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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시랍시고

알약의 비밀

그 알약과 그 물약의 유일한 공통점은...

by 단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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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먼 옛날

어느 명의(名醫)가

평생을 걸고 심혈을 기울여

거의 모든 병을 치료할 수 있는

물약을 만들어 내고는

이내 죽었습니다.


이 물약은 정말

정확한 용법대로 먹기만 하면

앓고 있는 거의 모든 병이 깨끗이 나을 수 있는

명약이었지만

한 가지 흠이라면,

몸서리쳐질 만큼 쓰다는 것이었지요.


용법이란,

한 번에 꿀떡 마셔 버리는 게 아니고

한 모금씩 입에 머금고

여러 번 곱씹은 후 삼켜야 하는 것이었는데

대개는 한 모금 입에 머금자마자

뱉어내기 일쑤였지요.

그래서 널리 알려지지 못했습니다.


그런데,

한 장사꾼이 이 물약에다

각종 감미료, 인공색소,

향료, 탈색제 등을 섞고

한참을 끓여서

빛깔도 곱고 맛도 좋은데다

한 번에 꿀꺽 삼킬 수 있는

알약을 만들었습니다.


한 가지 문제라면,

이런 첨가물들이 섞이고 가공을 하면서

원래 물약의 약효는 말끔히

사라지게 된다는 것이었죠.


하지만 그 장사꾼은

아주 오래전 명의가 만든 약이라며

팔기 시작했고

그 약은 날개 돋친 듯 팔렸습니다.


이를 보고는 너도나도

그 약에 이것저것을 섞기 시작했고

심지어 어떤 장사꾼은

병이 낫기는커녕 죽을 수도 있는

독약이나 마약을 섞어 팔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그렇게...

그 명의(名醫)의 이름을 딴 알약들은

갖가지 상품으로 쏟아져 나왔고

사람들은 이런 사연을 알지 못한 채

그 알약을 즐겨 사 먹었습니다.

사실은 이젠 아무런 약효도 없어지고

오히려 몸에 해로운 독소들이 담긴

그 약을 말이죠.


플라시보 효과라고 하던가요?

어떤 이는 그 알약을 먹고

병이 나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어떤 이는

아직 덜 먹어서 약효가 안 나타나는 것이라며

계속 사 먹습니다.


또 다른 이는

몸이 점점 안 좋아져 감에도,

이미 그 알약에 중독되어

알약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면서

점점 미쳐 갑니다.


그리고...

그렇게 미쳐가는 이를 보는 사람들은

아주 먼 옛날

평생을 바쳐 물약 하나 만들고 죽었던

바로 그 명의(名醫)를

"돌팔이 의사"라고 손가락질합니다.


이미 시중에 잘 알려진 모든 알약으로부터

참으로 얻을 수 있는 것은 오직

포장지에 빠짐없이 찍혀 있는, 혹은 도용된

그 명의(名醫)의 '이름' 뿐...


하긴...

그 '이름'만을 힌트 삼아,

오랜 고생 끝에

결국 원래 명의(名醫)가 만들었던

'물약'을 발견하는 행운아도

없지는 않더라지요...


- 2009년 성탄절 즈음 씀 -


사진출처: https://pixabay.com/ko/photos/%EA%B1%B4%EA%B0%95-%EC%95%BD-%EC%9D%98%EC%82%AC-8468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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