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야구 1009경기 연속 출전, 최태원
선수로서는 철인, 지도자로서는 헌신, 팬들과는 소통하는 남자였다.
한국과 미국, 일본, 멕시코 이렇게 4개국에서 인기 있는 스포츠는 야구이다. 이 야구를 통해 인생을 배우고, 우리의 삶 속에서 자양분을 얻는 등 공 하나로 많은 사람들의 모든 것을 좌우하기도 한다.
이렇게 멋진 스포츠인 야구는 어렵고, 힘들고, 고통스러운 종목이다. 10번 나가서 3번만 성공할 수 있는 안타, 최소 3시간을 수비하고 공격하는 선수들, 잘할 때는 환호를 받지만 실패하면 비난과 마음까지 상처받는 종목.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지만, 그 단면엔 방출과 부진으로 잊히는 선수들... 야구는 양면의 거울이자 우리에게 등불 같은 스포츠이다.
등불 같은 존재인 야구에서 꾸준히 출전해서 본인의 명예뿐 아니라. 모든 선수들, 그리고 모든 팬들에게 귀감을 얻는 선수가 과연 몇 명이 있을까? 미국 메이저리그에는 볼티모어 오리올스의 칼 립켄 주니어, 일본 야구에는 기누가사 사치오가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연속 경기 출장은? 다들 아실 것이다. 최태원 선수이다.
보통 사람에겐 기업인으로 인식되지만 야구팬들과 스포츠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철인의 이미지로 남아있는 최태원 선수. 이 분에 대한 글을 써보고자 한다.
일단, 이 분이 왜 철인이냐 하면 1009경기 연속 출전을 기록했다. (원래는 1014 경기인 것으로 필자와 팬들은 알고 있었으나, 재검토 후 5경기는 제외되었다.) 1990년대에는 리그 경기가 보통 126경기였다. 현재는 10개 팀이 출전해 144경기이다. 1990년대를 기준으로 계산하면 대략 8년 하고도 1경기를 쉬지 않고 출전한 것이다. 이게 정말 가능할까?
우리가 인생을 살다 보면, 아파서 쉴 수 있고, 힘들어서 멈출 수 있고, 개인적인 사정으로 계획에서 어긋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연속적으로 이어지는 쉽지 않다. 스포츠는 더 어렵다. 부상이 많고, 컨디션 조절이 어렵고, 선수 개인 마음 문제, 집안 문제 등등으로 연속 경기 출장은 정말 고되고 힘들다. 이것을 최태원 코치가 선수 시절 기록한 것이었으니 정말 가치가 크다. 안타를 잘 때리고, 홈런을 잘 치고, 수비를 잘해도 내구성이 없고, 허약하면 기복이 심한 경우가 나타나 휴식 차원에서 제외가 될 수 있음에도, 이 분은 그런 경우를 본 적이 없었다.
과거를 회상해 보면 필자가 유년 시절, 1993년 최태원 선수가 쌍방울 레이더스에서 데뷔하는 것을 보았고, 준수한 성적을 냈다. 당시 신인들이 너무 스타급이어서 비록 상은 못 받았지만, 이미 그는 검증된 선수였던 것이다. (당시, 신인왕은 양준혁.. 어마어마하다.) 더구나 그가 소속된 쌍방울 레이더스는 약체 팀.. 항상 꼴찌로 이미지화된 이 팀에서 최태원 선수는 데뷔하면서부터 싹이 텄고, 스타로서 발돋움이 된 것이다.
그는 꾸준히 성적을 냈고, 계속 출장을 했다. 중간중간 고비도 많았다. 부상을 참고 뛰어야 했으며, 컨디션이 좋지 않았음에도 오로지 자신의 플레이를 펼치고자 수많은 노력을 했을 것이다. 그렇게 달리고 달려 1009경기 연속 출장을 기록한 것이다. 연속 출장 속에 최다 안타왕도 기록했고, 골든 글러브도 받았고, 팀도 김성근 감독 아래 소위 외인구단 급의 훈련과 벌떼 야구 스타일로 팀이 2번의 가을 야구에도 진출하는 등 성적 향상에 큰 도움을 주었다.
