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리뷰
누구는 연달아 두 번을 봤다고 하고,
내가 유일하게 찾아보는 방송에서도 헤어질 결심을 여러번 언급하는 바람에
결국, 영화 상영한지 6개월이 한참이나 지나서 드디어 보게 되었다.
나 역시 하루 간격을 두고 두 번을 이어 감상했다.
첫 번째 볼때 내내 이맛살이 찌푸려져 있었고,
두 번째 볼 때는 송서래가 차를 세운 바닷가 광경이 아름다웠으며,
며칠 후 베스트 프랜드와 소감을 나누고 나니 옳다구나! 하고 무릎을 치게 되었다.
처음에 영화가 탐탁치 않은 건 두 가지 이유에서였다.
하나, 불륜이 소재라는 점
둘, 탕웨이의 어색한 한국어 발음
베스트프랜드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탕웨이의 한국어에 대해서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불륜이란 단어에는 화들짝 놀라는 것이다.
"어머! 난 이 이야기가 불륜이라는 사실을 방금 네 얘길 듣고 깨달았어!"
자기는 당최 불륜이란 것에는 아예 관심이 없었다라는 것이다. 그럴수도 있구나, 누구에게는 이런 도덕적 잣대나 개념이 훨씬 덜 중요할 수 있구나, 탕웨이가 분한 서래란 인물이 바로 그러했다. 어머니를 살해하고, 유부남인 남자를 사랑하고, 다시 그 남자를 지키기 위해 남편을 살해하고, 결혼의 이유가 사랑하는 이를 잊기 위함이 되기도 한다. 그녀의 행위들을 보면 도덕적 잣대에 구속되어 있는 것이 하나도 없다. 그래서 그녀는 이렇게 물었다.
"한국에서는 그 사람이 유부남이면 사랑을 중단합니까?"
해준은 그녀와 정반대다. 그는 해야만 하는 것에 몰두한다. 자신의 일을 철저히 하고 초고속 승진을 이룬 형사다. 심지어 미결 사건을 생각하느라 밤에 잠을 이루지 못하기까지 한다. 서래는 그가 품위있다고 느끼는데 그는 그 품위가 성취에서 온다고 말한다. 여담이지만, 누구는 그냥 흘려보냈을지 모르만, 나에게는 이 대사가 무지 재밌었다.
-그럼 우리 그건 어떡해?
-뭐?
-매주 하기로 한거. 좋을 때든 싫을 때든
사랑이 오는 것은 어떤 순간일까?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어떤 모습일까?
영화는 그 모습을 보여준다. 말 그대로 그 답이 아닌 하나의 모습을 보여줄 뿐이다.
누구에게는 그 사람이 나와 비슷하다고 느낄 때 그 감정에 서서히 스며들 수 있고, 어떤 누군가는 각자의 다름을 인지할 때 사랑의 소용돌이에 빠질 수 있다.
해준은 서래가 자신과 비슷한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호감을 느낀다. 사건 현장에서 시체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는 사람. 두려워하면서도 그것을 피하지 않는 것. 그것이 해준이 추구하는 세계이다.
해준은 자신이 서래에 대한 사랑으로 붕괴되었다고 믿었고 자신을 지키기 위해 서래를 떠난다. 서래는 그 순간 사랑의 소용돌이에 휩싸인다.
당신이 사랑을 말했고 당신의 사랑이 끝났어요.
그리고 그 순간 내 사랑이 시작됐어요.
해준은 자신을 지키려 하고, 서래는 사랑을 지키려 한다. 하지만 둘다 고군분투하기는 마찬가지다. 해준이 범죄없는 마을로 이사를 하고 시체처럼 살아가듯, 서래가 의미없는 결혼을 하고 불행하게 살아가듯, 각자 지키고자 하는 것에는 실패한다.
하지만 여기서 액션을 취하는 것은 서래이다. 그렇기에 그녀가 이야기의 주인공임은 분명하다. 바로 내가 이해하지 못한 부분이기도 한데, 그녀는 왜 미포에 내려왔을까?
도대체 여기엔 왜 내려온 거에요?
난 역시나 서래와는 달리 해준과 가까운 인물이다. 해준처럼 자꾸만 이 질문이 맴돈다. 막연함이 아닌 애매함을 주는 이 영화의 많은 메타포들을 사랑한다. 서래는 이미 죽음을 각오하고 미포에 왔는지도, 아니면 그가 보고 싶어서 왔는지도 모른다.
잠도 못자고 오로지 내 생각만 하라는 그녀의 마지막 말은 사랑한다는 고백일지도 모르고, 이젠 정말로 그를 잊겠다는 헤어질 결심인지도 모른다. 제목을 보면 후자쪽에 더욱 믿음이 간다.
다시 보니, 탕웨이의 한국어 발음은 고어체의 품위를 담은 어조가 아니었나 이해가 되니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진다.
그리고,
박해일의 연기력은 정말 최고.
인상깊은 마지막 장면과 함께 알고 보니 이 장면에도 미쟝센이 숨어 있다는 군. 정말 대단!
흐림, 모호함이란 영화 전체의 축을 블루라는 색감으로 이미지화 한 점도 인상깊다.
멋진 영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