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
프리즘으로 보는 세상 안에서는
빛이 직선으로 나아가지 않는다
그의 시선은
항상 굴절된 빛을 지나며
왜곡된 존재들에 닿았고
그 안에는 나도 있었다
어긋나면 정정하는 것으로 충분했지만
회피하니 내면의 불안만 공고해졌다
모든 것이 그랬을 수도
아니었을 수도 있을 때
나는 여과 없이 잔여물에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었다
누군갈 증오하려면
필연적으로 마음에 담아야 한다고
우리는 친밀함을 이유로
이해하지 못하고
기대조차 없는 이방인에게
더 넓은 아량을 베풀었다
그렇게 우리는 또 한 번, 긴밀해진다
아무래도 발화점을 찾아야겠다
듣는 법을 배우지 않았다고 불평했는데
태아일 때부터 이미 다양한 소리들에 노출되고 있었다
초등학교에서도
듣기 말하기 쓰기 순서로
배운다는 것
옳고 그름을 판단하려면
일단 귀가 먼저 열려 있어야 하니까
귀를 기울여 보면
세상은 다양한 소리로
숨죽일 틈이 없다
방에서 조용히 돌아가는 에어컨 소리
적적함을 견디기 위해 틀어 놓은 인디 음악
모두 꺼도 끝내 들리는
고요한 숨소리
감각을 느끼는 데는 선악이 없다
다만 수용하고 체득하기엔
정보가 너무 많을 뿐이다
정글북의 모글리는
이제 막 사회라는 것에 들어서고 있다
대부분의 오해는
시선의 차이에서 오는 것 같다
우리는 같은 달을 보고 있지만
위상이 변화할 뿐이다
한밤중 건물 옥상에서
맨눈으로 본 달은
낮에도 저물지 않는다는 것
항상 같은 자리에서만 바라볼 필요는 없는데
자꾸만 겹쳐 보려고 하게 된다
같은 신장을 가지고 있지 않아
눈높이가 다르더라도
우리는 무릎을 굽히거나
발판을 이용할 수 있다
그건 다양한 관점 중
일부일 뿐이다
사실은
우리 모두
같은 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