국가 수도를 인지했고, 기타 국가별 주요 도시 이름과 자원, 위치 등등을 머릿속에 흡수했다. 정말 이런 것까지 알아야 하는 내용까지 모조리 흡수된 느낌이었다. 또한, 스포츠와 뉴스, 신문 등에서 추가로 외신을 접하다 보니 그 지식은 더욱 증가하게 되었다. 그래서 유년 시절, 필자의 꿈이었던 언론인의 서막이 올랐던 것이다. 비록, 지금은 그 꿈을 이루지 못했지만. 참 아쉬운 세월이다.


사회과부도를 거의 미친 듯이 보았다. 그 후, 추석인가 설 연휴였는지 당시 할아버지 댁을 방문해서 다락방에 무슨 물건을 찾다가 큰 책을 발견했다. 1970년대, 사회과부도였다. 아마 아버지나 작은 아버지가 학교를 다녔을 때 사용한 교재였던 것 같았다. 필자는 1970년대 사회과부도는 어떤 내용이 있을지 궁금해서 책을 보았다.

예전 지도이다 보니, 행정 구역의 변화가 보였다. 서울특별시만 존재했고, 광역시는 아직 완성 단계가 아니었다. 그리고 예전 지명도 있어서 생소했다. 5대양 6대주들도 필자가 알고 있던 것과 차이가 있었다.


독일이 서독과 동독, 유고슬라비아 연방, USSR 다시 말해 소비에트 사회주의 공화국 연방, 자이르(현, 콩고민주공화국) 등 생소해서 '아, 내가 태어나기 이전에는 이런 국가들이 있었고, 분리되고 해체되어서 지금의 국가들이 독립되어 탄생되었구나.'라는 또 다른 지식을 쌓을 수 있었다. 오래 전의 사회과부도는 필자가 보았던 사회과부도와 차이는 있었지만, 역사적 사실을 다시 한번 인식했다는 점에서 귀중한 보물처럼 느껴졌다.


이제는 시간이 흘러, 사회과부도 교재를 볼 필요가 없어졌다. 인터넷과 앱이 있으면 24시간, 실시간으로 언제든지 지리 분야의 정보를 습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거처럼 어떤 지명이나 지역을 찾기 위해 손가락으로 꼼꼼하게 지도를 찾아야 하는 그런 추억은 없어진 것 같다. 수도 이름도 요즘은 정리가 잘 되어서 빨리 습득할 수 있는 기분도 들지만, 하나하나 배워가는 마음으로 수도나 지명을 인식할 수 없다는 점에서 약간의 섭섭함도 들었다. 추억의 존재가 된 것이다.


문득, 당시 담임선생님께서 필자의 성적 통지표에 이렇게 적은 것으로 기억한다. '이 학생은 사회 분야의 지식과 성취력이 다른 학생들에 비해 월등합니다.'


점심시간에 필자가 사회과부도를 자주 봤기에 그걸 예쁘게 보시고 그러셨는지는 모르겠지만, 진짜 이렇게 적으셨다. 지금 생각해 보니 좀 부끄럽고, 창피했다. 하지만 사회과부도를 필자가 읽지 않았다면, 이런 글을 쓰기도 어려웠을 것이고, 다른 분야의 글도 남기기 정말 힘들었을 것이다. 그만큼 이 책은 필자의 지식 축적에 엄청난 도움을 준 것이다.


조카들이 외우고, 노래를 통해 국가별 수도를 공부하는 것을 보고, 적어 본 사회과부도...... 필자도 훗날 자녀가 생기면 노래와 율동보다는 사회과부도 같은 책 1권 같이 보면서 손가락으로 하나하나 짚어가며 설명과 함께 친근하게 공부하고 싶다.

이전 18화 산불은 우리가 막을 수 없는 대형 인재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