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대와 저울질 사이에서
누구의 기대도 내 것이 된 적 없다.
사람은 나이에 맞게 살아도 된다.
미숙함은 당연하고,
완숙은 서두른다고 빨리 오지 않는다.
누구나 제 속도와 순서가 있다.
넘어짐은 성장의 일부다.
책을 좋아했지만
그걸 증명할 필요는 없었다.
‘책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말이 붙기 시작하면서
살아야 할 무언가가 되어버렸다.
읽고 싶은 책보다 읽어야 할 책이 많아지고,
혼란이 시작됐다.
어른스러워야 할 것 같고,
입을 열면 증명해야 할 것 같았다.
나는 그냥 좋아서 읽었을 뿐인데
어떤 기준이 나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누군가는 내 가치를 혼자 저울질했다.
뒤처졌다고 느낀 순간,
나를 깎아내리고 불똥을 튀겼다.
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화상은 기억처럼 내 손에 남았다.
나는 무언가가 되기 위해 존재하지 않는다.
누구를 따라가지 않고,
누구를 본받게 하려 하지도 않는다.
존재는, 누가 되기보다 그냥 되는 것이다.
겪지 않고 알 수 있는 삶은 없다.
누가 대신 살아줄 수 없고,
실수 없이 완벽할 수도 없다.
그래서 나는 이제 막
사는 법을 배우려 한다.
‘잘 사는 법’이 뭔지조차 모른 채.
어릴 적 받은 칭찬들이
지금은 과분한 말처럼 느껴진다.
나는 그런 존재가 아니었다.
다만, 내 삶이
조금 더 풍부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무언가가 되기보다는
그저 그렇게 살고 싶었다.
받아들인다고 해서
모든 걸 수용하는 건 아니다.
거르다 보면
돌이 모래가 되기도 한다.
무게는 줄지만,
질감은 더 정직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