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출간기획서-출판사 원고투고-난 행동파!-그 후
책 쓰기 도전 중인, 꿈꾸는 한약사입니다.
- 출간기획서를 쓰다 보면 깨닫는 일들 -
어디서 그런 용기가 생겼는지 모르겠지만, 출간기획서라는 걸 쓰기 시작했다. 괜찮은 자료를 다운로드하여 조금 바꿔보고 잘 쓰는 법을 찾아보면서 빈칸을 채워나갔다. 회사에서는 기획서를 자주 쓸 테지만, 자영업을 하는 나에게 기획서는 좀 부담스러운 양식이다. 정장 입고 발표하는 기분이랄까?
쓰다 보면 일차 현타가 오는데 어떤 책을 쓸지가 명확하지 않으면 빈칸을 채울 수 없다는 거다.
처음부터 뚜렷하게 주제가 정해진 상황이면 괜찮겠지만, 두루뭉술하게 시도한 상황이라면 뭘 써야 할지 고민이 된다. 빨간 휴지를 고를지, 파란 휴지를 고를지 하나를 정해야 한다.
-네가 원하는 게 진짜로 뭐야? 그 나이를 처먹도록 그걸 하나 몰라?-
살면서 나에게 자주 하는 질문이기도 하지만, 기획서를 쓰면서 더 자주 했다.
그러니 보여줄 일이 없더라도 출간기획서 한 번쯤 써보는 것도 머리 정리하는데 도움 될 거다.
- 출판사가 이렇게 많다는 걸 처음 알았네 -
출판사 리스트를 모으다가 출판사마다 주력으로 하는 분야(에세이, 문학, 실용, 어린이...)가 따로 있다는 걸 알았다. 출판사는 모~든~ 분야의 책을 내는 게 당연하다 생각했는데, 식당도 학원도 주력상품이 있는데 모든 걸 섭렵한다는 게 더 말이 안 된다는 걸 깨달았다. 대형출판사는 모든 분야를 다루기도 하지만 그 외는 대부분 주력분야가 있다. 건강실용서를 쓰고 싶었던 나는 그 분야의 출판사들을 모아나갔다. 인터넷 서점에서 분야별 책의 출판사를 따고, 서점에 가서 건강분야 출판사 리스트를 사진 찍어오고, 생각해 보면 그때가 평안했다. 건강분야 출판사 리스트만 50군데가 넘어간다. 책을 안 읽는 시대라는데, 출판사가 정말 많다. 내가 너무 세상을 몰랐네~
- 출간기획서를 낼 때 기본적인 이야기와 정말 중요한 이야기 -
유튜브로 며칠간 출간기획서 영상을 뒤졌다. 출판사 대표 or직원들이 책을 내는 것에 관한 정보를 많이 알려주시는데 출간기획서를 낼 때 단체메일 말고 꼭 하나씩 보내고, 출판사명 틀리지 말고, 성의 있게 쓰고, 할 수 있으면 본인의 책을 어떻게 마케팅할 수 있는지 같이 보내라고 하신다. 책을 쓰는 사람에게는 추억일 수 있지만, 책을 발행하는 출판사 입장에서는 그 책에 투자할 가치가 있느냐는 사업성이 중요하다는 말이다.
당연한 말인데 잊고 있었다. 개인에게 책 쓰기는 낭만적인 경험이지만, 출판사는 낭만이 아닌 사업이라는 거~
출판사도 직원들도 월급, 유지비를 만들어 내야 한다는 거. 충격이었다. 내가 쓰려는 책이 잘 팔릴까? 내가 어떻게 팔 수 있을까? 다시 생각해 본다. 이 책을 꼭 써야 할까? 자비출판을 해야 하나?
며칠을 그냥 보낸다.
-드디어 원고투고. 난 행동파였다-
서점에 간다. 책을 읽어본다. 그래 이 정도도 책으로 나왔으니 내가 쓰려는 책도 괜찮을 거야.
자신감을 충전하고 자기 최면을 잔뜩 걸어놓고, 원고를 투고하기 시작한다. 정성 가득한 맘으로 하나씩 보낸다. 출판사명과 메일주소 틀리지 않은지 꼼꼼히 확인하고, 나름의 공손함을 가득 담는다.
며칠간의 원고투고 후 기대감에 하루하루가 즐거웠다가, 불안함에 흔들렸다가 좀 묘했다.
첫 번째 거절답장! 출판사라 그런지 거절답신도 정성스럽고 예의 바르다. 짝사랑하는 남자한테 차인 것처럼 기분이 우울하다. '도대체 왜 내가 싫다는 거야? 왜?' 따져 묻고 싶지만 그러면 안 되는 거 안다. 난 배운 사람이다.
두 번째 거절답장! 상냥하고 친절하게 또 차였다. 처음보단 덜 아프지만, 그래도 기분이 안 좋다.
세 번째 거절답장! 역시 사람은 적응의 동물이다. 이젠 쿨해지고 있다. 그럴 수 있어. 이해해!
지금쯤은 깨달아야 한다. 내가 쓴 글이 의미가 없거나, 사업성이 없는 거다. 인정해야 한다.
띵동! 보내주신 원고를 재미있게 검토했습니다. 샘플원고를 더 보내 주실 수 있나요?
세상에~! 이런 귀인이~!
내가 혹시 전생에 나라를 구한 건가?
좋아서 실실 터져 나오는 웃음을 참는다. 내가 너무 잘 나가면 사람들이 질투할 수도 있잖아?
그땐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