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어떤 장편의 페이지로 머물게 될까요
우리가 이야기의 주인공이던 시절
하루마다 한 페이지처럼 쌓이던 우리
당신의 웃음이 문장이었고
나의 다정함이 여백이었다
시간이 지나면서
페이지마다 공백이 늘어나고
맞지 않는 문장들이 생겨났다
마침표를 찍은 건 당신이었을까, 나였을까
그렇게 펜이 멈춘 순간
우리는 다른 책이 되었다
가끔 당신의 이름이 남은 페이지를 넘길 때마다
그때의 문장들이 다시 깨어나
책을 덮는 순간에도
손끝이 아직 따뜻하다
여전히 우리는
서로의 책 속 어딘가에 남아 있고
서로의 이야기에서
끝내 사라지지 못했다
그래서 지금도 나는
당신의 장편을 덮지 못한 채
그 마지막 페이지 앞에 머문다
아마 우리는 아직,
그 장편 속 어딘가에 있겠지
From: 다시 깨어나는 문장들 사이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