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이지만, 꿈꾸는 한약사입니다.
1층에서 4년간 운영하던 한약국을 2층으로 옮겼다. 주변 사람들이 이야기했다. 1층에서 하는 게 더 낫지 않느냐고~쌍둥이 딸들이 초등학교에 들어가면 12~1시쯤 학교가 끝나는데 집에 사람이 없으니 내가 한약국으로 데려와야 했다. 워킹맘들은 그럴 때 학원을 돌리든지, 주변에 사시는 부모님 찬스를 쓰던지, 그도 아니면 돌봐주시는 이모님들을 구하는데 난 이런 방법을 선택할 수도 없었고 무엇보다 그러고 싶지 않았다.
간식도 챙겨주고, 애들이 낮잠을 잘 수도 있고, 또 가끔씩이라도 아프게 되면 내가 돌봐야 하는 상황이라 초등입학 전 조금 더 넓고, 조금 더 월세가 저렴한 2층으로 옮겨야겠다고 생각했다. 애들이 쉴만한 방을 따로 만들어놓고, 학교가 끝날 때쯤 애들을 데리러 갔다. 애들 데려 오느라 1시간은 문을 닫아야 했다. 같은 반 애들하고 운동장에서 놀고 싶어 하니 그거 기다려주느라, 엄마들 모임 있어서, 그렇게 몇 년 생활을 하다가 코로나가 왔고, 학교를 가지 않는 아이들을 데려올 수가 없어 점심을 챙겨주러 집을 오가니 중간에 또 2시간 문을 닫았다.
'이 집은 올 때마다 문이 닫혀있어~'
'에고, 퇴근도 빨리하네. 공무원이야 뭐야?'
맞다. 난 배짱 좋게 퇴근도 빠르다. 6시에 문을 닫는다. 저녁을 챙겨줘야 해서 그 시간에 정리를 한다. 한 동안은 중간에 문을 닫거나, 일찍 끝내는 문제로 혼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다.
나도 취미로 한약국 하는 거 아니고, 여유 있어서 되든 안 되는 하는 거 아닌데, 잘하고 싶고, 일에 집중하고 싶은데 육아로 포기하거나 내려놔야 하는 일들이 무척 많았던 거다.
일 욕심 많던 내가 한동안 육아와 일 사이에서 균형잡지 못하고
나의 무능력과 저질체력을 자학하고 있을 때 남편이 흘리듯 말했다.
'애들 크면 그땐 시간이 많아질 거야. 그때 당신이 하고 싶은 거 하면 돼'
그때는 내가 몇 살일까? 체력이나 능력이 될까?
결국은 나와 합의를 봤다.
어차피 둘 다 잘 해낼 자신 없으면 할 수 있는 만큼만 하고, 상황을 인정하고 받아들이자.
한약국에 자주 오시는 분들에겐 자주 비우는 시간을 미리 알려드리고,
처음 오시는 분들을 위해 미리 전화 후 방문해 달라고 공지를 하고 있다.
애 챙기느라 한약 소홀히 할까 봐 일부러 요약집 만들고, 제본하고, 유튜브 찍으며 어떻게든 관리(?) 중이다.
그 뒤부터는 중간에 한약국 문을 닫게 되면, '애들 챙기는 거니까 당연한 거야. 이건 중요한 일이야'라고 날 위로하고, 한약국에 집중할 시간이 되면 '그래도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너무 감사하다. 제대로 해야겠다'라며 최대한 날 다독인다.
아랫집에 새로 생긴 반찬가게가 요즘 자주 문을 닫는다.
'아이가 어려서 잠깐 비웁니다~' 한참 손님 많을 시간에 가게 문을 닫는 저 엄마의 마음은 지금 얼마나 복잡할까? 안쓰러운 마음 반, 대견하단 마음 반이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은 책임감이 없어서 하는 일을 중간에 멈추는 게 아니라, 더 중요한 일을 하느라 멈추는 거다. 문득문득 위축되고 기운 빠지겠지만, 그 시간들 잘 버텼으면 좋겠다.
감사히도 아이들이 잘 크고 있으니, 나도 몇 년만 더 버티면 애들 밥 신경 안 쓰고 애들 챙기는 거 달력에 쓰지 않고 오롯이 내 일에 집중할 날이 올 거다. 올 때마다 문닫힌 한약국, 그 어려운걸 제가 해내는 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