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처음엔 마주 봐야만 안심이 되더라
내가 널 보고 있는 줄도 모른다기에
아무것도 모르는 너는 마주 본다며 좋아하고
내겐 — 지구에서 가장 먼 사이가 된 듯했지만
그래도, 알아주더라
혼자 등지는 건 관두려고
서로 그림자만 밟고 있어도
이젠 괜찮겠지
흐릿해진 윤곽 속
일말의 기대만 남아
내가 불러
뒤돌아본 너는
나 아닌 —
땅만 봤다더라
앞만 보고 걸어야겠어
안전이 제일 중요하다지
문득 알게 됐어
곧게 뻗은 줄만 알았던 시선의 미세한 기울기가
어디서든 우리를 서로에게 기울게 했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