그렇게 그는 묵묵히 자신의 플레이를 펼치며 실력을 쌓았고, 쌍방울에서 SK로 넘어간 뒤, 그 장대한 기록이 마감된다. 경기 출전이 무산되면서 1009경기에서 멈춘 것이다. 팬들과 야구광들은 최태원 선수가 왜 연속 경기에 출전하지 못한 점에 대해 코칭스태프와 감독에게 비난했을 것이다. 필자가 보기에는 최태원 선수가 못하는 것이 아니라 팀의 안정화된 플레이와 팀 성적에 따른 불가피한 선택이었다고 평하고 싶다. 야구는 팀을 위해 오로지 승리를 위해 희생이라는 2글자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팀을 위한 희생으로 그의 기록은 멈추었다. 아쉬웠지만, 그의 연속 출전 기록만으로도 가치는 엄청났다. 현재까지도 그의 기록은 인정받고 있으니.. 그 후, 그는 은퇴를 해서 여러 구단의 코치를 담당하며 선수들에게 많은 지도를 했다. 필자는 그가 프로야구 코치로서 선수에게 어떻게 다가갔는 지를 영상과 신문을 통해 보았다. 항상, 선수들의 사기를 높이고, 팀 분위기를 살피고, 팀의 승리를 위해 헌신했다는 점이었다. 비록, 코치 시절에 여러 차례 실수가 있어서 비난을 받은 경우도 많았지만, 그는 그것을 감수하고 새로운 마음으로 공부하고, 다시 성찰해서 코치로서 팀을 위해 달렸다.
그는 오랜 지도자 생활을 마치고, 2023년, 인기 유튜브 채널 스톡킹에 출연했다.
방송에서 그는 자신의 야구 인생과 연속 경기 출전에 대한 상황, 코치로서의 역할 등을 이야기했다. 대부분 우리가 아는 사실도 이야기했지만, 부상에 대한 이야기는 야구광인 필자도 몰랐던 점이 많았다. 또한, 코치 시절 자신의 잘못된 부분을 개선하고자 공부했다는 점에서 정말 지도자가 얼마나 힘든 것인지를 다시 한번 각성할 수 있게 되었다.
스톡킹 방송을 시청하면서, 필자는 그는 소통을 많이 중시하는 것을 알고 있었다. 대부분 코치들은 팬들과 소통보다는 팀의 승리와 선수를 위해 자신의 능력에 집중하는 경우가 많았는데, 유독 최태원 코치는 달랐다. 정말, 다양한 면에서 팬들과 소통했다. 왜 그랬을까?
필자는 이렇게 보았다. 그는 선수 시절 1000경기 이상 연속으로 출장을 했다. 그렇게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팬들의 성원과 응원이 있었기 때문이다. 팬이 없는 스포츠는 아무 의미가 없다. 그래서 그의 플레이를 좋아하는 많은 팬들이 있었기에 그는 훗날 팬들을 위해 서비스를 하겠다는 마음을 가졌을 것이다. 그래서 SNS를 통해 소통하고, 팬들과 교감을 하며 이미지도 좋고, 인성이 좋으며, 멋진 코치로서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는 것이다.
이상으로 최태원 선수에 대한 내용을 적어보았다. 그의 성적과 기록, 코치로서의 역할을 모두 적을 수는 없었다. 그만큼 그의 기록을 적기에는 분량과 시간이 많이 걸려서 간략하게 정리했다. 하지만, 이것만큼은 최태원 선수가 가장 훌륭하다고 보았다. 그것은 야구에 대한 열정, 코치로서의 역할, 그리고 팬들을 위한 자신의 마음이었다는 점이다.
그는 철인이었고, 팀을 위해 희생하는 레전드였다. 은퇴를 하고, 코치로서 우리에게 각인되는 그는, 이제 2023년 새로운 곳을 향해 도약하고 있다. 이 분이 어떤 야구 분야로 가실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가 보여준 역량만으로도 충분한 야구 잠재성을 펼칠 것이다. 우리는 그의 근성을 통해 교훈을 얻고, 배움을 통해 인생 극복에 대한 교과서로 삼아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