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이딴 게 책이야?-나도 쓰겠다-응, 일단 써봐!

책 쓰기 도전중인 꿈꾸는 한약사입니다.

대부분 서른이 되어갈 때 인생에 관한 고민을 많이 한다던데, 난 이것마저 느린지 마흔이 되어갈 때 헛헛함과 허무함에 힘들어했다. 이렇게 마흔이 되는구나. 하는 거 없이 40년이나 살았구나. 녹아내리는 자존감을 억지로 되살리려고 책을 읽기 시작했다. 뭐라도 읽고 있으면 그 시간 동안은 딴생각을 덜하게 되고, 책을 읽고 나면 한 구절이라도 마음에 남아서 내가 조금씩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전공책 외에 책이란 걸 읽어보지 않아서 한동안 유행하던 한 분야 책 100권 읽기로 시작했다. 다이어트에 관한 책을 40권쯤 읽다 보니 슬슬 책 읽는 게 힘들지 않아 졌고, 베스트셀러, 자기 개발서, 스테디셀러, 문학, 에세이 등 전보다는 겁내지 않고 책을 읽게 되었다. 엄마들과 독서모임도 하면서 책 읽는 즐거움과 고마움을 누리다가 슬쩍 마음이 바뀌었다.

-이 책은 잘 썼네~, 에이~이게 뭐야? 이런 걸 책이라고 쓴 거야?-

슬슬 감춰왔던 교만함이 올라오기 시작한다. 일본작가는 어떻고, 미국작가는 어떻고, 이런 책은 가치가 없고~

책을 읽을수록 욕심까지 생긴다.

-나도 책을 써봐야겠네. 괜찮은 생각이네. 왜 그 생각을 못했지?-

눈으로 읽고 비판하는 건 어렵지 않은데 막상 글을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으면 한 줄도 쓰질 못한다.

-뭐지? 쓸게 많다고 생각했는데, 정리가 안 된 거겠지?-

이런 시간이 무려 몇 년은 지나갔다.

글이란 건 대충 생각을 쓰면 되는 거고, 글을 모으면 책이 되는 거고~ 정말 내가 미쳤었나 보다!

이 시간 동안 내가 느낀 건 책을 읽는 것과 글을 쓴다는 것, 책을 쓴다는 건 전혀 다르다는 거다.

그럼 연기는 대충 대본을 외우고, 외운 대로 말하면 연기가 되는 거겠네?

내가 기억하는 한 4년 전부터 [책 쓰기]는 새해 버킷리스트가 되었고,

운동하기, 다이어트, 영어공부만큼이나 머릿속에 떠나지 않는 꿈이 되어갔다.

지금은 그래도 몇 장씩은 써내려 가지만, 이젠 어떤 책을 봐도 감히 가치가 없다는 둥, 책이 별로라는 둥 시건방을 떨지 않는다. 어떤 책이라도 한 구절이든, 한 페이지든 배울 부분이 있고 저자는 책을 끝까지 완성했으니까. 2단도 못 외웠으면서 구구단 외우는 사람한테 '뭐야? 겨우 구구단? 난 또 십구단 외우는 줄 알았네~'하는 꼴이란 걸 누구보다 잘 알았으니까.

책을 썼다는 건 적어도 같은 주제에 관해 다른 사람의 책을 수십 권은 읽었단 얘기고, 자신의 생각을 정리해 냈다는 거고, 그것들을 자신만의 글로 표현해 냈다는 거다.

경험하지 않으면 시시해 보이는 모든 것들이 내가 경험하는 순간 다르게 느껴진다.

아주 예전에 유행하던 '체험! 삶의 현장'을 보면 출연하는 사람들이 딱 하루 다른 직업을 경험해 보고, 이게 힘들고, 이게 어렵고 한참을 떠든다. 그 일을 수십 년 하던 사람은 그냥 묵묵히 하던 대로 한다. '원래 그래요~'하면서 말이다.

나의 첫 책이 언제 완성될지 지금으로서는 막막하다. 아이들에게 '엄마의 올해 목표는 책을 내는 거야'하며 6개월 전부터 떠들고는 있는데 점점 자신이 없어진다. 이런 어려움을 헤치고 책이 나왔다 해도 무척 시시하고, 별거 아닌 책이 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 그럼에도 내가 포기하지 않으려는 이유는 책의 엉성함이 주는 부끄러움보다 해보지 못한 아쉬움이 나를 더 괴롭힐 거 같아서다. 창피하면 좀 어떤가? 조금씩 나아지면 되지 않겠나? 지금은 창피함보다 책 한 권 낼 수 있느냐 없느냐가 나에겐 너무 큰 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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