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러시아 월드컵 감상기
대한민국은 조별 예선에서 탈락했지만, 경천동지한 1승을 거두었다.
2018년, 유럽의 변방이라고 불리었던 러시아가 사상 처음 월드컵을 개최하였다. 과거, 소련 시절 냉전 체제에서 동유럽의 스포츠 이벤트는 전무하다시피 했었다. 1980년 모스크바 하계 올림픽만이 전부였고, 사회주의 체제임에도 유고슬라비아만이 독자적 체제를 구축해서 유로 76 대회와 유로 송 콘테스트, 1984년 사라예보 동계올림픽만이 열릴 정도로 동유럽의 월드컵은 없다시피 했다. 그렇게 소련이 해체되고, 러시아가 처음으로 월드컵을 개최한 것이다. 이로서 러시아도 동계(2014 소치), 하계 올림픽(1980 모스크바), F1 경기, 세계육상선수권대회를 소위 BIG 4 스포츠 이벤트를 열게 되는 국가로 인정받게 되었다. (나머지는 한국, 일본,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미국의 경우 2021년 유진에서 세계육상선수권이 열릴 예정이었지만 코로나로 2022년 개최했다.)
이러한 빅 이벤트가 개최되었지만, 러시아 대표팀이 과연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을지 의문이었다. 하지만, 역시 집에서 하면 힘이 솟아나는 사람의 특성상 8강까지 가는 기염을 토했고, 이는 러시아 축구가 발전될 수 있는 계기가 되었다.
우리나라는 당시, 울리 슈틸리케가 성적 부진으로 경질되었고, 신태용 감독이 부임해서 힘겹게 월드컵을 준비하게 되었다. 조추첨도 정말 최악 중 최악이었다. 선이 굵은 스웨덴, 탄탄하고 아기자기하며 소위 상대방을 약 올리는 스타일의 멕시코, 지난 2014년 우승팀이자 세계 1위인 독일.... 그런데.. 필자는 조추첨을 보고 스웨덴과 멕시코는 이기기 어려워도 독일은 이길 수 있다고 봤다. 왜냐하면 독일이 소위 오만, 자만, 거만, 방만한 축구를 했기 때문이다. 친선경기부터 삐걱거리더니 선수 선발에도 최악의 오점을 남긴 것이다. 이쯤 되어 필자는 적어도 실수만 하지 않으면 독일은 1골 정도로 이길 수 있다고 봤고, 그것은 현실이 되었다. 그 이야기는 잠시 후에 적겠다.
러시아 월드컵은 오랜 시간 동안 출전하지 못했던 국가들이 진출했다. 12년 만에 사우디가 진출했고, 28년 만에 이집트가 진출했다. 이 두 팀은 공교롭게도 같은 조에서 만나 둘 다 탈락했다. 페루도 1982년 이후, 36년 만에 진출했으며 모로코는 1998년 프랑스 이후 20년 만에 진출했다. 얼마나 긴 시간이었을까? 그 고통과 지겨움을 이겨내고 이들이 진출했다. 하지만 이 팀들도 모두 조별예선에서 탈락함으로써 벽을 실감해야 했다.
신생팀 출전도 초미의 관심사였다. 유럽에서 소위 동네북이자 항상 최하위급으로 취급받던 아이슬란드가 사상 처음으로 월드컵에 진출한 것이다. 유로 2016에서 사상 첫 지역예선을 통과해 조별리그 통과에 8강까지 진출한 기적이 우연이 아님을 증명한 것이다. 비록 1무 2패로 탈락했지만, 그 1무가 아르헨티나였다. 더욱, 놀라운 사실은 메시의 PK를 골키퍼가 막은 것이다. 정말, 아르헨티나는 벼랑까지 갔다가 겨우 16강에 진출할 수 있었다. 다른 팀은 북중미의 변방국 파나마였다. 사실, 파나마는 야구 분야에 정통이었기에 축구는 그렇게 인기가 높지 않았다. 그런데 북중미 예선에서 미국을 따돌리고 정말 정정당당하게 월드컵에 진출한 것이다. 이것도 가장 큰 이변으로 남아있다. 비록, 3패로 탈락했지만 2골을 넣었다는 점에서 감동과 기쁨을 파나마 국민들은 충분히 느꼈었다.
다시, 우리나라 대표팀 이야기로 넘어가서 우리나라는 정말 최악의 조건에서 경기를 치르게 되었다. 죽음의 조에서 과연 전패하는 것은 아닐지? 아니면 골이라도 제대로 넣을지?라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우리나라 언론들은 당연히 이런 말을 하지 않았고, 숨겼었다. 우려는 2경기에서 드러났다. 스웨덴과 멕시코 전에서 쩔쩔매다가 모두 패배를 했다. 우리는 2패인 상황, 그런데 독일이 첫 경기에서 멕시코에게 패하고 스웨덴 전에서 버저비터로 겨우 승리를 거두면서 우리도 16강에 진출할 수 있는 최소한의 희망이 있었다. 멕시코가 2승, 스웨덴과 독일이 각각 1승 1패, 우리가 2패.... 결국, 우리가 독일을 이기고, 멕시코가 스웨덴을 큰 점수차로 승리한다는 시나리오....
