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감당하는 게 제일 힘들지만, 일단 해봅시다(6)

생계형이지만, 꿈꾸는 한약사입니다.

유머차를 이끌고 들어오는 젊은 엄마.

날이 더워서인지, 애를 데려오느라 힘든 건지 한동안 숨을 고른다.

다이어트 한약을 먹기엔 너무 마른 체형이라, 한약을 물어보러 왔나 보다 짐작한다.

"저 상담 좀 할 수 있어요?"


그때부터 시작된 엄마의 고민상담은 40분을 넘기고 있다.

이야기 속에서 증상을 정리하고 한약을 제안하는 게 내 직업인데, 40분이 넘도록 숨차게 쏟아지는 말속에서 어떤 약을 줘야 할지 핵심을 찾지 못하고 있다. 점점 미궁 속으로 빠져든다. 1시간쯤 되어 갔을 때 알아냈다. 이 젊은 엄마는 지금 자기 이야기를 들어주고, 자기편을 들어주는 누군가가 필요하구나. 거기에 내가 당첨된 거구나. 자꾸 자신의 편이 되길 바라는 엄마에게 ' 불편한 증상을 약으로 도와드릴 수는 있겠지만 제가 도와드릴 수 있는 부분이 없네요.'


아이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을 다니는 시기엔 같이 어울릴 수 있는 친구들을 찾아주는 게 엄마의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이다. 착한(?) 친구들, 괜찮은(?) 엄마들을 찾아 그룹을 재빨리 만들어간다. 아파트 놀이터 투어, 동네 키즈카페 투어, 아이들을 데리고 엄마들이 자주 가는 코스가 정해진다. 이게 더 발전하면 문화센터도 같이 다니고, 학원도 공유한다. 같이 어울릴 그룹을 너무 재고 따지다가 엄마들 사이에서 좋지 않은 평판을 듣는 중인 거 같다.


나의 육아경험으로 위로하고, 공감하며 이야기를 들어주면서 약국일도 하고 정신이 없다.

1시간 20분을 넘기고서야 엄마가 말한다.

"그래도 얘기하니까 좀 편하네요~" 남편은 너무 바빠서 이런 이야기를 들어주지 않는단다.

'저기요. 저도 지금 바쁘거든요~'

"제가 **엄마에게 이런 실수는 했지만~, 제가 **엄마에게 이렇게 말은 했지만~ 그래도 어떻게 그렇게 할 수가 있어요?"

음... 본 적도 없는 사람의 편을 들 수도 없고, 애기엄마 말만 듣고 이 사람 편을 들 수도 없다.

지금 이 순간 균형을 잘 잡아야 한다. 말 잘 못하면 순식간에 나락으로 갈 수도 있다.

'엄마가 행복해야 아이도 행복하대요. 너무 아이에게 신경 쓰지 말고, 편하게 지내보세요~'

'지금도 잘하고 있으니, 기운 내요! 지금 아이에겐 엄마가 하늘이에요~'

온통 신경이 아이뿐이라 일상이 매몰되어 가는 엄마가 안쓰럽기도 하고, 조금은 답답하기도 하다.

어찌어찌 격려하고 위로해서 돌려보냈는데, 퇴근 즈음에 약국으로 전화가 왔다.

"저, 아까 갔던 애기엄마인데요. 상담 좀 할 수 있을까요?"

'죄송한데, 제가 지금 퇴근준비 중이라서요~' 좀 무서워진다. 엄마에게 조심스레 전문상담을 권해본다.


아이를 낳고 키우면 모두 처음이 있다. 세상의 모든 엄마, 아빠들은 첫아이를 낳고 키운다.

다들 어설프고 서투르지만 아이를 키우면서 본인도 커 나간다. 나도 역시 그러는 중이다.

어른이지만 본인을 감당하지 못하는 순간도 종종 온다. 머리 따로, 행동 따로 일 때도 있다.

옆에서 들어주는 사람만 있어도 버텨내기 수월해지겠지만, 각자의 삶을 지켜내느라 옆을 돌아볼 여유가 없다. 외롭고 슬프겠지만, 스스로 위로도 하고 스스로 방법을 찾아봐야 한다. 그건 쓸쓸한 게 아니고, 당찬 거다. 나를 감당하는 게 제일 힘들겠지만, 일단 해봅시다. 다들 힘내요~!


P.S) 짧은 나의 경험으로 얘기해 보자면 그맘때 좋은(?) 친구들과 그룹을 만들어주려고 너무 애쓸 필요 없다. 마음 맞는 엄마들끼리 어울려 다닐 때는 편안하겠지만, 그렇다고 애들이 꼭 친해지지도 않는다. 애들은 아무 편견 없이 잠시 친하게 지내다가 커나가면서 자기들과 맞는 친구 만난다. 애들은 유치원 이전의 기억을 거의 잊는다. 어렵게 등록한 문화센터에서 뭐 했고, 누구랑 어디 갔고~ 까맣게 잊는다. 그냥 엄마만 애가 탈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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