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ack #18.
사랑보다 조금 더 무거운

by 한서진


우리는
불을 피운 적이 없었다
이미 타고 있다는 것을

서로의 눈 속에서 발견했을 뿐이다


두려움은
도망치라는 신호가 아니라
도리어 여기 남아 있으라는
지독한 경고에 가까웠다


손을 잡은 건 불길을 키우기 위해서가 아니라
놓지 않았다는 사실을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불이 선명해진 순간
사랑은 감정이 아니라
선택이 되었고


타오른 뒤에 남겨질 재까지
함께 감당하겠다는 말은
사랑보다 조금 더 무거웠다


From: 이미 타오르고 있음을 알면서도 남아 있던 자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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