마지막 3차전 동시 경기 시작... 우리나라 정말 잘했다. 조현우가 다 막아내고, 파상 공세 독일 쩔쩔매고 헤매다 완패했다. 김영권의 골을 우기다가 인정받아서 망신을 당했고, 노이어 골키퍼가 어처구니없는 플레이로 나오다가 손흥민에게 골을 먹혀 2:0 완패... 독일은 경기와 내용 모두 패했다. 그리고 외신들은 대한민국을 극찬했다. 정말, 군더더기 하나도 없는 완벽한 승리... 독일 팬들은 난리가 났고, 게리 리네커가 남긴 명언... '축구는 90분 동안 하다가 결국 독일이 승리한다.'는 말도 사라졌다. 아직까지도 그 경기를 우리는 카잔의 기적이라고 부른다. 실제로 아시아 대륙에서 독일에게 승리한 나라는 우리나라만이 유일하다. 월드컵에서는 2018년 승리, 친선경기에서 승리 총 2승... 정말 위대한 기록인 것이다. 독일은 그렇게 최하위로 탈락했고, 전 대회 우승국이 또 탈락하는 징크스는 이어지게 되었다...
우리는 그렇게 1승 2패로 탈락했지만, 영광스러운 역사를 남겼고, 총 16강이 가려졌다. 아시아권에서는 유일하게 일본이 체면을 차려 진출했고, 나머지 조에서 대부분의 팀들이 다 진출했다. 16강, 8강, 4강, 결승까지 2팀이 올랐는데, 놀랍게도 1998년 4강에서 만났던 크로아티아와 프랑스...
프랑스는 2006년 이후 12년 만에, 크로아티아는 1998년의 돌풍 이후, 잠잠하다가 처음으로 진출한 것이다. 전문가들은 프랑스의 승리를 점쳤고, 4:2로 프랑스가 승리를 거둠으로써 막을 내리게 되었다. 당시, 프랑스의 디디에 데샹 감독은 1998년 주장으로서 2018년 감독으로서 우승하는 2번째 감독이 되었다. (나머지 1명은 1970년 감독 우승 / 독일의 프란츠 베켄바우어 1974년 우승, 1990년 감독 우승 / 브라질의 마리우 자갈루도 1958년 우승, 1970년 감독 우승이 있지만 선수 시절 주장이 아니었음)
러시아 월드컵이 끝나면서 많은 화젯거리도 있었다.
첫째, 크로아티아 소방관들의 영상이었다. 당시, 4강 전 승부차기를 했는데 사이렌 소리와 함께 소방관들이 잽싸게 출동하는 영상이 나온 것이다. 축구보다 생명의 고귀함을 보여준 값진 영상이었고, 모든 팬들에게 감동을 주었다. 그 고귀함이 통했는지, 크로아티아는 준우승을 차지한다.
둘째, 잉글랜드의 4강 진출이었다. 잉글랜드는 축구 종주국임에도 불구하고,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는데, 1990년 이탈리아 월드컵 이후, 가장 뛰어난 4위를 차지한 것이다. 당시, 가레스 사우스게이트 감독이 축구, 농구 등등 다른 구기 종목 시청을 하면서 다양한 전술을 연구한 것이 화젯거리였는데, 그 노력이 결실을 맺은 것이다.
셋째, 우리나라의 기적이다. 앞서 필자가 적은 대로 독일을 맞아 정말 멋진 승부와 함께 승리를 거둠으로써 모든 외신들의 화제가 되었다. 2014년, 브라질을 7:1로 꺾고 독일이 우승을 했을 때, 브라질 팬들은 충격을 먹었는데, 그것이 4년 후, 우리나라에게 당하면서 브라질 팬들의 한을 풀어준 것이 되었다. 그뿐 아니라, 우리가 독일을 꺾어서 멕시코가 스웨덴에게 패했음에도 불구하고, 감사하다는 메시지를 남긴 아주 훈훈한 소식들도 있었다. 만약, 우리가 독일에게 패했다면 골득실에 의해 멕시코가 탈락할 가능성이 높았기 때문이었다.
넷째, 히혼의 수치가 나왔다. 히혼의 수치라는 것은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 서독과 오스트리아가 암묵적으로 알제리를 탈락시키기 위해 플레이를 아주 느슨하게 했다는 것이다. 이로 인해 그 후의 모든 축구 경기 조별 예선 마지막 경기는 동시에 열리는 규정이 생기게 되었다. 이러한 수치가 다시 탄생한 것이다. 총 2경기였는데, 프랑스와 덴마크, 일본과 폴란드 경기였다. 정말, 필자가 쓰기도 부끄러워할 만큼 최악의 플레이를 펼쳤다. 정말 설명하기도 싫을 만큼 역사적인 부끄러움 속 경기가 되었다.
2018년 월드컵은 신생팀의 진출과 오랜 시간 이후의 진출한 팀들의 플레이를 볼 수 있었던 기회였고, 우리나라의 선전과 균형적 실력들을 보여준 팀들의 플레이에서 인상적이었다. 64경기를 지켜보면서, 우리나라의 희망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고, 세계 축구는 아직도 살아있다는 것을 다시 한번 인식할 수 있었던 대회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