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계형이지만, 꿈꾸는 한약사입니다.
꼼꼼하지 못한 건지, 딱 관심 있는 것만 신경 쓰는 건지...
며칠 전부터 혼자 꺼졌다가 켜지기를 반복하는 핸드폰을 그냥 내버려 둔다.
소위 공대를 나왔지만, 문과적인 마인드로 너그럽게 핸드폰을 방치해 둔다.
곧 다시 살아나겠지. 늘 그렇듯~~
나의 무관심과 배려 없음을 참지 못한 핸드폰이 스스로 생을 정리한다.
핸드폰에서도 부팅오류 메시지가 뜬다는 걸 처음 알았다.
영화 속 장면 같았다.
내용은 달랐으나 뭐 비슷한 글씨체로 화면 절반쯤 뭐라고 뭐라고 글이 뜬다.
심상치 않은 상황임을 감지하고, 핸드폰 구입처에 갔다.
[메인보드가 나간 거 같은데요. 이건 서비스센터 가도 방법 없어요~]
전화번호와 카톡리스트를 건져야 한다는 마음으로 서비스센터를 갔다.
[이거 초기화돼서 아무것도 없어요~방법이 없습니다]
최대한 불쌍하고, 안타까운 표정으로 기사님께 부탁해 보지만 그의 진단은 바뀌지 않는다.
늘 그렇듯 결정적일 때 삶은 냉정하다.
휴가 때문에 신경을 많이 쓴 거니,
한약 짓느라 많이 바빴던 거니,
아님 어디가 안 좋니? 요즘?
날도 더운데 여기저기 쫓아다니며 복구불가능 소리를 듣고 마음이 상해버렸다.
나에게 화가 난 건지, 더위에 맘이 상한 건지, 말도 없이(?) 가버린 핸드폰에게 서운한 건지...
내가 알고 있는 유일한 번호는 남편번호뿐이다.
심지어 애들 번호도 헷갈린다.
당연히 부모님, 친구, 한약 관련 업체, 제약회사 직원번호 아무것도 모른다.
내가 사는 세계에서 갑자기 '팽'당한 느낌이다.
휴가전날 갑자기 떠나버린 핸드폰덕에 난 전화나 문자가 올 때마다
[죄송하지만, 소속과 성함을 좀 알려주시겠어요?] 답을 보내고 있다.
일상이 무척 신선하다.
그나마 연락도 드문드문한 친구들, 학교 동기들, 선후배들... 연락처만 없어진 게 아니고,
나의 인간관계가 싹 강제로 초기화되었다.
좀 창피하지만 카톡프로필에 올려본다.
'핸드폰사고로 연락처를 모두 잃어버렸어요~ 번거로우시더라도 카톡, 문자로 연락처 공유 부탁드려요~'
친구들아, 내가 예전보다 더 연락이 없더라도 너무 서운하게 생각하지 말아 주라.
나도 나름의 피치 못할 사정이 있어서 그런 거다.
쓰고 보니 요즘 나의 일상은 블랙코미디가 되어가고 있다.
그래, 좋게 생각하자~!
누가 다친 것도 아니고, 핸드폰이 그렇게 된 거야.
친구들 연락처야~~ 언젠가 알게 되겠지..... 언젠가.... 어떻게든....
......................................................................... 과연 그... 럴... 수... 있을까?
나의 카톡 프로필은 적어도 수년간 바뀌지 못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