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이라는 말

by 파선

안녕은 정말 나의 안녕을 비는 걸까.

언젠가부터
형식적인 인삿말을 할 수 없었다.

안부 인사를 전하면서도
그 사람의 안부가
진짜 궁금한 게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고,
그게 위선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말을 꺼내기를
자꾸 주저했다.

상대가 어려운 상황일 때
내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기도 하다.

그래서일까,
나도 괜찮지 않을 때
안부 인사를 피했다.

괜찮지 않다고 말하면
죄 짓는 기분이었다.
거짓말도 하고 싶지 않아서
그냥 평소와 같다고만 했다.

하지만
더는 버틸 수 없을 때,
상대가 당황할 걸 알면서도
괜찮지 않다고 말했다.

걱정을 바란 건 아니었는데
“무슨 일이 있어?”라는 말엔
“아무 일도 없어.”라고밖에
답할 수 없었다.

이건 내 상태일 뿐이고,
그 사람이 해결해 줄 문제는 아니었다.

나는
상대의 안녕을
진심으로 빌지 못할 때
안녕이라는 말을
건넬 수 없었다.

그리고 어쩌면
내가 안녕을 말할 때
상대의 안녕을
진심으로 빌고 있었기 때문에
더 주저했던 건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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