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손님들 덕분에 버텼습니다(4)

생계형이지만, 꿈꾸는 한약사입니다.

아이들이 5~7살 무렵일 때 한약국에 데려오면 특히 정신이 없었다. 아이들이 따로 쉴 수 있는 공간을 마련해 두고, 간식거리를 옆에 챙겨두긴 했지만 엄마의 상담을 기다려주기엔 애들이 너무 어렸다. 같이 일하는 직원도 있었지만, 아이들을 돌봐주시는 보모는 아니었기에 화장실에 데려가거나 먹는 거 챙길 때 수시로 내 손이 꼭 필요했다. 열심히 상담 중인데 불쑥 들어와서 '엄마, 나 화장실''엄마, 이거 먹어도 돼요?' '잠깐만요. 죄송해요~'하며 아이들을 챙기러 갈 때 속이 많이 상하고 힘들었다. 나를 믿고 찾아오신 환자분들이 이런 어수선함을 불쾌해하지는 않을까, 혹은 내가 짓는 한약을 우습게 생각하지 않을까 하는 묘한 불안감들....


그럴 때 특별히 고마웠던 분들이 엄마 손님들이다.

뭘 하든 엄마 껌딱지인 그 상황을 이해해 주고, 기다려주던 엄마 손님들의 배려가 그나마 날 버티게 해 주었다. 가끔 상담 중에 아이들이 불쑥 튀어나오는 걸 보시고 놀라는 분들도 계시고, 아이들의 어수선함을 불편해하는 분들도 계셔서 그때마다 입은 '죄송해요. 애들이 어려서요~'말하며 눈은 아이들에게 레이저를 보낸다 '얘들아, 엄마가 상담할 때는 조용하라고 했지~'


그래서 나도 어딜 가면 어린아이를 키우는 엄마들의 정신없음을 이해한다.

아이는 키워야 하고, 일은 해야 하고 어떡하겠나? 그나마 사업장이라도 있으니 나는 애들을 데려 오기라도 했지. 회사 다니는 분들은 아마 속이 말이 아닐 거다. 애가 아프다는 걸 알면서도 퇴근시간까지 꼼짝할 수 없고, 병원이라도 데리고 가려면 반차 내야하고, 이런 일상의 고달픔을 버티지 못하면 경력단절이고, 용케 버티면 경력유지 하는 거다.


여름방학, 겨울방학 때는 출퇴근도 같이 하고 하루종일 같이 있었는데 정말 쉽지 않았다.

세련된 전문직으로 경력을 쌓고 싶은 나 vs 애 둘 데리고 한약국 출근하는 아줌마 사이에서 내적갈등 하다가 '그래도 내 손으로 애들 키우면서 경력유지 하는 게 어디야?'라며 초긍정의 합리화로 정리했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의도치 않게 민망한 일도 자주 생기고, 남에게 민폐(?) 끼칠 때도 있다. 하지만 그런 경험덕에 이해심도 생기고, 마음도 더 넓어진다. 특히 육아 중인 엄마들과 상담할 때 이런 경험은 많은 도움이 된다. 육아의 고단함, 일하는 엄마의 고민, 본인과 아이 사이에서 균형 잡기 힘든 마음, 나도 똑같이 고민하고 힘들어하던 부분이라 공감해 주면 약으로 시작한 이야기가 고민상담 비슷하게 끝날 때도 있다.


애들을 한약국에 데리고 다녀서 그런지 자주 오시는 분들은 아이들의 근황을 물어봐주신다.

'쌍둥이들 많이 컸죠?'

'에고, 유치원 다닌다더니 벌써 중학교 갔어?'

'이 집 애들이 우리 손자랑 동갑이라 기억하지~'

손님 입장에서는 어수선하게 느껴질 수 있는 그 시절을 이해해 주던 고마운 엄마 손님들 덕분에 그래도 잘 버텼네요.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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