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수 없는 불안
그 발자국의 끝은 견고한 벽 앞이었다. 마치 누군가 날아가기라도 한 듯이. 그 가능성 말고는 상상할 수 없었다.
어젯밤 꾸었던 꿈이 어렴풋이 기억났다. 아니, 사실은 감각만큼은 분명히 기억하고 있었다. 그렇다면 과연 그건 꿈이었을까 싶을 정도로 생생했다.
나는 뒷걸음질 치며 발자국에 내 발을 맞추고 시선이 닿는 곳을 따라갔다. 발자국의 크기로는 내 발자국인지 알 수 없었지만, 뒤로 갈수록 점점 더 선명하고 깊게 파여 있음을 느꼈다.
마치 도움닫기를 한 것처럼 어지러운 발자국. 나는 그 스텝을 따라가다 그만 엉덩방아를 찧고 말았다. 넘어져 바라본 벽 너머, 지금까지와는 다른 것들이 보였다.
얼얼한 엉덩이를 문지르며 벽 위를 쳐다보았을 때, 발자국 크기 정도 되는 흐릿한 자국이 보였다. 끊긴 발자국이 이어짐과 동시에, 내 기억도 다시 이어졌다.
어느 순간부터 발을 떼기 두려워졌다. 인간은 도움닫기를 해도 겨우 몇 미터 뛸 수 있을 뿐이다. 그럼에도 몸이 붕 뜰 것 같은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 이 예감은 갑자기 찾아온 것이 아니었다. 처음은 공중 위에서 몇 미터 걷는 것에 불과했다. 하지만 그게 단순한 우연인지 확신할 수 없었다. 그럼에도 더 걷는다면 더 높이 날아오르고, 더 높이 날아오른다는 것은 방향을 통제할 수 없다는 뜻이기에 움직이기를 멈추고 착지했다. 역시 착각이었나 하는 생각을 하면서.
그러나 어젯밤 꾸었던 꿈은 그 한계를 뛰어넘었던 것이다. 인간은 날 수 없는데, 나는 분명 날고 있었다.
발자국이 어지러웠던 이유는 공중에서는 스텝을 통제할 수 없기 때문에 발자국이 꼬인 것이다. 그것은 마치 무중력 상태와 같았다. 모든 물리 법칙을 어기고, 나의 몸의 방향조차도 통제를 상실한.
그제야 깨달았다. 나는 두려움 때문에 떠올랐다는 사실조차 떠올리지 못했다는 것을. 비상은 희망의 상징이라지만, 내겐 무법지대 같았던 것이다.
그 기억의 끝에서 나는 버둥댔고, 허우적거리는 꼴이 곧 추락할 것 같았다. 아무래도 인간은 날 수 없으니까. 이런 상황일수록 안정을 되찾아야 했다. 다시 내 몸의 주도권을 잡아야 했다.
어쩌면 날기를 두려워했던 마음속 이유 없는 불안함이 나를 추락하게 하는 건 아니었을까 생각해 봤다. 그러고 보니 그 꿈의 결말이 생각나지 않았다. 그리고 난 여전히 두려웠다. 하지만 벽 너머의 탁 트인 시야를 보니, 무언가 큰 짐이 덜어지는 기분이었다.
자연법칙을 거스르는 일도 있다면, 내 마음속 이유 없는 불안함을 거슬러도 괜찮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들었다. 나는 다시 발자국을 따라 벽으로 달려간다. 다른 세계로 날아갈 마음의 준비를 마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