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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매그놀리아 Aug 18. 2022

토니 타키타니, 스포 없는 단평

별점 4.5/5점, "그 고독한 인생에서 언뜻언뜻 보이는 내 모습"

<토니 타키타니>를 어제 보았다. 유튜브에서 1650원에 대여했다. 1시간 17분의 짧은 영화라 가볍게 볼 생각을 했던 걸까. 과외에 가기 전에 빠르게 볼 생각으로 허겁지겁 보기 시작했다.

굉장히 좋았다. 무라카미 하루키 원작인지라 굉장히 단순하고 쓸쓸한 플롯이 특징이다. 영화의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계속 비슷한 분위기에 비슷한 음악인데도, 압도되지 않을 수 없었다. 서사적인 아름다움이 <토니 타키타니>의 기본적인 감정인 우울함을 만나 빛을 발한다. 이토록 잔잔하고 감정적이지 않으면서 관객들의 마음을 마구마구 때리는 영화는 <8월의 크리스마스> 이후 거의 처음인 것 같다. 류이치 사카모토의 음악은 그러한 영화의 주제를 더욱 부각한다. solitude라는 이름의 그 쓸쓸하고 처량한 곡은 몇 번이고 나오는데도 나올 때마다 울컥하지 않을 수 없었다. 언젠가 사카모토 모음집 영상에서 들었던 곡인 것 같은데, 그때는 그냥 "좋다..."하며 들었다면 이제는 토니 타키타니의 그 쓸쓸한 뒷모습을 떠올리며 들을 것 같다.


영화는 시종일관 우울하다. 토니는 예술가로서 성공한 듯 보이지만 그나마 있는 유일한 가족인 아버지는 토니의 어린 시절에 토니 옆을 지켜주지 않아 토니가 어린 시절을 쓸쓸하게 보내는 데 일조했고, 아내를 만나 결혼하고 잠깐 좋았지만 그마저도 아내가 떠나 버리며 토니는 다시 우울해진다. 오른쪽으로 카메라가 이동하면서 암전되는 영화의 독특한 연출은 마치 책을 넘기는 것 같은 느낌을 주는데, 암전될 때마다 영화를 보고 있는 나의 어딘가 모르게 비어있는 얼굴이 노트북 화면에 비쳤다. 이처럼 나는 어느샌가 영화에 나 자신을 투영하며 보고 있었다. 부모님 두 분 다 계시는 환경에서 토니보다 훨씬 유복하게 자랐고 아직 미래가 창창한 고등학생인데, 그 고독감은 인간 누구에게나 상주하고 있어서일까. 나 또한 소심한 사람이라 그럴까. 토니 타키타니보다 행복해지고 싶다는 생각이 내 머리를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인간 누구에게나 고독의 슬픔은 찾아오기 마련이기에, 언제든 찾아올 그 쓸쓸하고 처량한 감정을 받아들일 준비를 하고 있다. 그처럼 언젠가는 행복도 찾아오겠지, 하는 마음으로. 부정적이지만 긍정적으로. 일제강점기라는 시련에서 어떻게든 발버둥친 백석 시인의 마음을 헤아려보는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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