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시기한 23년 여름휴가~! 후회된다면 위로가 되시길

생계형이지만, 꿈꾸는 한약사입니다.

코로나 이후 여름휴가를 길게 잡아 양가 부모님 댁을 다니는 게 우리 가족의 여름휴가다.

부모님께 아이들 보여드리면 너무 좋아하셔서 가고는 있지만, 여름휴가로 시댁과 친정은 기대되는(?) 선택지는 아니다. 착하지 않은데 착한 척하는 이상한 병에 걸린 나는 어딜 가나 밥 차리고 설거지를 도맡아 한다. 그럴듯한 며느리, 큰 딸 노릇을 하느라 나에게 양쪽 집안은 몸이 좀 힘들다. 이런 나의 비틀린 마음 때문인지 결국 사달이 난 거 같다.


부산에 도착한 다음날 경주에 한우물회 먹으러 갔다가 그 아까운걸 다 남기고 온다.

작년에 먹었던 그 음식이 맛있었다며 아이가 내내 기다렸는데 정말 몸이 안 좋은 거 같다.

병원에 가니 독감이란다.

약을 먹어도 39도 아래로 떨어지지 않은 열 때문에 다시 짐을 싸들고 올라온다.


시댁 식구들에게 괜히 독감이 옮을 수도 있고, 거기서 애를 간호하긴 좀 그래서이다.

시댁은 얼굴이라도 봤지, 친정엔 가보지도 못하고 전화를 드린다.

몇 달 전부터 애들 고기랑 짜장면 사주 시겠다며 벼르시던 친정부모님이 실망하신다.


애가 밥을 잘 못 먹어서 죽 끓이고, 장조림 만들고 바쁘다.

큰 애가 좀 나아진다 싶으니, 남편이 아프다. 열이 나고 밥을 잘 못 먹는다.

감기에 몸살이 겹친 듯하다. 서울-부산-경주-서울을 왔다 갔다 하느라 아플 만도 하다.


마트에 가서 둘러봐도 맘에 드는 찬거리가 없어서 내가 직접 만든다.

이왕 이렇게 된 거 반찬이나 만들자 싶어 김치도 담고, 이것저것 만들어낸다.

대충 사 먹지, 이 더운데 뭘 한다고~

누가 널 감시하니? 왜 그러고 살아? 참 답답하다!


둘째는 아프지 않고 잘 지내니 감사할 뿐이다.

남편이 서서히 나아갈 때쯤 드디어 내가 아프다.

'엄마는 아프면 안 된다'며 세뇌 중이었는데, 믿음이 좀 약했나 보다.

오래간만에 몸이 많이 아프다. 이 더운 여름에 몸살감기는 다이어트하기 딱 좋은 아이템이다.

일주일새 얼굴이 참 많이 상했다. 얼굴만 살이 빠지고, 체중은 그대로다.

최악의 다이어트가 된듯하다~!

얼굴보다 맘은 더 상한 거 같다.


벼르고 별러서 일주일이나 휴가를 낸 건데,

온 가족 돌아가면서 독감에 감기에 몸살 치르느라 집에서 밥 먹고 치우고 밥 먹고 치우며 지냈다.

어차피 똑같은 일 할 거면 부모님 얼굴이라도 보는 게 나았을 텐데,

나의 고약함에 당한 거 같다.


이럴 때는 인스타 같은 SNS를 절대 보면 안 된다.

바닷가나 휴양지, 맛있는 음식들, 즐거운 가족들, 멋진 카페....

그 모든 사진들이 날 더 비뚤어지게 만들 테니...

난 배운 사람이니, 마음을 가다듬고, 나를 잘 다스려서...

여름휴가를 잘 보냈다 치고, 다시 출근을 한다.


일주일 만에 만나는 고객들이 나에게 친절히 인사를 건네준다.

"휴가 잘 보내셨어요?"

나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대답이 튀어나온다.

"예~"

더 이상 삐뚤어지지 말자.

너의 올해 여름휴가는 최고였어~!

모든 건 다 마음먹기에 달린 거야~!

그냥 그런 걸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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