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철 경험

1일 1긍정 97/365

by 김종욱

어째서 사람들은 매년 벚꽃 구경을 가는 걸까 하는 의문을 며칠째 품고 있었다. 오늘 그 해답을 알았다.


사실 나도 매년 벚꽃 구경을 간다. 개화 시기를 뉴스로 챙겨보고, 집과사무실 근처에서 하루하루 벚꽃이 얼마나 얼굴을 펼치는지 관찰을 한다. 그러다가 '이제 가자'라는 결심을 하게 되는 때가 오고, 퇴근 후 저녁이든 주말 한낮이든 꼭 외출을 다녀온다. 벚꽃나무 아래에서 사람들은 서로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때때로 꽃잎 비가 내릴 때면 탄성과 함께 자연이 그려주는 예술 작품에 빠져든다.


문득 의문의 들었다. 작년에 봤던 것과 올해 보는 것이 똑같은 모습이고, 그 벚꽃이 그 벚꽃인데 나는 왜 매년 이 나들이를 계속하는 걸까. 나 말고도 다른 사람들도 다 비슷하고 말이다. 머릿속 질문은 이렇게 요약됐다. '매년 피는 벚꽃, 늘 똑같은 모습인데, 왜 사람들은 그걸 다시 보러 갈까?'


아내와 이 주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그러다 뜻밖에도 간단한 해답을 아내가 알려주었다. "과일처럼, 꽃도 제철이 있으니까."


삶에는 '제철 경험'이라는 게 존재한다는 걸 배우게 되었다. 제철 경험이란 것은 다른 이유가 필요하지 않은, 그 자체로서 나를 끌어당기는 무언가라는 결론을 내렸다. 제철 과일이 다른 설명 없이도 그냥 우리 입맛을 끌어당기듯, 제철 경험은 그냥 그 존재만으로도 마땅히 즐겨야만 하는 것이다.


벚꽃은 대표적인 제철 경험이다. 매년 찾아오지만, 즐길 수 있는 기간은 길어야 2주다. 1년이 52주인데, 그중에서 분홍 꽃잎을 눈으로 감상할 수 있는 시간이 겨우 1주나 2주에 불과한 것이다. 그 찰나를 놓치기가 싫어서, 그 짧은 기간에만 볼 수 있는 꽃바람과 꽃비를 구경하고 싶어서, 사람들은 만사를 제친다. 다른 이유가 필요하지 않다. 사람의 본능은 제철 경험을 따라가도록 설계되어 있나 보다.


다른 계절에도 제철 경험은 우리를 반겨준다. 여름이면 무더위 속 시원한 빙수와 물놀이가, 가을이면 노랗고 빨간 단풍잎이, 겨울이면 펑펑 내리는 눈송이가 제철 경험이 되어줄 것이다. 다른 이유가 필요하지 않은, 그 존재만으로도 우리를 행복하게 해주는 제철 경험들.


2026년 벚꽃 시즌이 끝나간다. 올 봄 제철 경험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남은 꽃잎들을 더 정성스럽게 바라보아야겠다. 분홍이 지고 그 자리에 차오르는 초록에도 더 유심히 시선을 주어야겠다. 이제 삶에서 만나는 많은 사소한 것들을 더 진심으로 즐길 수 있을 것 같다. 아무런 설명이 필요하지 않은, 제철 경험들이니까 말이다.


1일 1긍정

97/365

작가의 이전글이런 어른을 만날 수 있는 것은 행운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