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을 져야 마주 볼 수 있다면

by 파선

처음엔 마주 봐야만 안심이 되더라

내가 널 보고 있는 줄도 모른다기에

아무것도 모르는 너는 마주 본다며 좋아하고

내겐 — 지구에서 가장 먼 사이가 된 듯했지만

그래도, 알아주더라


혼자 등지는 건 관두려고

서로 그림자만 밟고 있어도

이젠 괜찮겠지

흐릿해진 윤곽 속

일말의 기대만 남아


내가 불러

뒤돌아본 너는

나 아닌 —

땅만 봤다더라


앞만 보고 걸어야겠어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지


문득 알게 됐어

곧게 뻗은 줄만 알았던 시선의 미세한 기울기가

어디서든 우리를 서로에게 기울했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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