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독일 월드컵 감상기
아쉬움과 가능성을 모두 느끼게 한 첫 원정 1승 1무 1패의 성적
2002년의 영광을 추억으로 남기고, 우리는 다시 사상 첫 원정경기 1승과 16강 진출이라는 목표로 독일에서 새로운 월드컵을 맞이하게 된다. 필자가 당시, 조추첨을 보면서 정말 큰 이변이 없을 정도로 누구든지 승부를 예측할 수 있는 경쟁력이 약간 낮아진 경기들로 구성되었다. 약간 바뀌어서 다크호스나 이변 팀들이 나와야 하는데 너무 톱니바퀴처럼 잘 편성되어 우리나라 조만 그나마 기대할 정도의 수준이었으니......
그렇게, 조편성이 이루어지고, 1974년 서독 월드컵 이후, 32년 만에 통일 독일에서 월드컵을 개최하게 된다. 사실, 남아프리카공화국이 개최지로 우세하다는 전망이 밝았지만, 결국 세력에 눌린 나머지 독일이 결정되었다. 물론 남아프리카공화국은 2010년에 개최되는 것으로 보상을 받게 된다.
당시, 우리나라는 아시아 예선에서 썩 좋은 성적을 올리지 못해, 요하네스 욘 본프레레 감독이 경질되고, 딕 아드보가트 감독이 선임되어 네덜란드 스타일의 축구를 내세우게 된다. 그래서 우리나라 국민들도 우리나라 이번 월드컵 축구 성적에 약간의 회의감을 가지면서 토고, 프랑스, 스위스와 같은 조가 편성된 것에 안도감이 아닌 불안감에 더 휩싸이게 된다. 결국, 1승 1무 1패라는 정말 아까운 결과를 얻게 된다. 특히, 스위스 전에 대한 국민들의 분노는 극에 달해서 대사관, 피파 홈페이지까지 각종 공격을 통해 울분을 토한 상황이었다. 필자도 그 경기를 보고, 알렉산더 프라이의 2번째 골 장면은 두고두고 애매모호하고, 정말 아까운 상태로 남아있다. 오프사이드가 정말 농후한데 말이다. 실제로, 유럽 방송사에서 해설을 맡은 쥐세페 베르고미(인터밀란의 최고급 레전드 수비수)가 정말 아까운 장면이라고 말했을 정도였으니..... 그만큼 그 골은 지금까지도 논란의 대상으로 남아있다.
우리나라는 그나마 선전했지만, 아시아 대륙은 모두 전멸했다. 일본은 잘 나가다가 역전패를 당하고, 사우디는 튀니지 경기만 잘 싸우고 몰락했으니 결국 아시아는 동네북 신세가 되는 월드컵이 되었다. 정말, 아시아 대륙은 할 말이 없을 정도였다.
결국, 유럽과 남미, 멕시코와 에콰도르, 호주라는 3 국가의 소수 세력 속에 16강. 8강. 4강. 결승까지 갔고, 베를린 올림피아 슈타디온에서 열린 결승에서 1994년에 이어 2번째로 승부차기 승부 끝에 이탈리아가 프랑스를 누르고 통산 4번째 월드컵을 차지하는 영광을 얻게 되었다. 특이하게도 이탈리아는 38년 우승 후, 70년 준우승, 82년 우승, 94년 준우승, 2006년 우승이라는 12년 간격의 징크스로 정상에 오르는 기록을 남긴다. 물론 2018년 월드컵은 지역 예선에서 탈락해서 진출조차도 못했고, 2022년까지 탈락하면서 적어도 2026년 캐나다. 미국, 멕시코 연합 월드컵에서나 볼 수 있는 신세가 되었다.
독일 월드컵에서 필자가 느낀 것은 그렇게 많지 않다. 64경기를 봤음에도 전력 차가 심하다 보니 굳이 분석을 해봤자, 바뀔 것이 없었기 때문이었다. 정말, 강팀들만 잘하는 대회이다 보니 흥미는 반감되었고, 그나마 우크라이나가 첫 8강 진출하는 인상적인 장면, 스위스가 0골 실점으로 16강 탈락, 결승전에서 지단에 마테라치에게 박치기를 해서 퇴장당하는 겨우 그 정도만 남아있을 뿐이었다.
우리나라 대표팀의 경기 상황으로 전환해서 이야기하면, 1승 1무 1패라는 성적임에도 탈락하는 아쉬움을 남게 된다. 토고에게 역전승을 거두면서 사상 원정 1승의 기록을 남기긴 했지만, 결국 프랑스와 스위스에게 무승부와 패배로 탈락한 것이다. 물론, 멕시코는 우리와 똑같이 1승 1무 1패로 16강에 간 것을 보면 역시 멕시코는 16강 단골손님으로서 운까지 준 경우이기도 했다.
경기력을 다시 상기하면, 토고 전에서는 초반에 흔들려서 실점을 했지만, 후반부터 이천수와 안정환의 골로 압도적인 플레이를 느낄 수 있었고, 프랑스 전의 경우, 정말 믿기지 않을 정도의 경기력을 보여줘서 값진 무승부를 일궈냈다. 진짜 실감이 나지 않겠지만, 당시 우리나라 대표팀 프랑스와 정말 잘 싸웠다. 칭찬할 정도로 경기력에서도 밀리지 않았다. 선제골 허용도 불가피하게 먹힌 것이지 그걸 제외하면 사실 우리가 이길 수 있는 가능성도 충분했다. 그렇게 아쉽게 마무리되고, 스위스와의 경기에서는 우리가 운이 많이 따르지 않았다. 센데로스 헤더 골에 최진철 선수는 피가 났고, 위에서 언급한 알렉산더 프라이의 골에 우리는 분노를 느꼈으며, 선수들은 경기가 끝나고 허탈감에 드러누웠던 장면들이 기억난다.
그렇게 아쉬움과 허무함 속에 우리는 1승이라는 선물이라도 받아서 17위라는 정말 애매한 성적을 받았지만, 가능성을 확인할 수 있었다. 원정에서 1승을 거두는 것이 단 한 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아무리 약체인 아프리카 토고라도 해도 승리는 엄연히 승리인 것이다. 이렇게, 자기들 잔치 속에 독일 월드컵은 마무리되었다.
독일 월드컵은 해트트릭이 없는 유일한 대회로 남아있고, 2002년의 이변 팀들이 모두 몰락하는 결과를 받았으며, 홈그라운드의 이점이 얼마나 중요한 지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경기라고 느꼈다. 이 대회를 마치고, 우리는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월드컵에서 아주 큰 선물을 받게 될 줄 상상이나 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