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날 제사상차림법을 둘러싼 오랜 논쟁이 있다. 매년 명절이 되면 “홍동백서 맞췄어?” “조율이시 순서 틀렸네” 같은 말들이 오가고, 전을 수십 장 부치다 지쳐 쓰러지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그런데 이 모든 규칙이 과연 조상님들이 남기신 진짜 뜻이었을까?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가 공식적으로 정리한 기준을 보면, 우리가 믿고 따랐던 많은 부분이 사실 근거 없는 관습이었다는 사실이 드러난다.
이번 설날, 설날 제사상차림법을 완전히 새롭게 바라보는 시간을 가져보자. 복잡한 격식 대신 정성과 가족이 중심이 되는, 훨씬 가벼운 방식으로.
명절 준비가 고역인 이유 중 하나는 너무 많은 규칙 때문이다. 과일은 반드시 홍동백서로, 밤·대추·배·곶감은 조율이시 순서로, 전은 종류별로 최소 5~7가지는 해야 한다는 식이다. 하지만 성균관 의례정립위원회가 여러 차례 공식 입장을 밝힌 바에 따르면, 이런 세부 규정 대부분은 경전에 명시된 바가 없다.
오히려 『예기』에는 “대례필간(大禮必簡)”이라는 말이 나온다. 큰 예는 반드시 간략해야 한다는 뜻이다. 즉, 화려하고 복잡한 상차림이 아니라 본질에 충실한 간결함이 더 중요하다는 가르침이다.
성균관 기준으로 가장 권장하는 기본 구성은 아래와 같다.
술 (잔)
송편 또는 떡국
나물
구이(적)
김치
과일 4가지
이 9가지가 핵심이다. 필요에 따라 육류 한 접시나 생선 한 종류를 더해도 되지만, 기본 9가지만으로도 충분히 예를 갖췄다고 본다.
국민 설문조사에서도 응답자의 약 50%가 “5~10가지 정도면 적당하다”고 답했다. 많이 차리는 것이 미덕이 아니라, 정성 들여 준비한 마음이 더 중요하다는 인식이 점점 퍼지고 있다.
경전 어디에도 “사과는 동쪽, 배는 서쪽”이라는 말은 없다. 과일은 신선하고 보기 좋게 놓으면 그만이다.
기름에 지진 음식은 오히려 피하라는 유학자의 가르침이 많다. 퇴계 이황, 명재 윤증 같은 분들도 기름진 음식을 상에 올리지 말라는 말씀을 남겼다.
예의는 음식의 양이나 가짓수가 아니라 마음에 있다. 돌아가신 분이 생전에 좋아하시던 음식을 한두 가지 올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정성이 전달된다.
사진을 모셔도 괜찮다 → 지방 대신 가족 사진을 두는 가정이 늘고 있다.
성묘 시기는 가족이 정한다 → 차례 후에 가는 집, 차례 없이 바로 가는 집 모두 인정된다.
양가 차례도 강박 버리기 → 서로의 상황을 고려해 스케줄을 조정하는 것이 현실적이다.
비용은 10만 원대면 충분 → 국민 10명 중 8명이 20만 원 이하를 적정 비용으로 본다.
설날 제사상차림법을 바꾸는 가장 큰 이유는 격식을 지키기 위해서가 아니라, 가족이 덜 지치고 더 행복하게 명절을 보내기 위해서다. 전 부치는 냄새 대신 아이들과 함께 웃고, 부모님과 오래 이야기 나누는 시간이 늘어나는 명절. 그것이야말로 조상님들도 가장 기뻐하실 모습 아닐까.
설날 준비가 부담이 아니라 설렘이 되길 바란다. 올해는 조금만 덜어내고, 그 빈자리를 가족의 온기로 채워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