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업과 꿈이 다르다는 거 어떻게 생각하세요?(2)

생계형이지만, 꿈꾸는 한약사입니다.

한 분야에서 30~40년 경력을 쌓아 베테랑이 된 분들을 종종 보게 된다.

티브이에서 보는 경력 많은 배우들, 한 가지 메뉴로 십수 년째 운영 중인 대박식당 사장님들, 전문직이라 불리는 직업을 가지신 분들 모두 평범한 사람들에게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한 가지 일을 오래 하다 보니 노하우와 내공이 어마어마하신 분들이고, 사회적으로 경제적으로 대부분 성공하신 분들이다. 그래서 꿈을 이룬 분들이라 생각하기 쉽다. 돈 많이 벌고, 유명해지면 꿈을 이룬 걸까? 그분들도 그렇게 생각할까?


어릴 때 '직업'하면 '변하지 않는 무언가'여야 한다는 부담감이 있었고, 꿈이 뭐냐 물으면 당연히 직업 중 하나라고 생각해서 의사, 선생님, 과학자... 이런 대답을 했다. 얼마 전까지도 그랬다.

요즘은 생각이 달라졌다.


좋아하는 일과 소득을 일으키는 일이 일치하면 무척 행운이지만,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하는 일(직업)이 좋아서 하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솔직히 말하면 내 주변엔 거의 없다. 그냥 기회가 되었거나, 배운 게 그거고, 일상에서 그걸 제일 익숙하게 잘할 수 있어서 하는 거다.

젊은 사람들이 들으면 시시하고 나약하게 들릴 수 있겠지만 내가 듣기엔 딱 현명하다.

먹고사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하면 그 이후 나아갈 수 있는 길이 거의 없다.

직업은 나의 재능과 재주로 잘할 수 있는 일을 선택하고, 꿈은 나를 행복하고 자유롭게 해주는 걸로 이뤄가는 것도 삶의 균형을 찾는 한 방법이라 생각한다.


이왕이면 꿈과 맞닿은 직업 중에서 선택하면 너무 좋겠으나, 이제 와서 돌이킬 수 없다면 지금의 직업을 쉽게 포기하지 말고 꿈을 다시 찾아보자. 나도 내가 책 읽는 거 좋아하고, 책 쓰는 걸 삶의 큰 목표로 삼게 될 거라 생각도 못했다. 살다 보니 꿈도 바뀌고, 없던 꿈도 생기더라.


간혹 늦게나마 꿈을 찾기 위해 전공을 포기하거나, 직업을 포기하고 재도전하고 싶다는 댓글을 보게 되는데, 그때마다 나의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다. 직업은 직업일 뿐인데, 직업이 꿈의 전부가 될 수 없는데...

사람들을 치료해 주는 게 좋고, 어릴 때부터 한약을 좋아했으니 이제라도 직업을 바꿔서 한약사가 되고 싶다는 분들에게 나의 첫 번째 대답은 '한방은 취미와 교양으로 공부하시고, 좋은 한약 자주 드셔서 관리하시는 게 더 행복하실 텐데~'이다. 한약이 좋아서 한약사가 되었지만, 그 한약으로 생계를 꾸려야 하는 순간 더 이상 내가 좋아하던 한약이 다른 의미가 되고, 피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약을 짓는 직업이 나에게 잘 맞는 편이지만, 그럼에도 이 직업이 내 꿈 자체가 되지 않도록 의식적으로 경계 중이다. 이 직업의 성패가, 운영하는 사업장의 성패가 내 꿈이 되면 한약국이 실패했을 때 나도 실패했다 여길까 봐 그게 두렵다. 직업은 내가 인생에서 바라고 도전하는 여러 꿈들 중 하나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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