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고 쓰고, 생각하자!
기 획 EBS MEDIA
지은이 오정호
초 판 2015년 8월
펴낸 곳 (주)메디치미디어
(P16) 대중을 유혹하고 싶은 사람들은 많다. 마케터, 광고인, PR담당자, 정부기관 대변인, 정치인, 블로거, 트위터리안, 시민단체 활동가들.... 하지만 모두들 대중을 설득한다고 주장하지, 아무도 대중을 조작한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대중에게 사실과 정보를 제공한다고 말할 뿐 아무도 대중을 속인다고 주장하지 않는다. 그들 중에는 '나는 대중을 이렇게 속였다'라고 속 시원하게 고해성사라도 한 사람이 과연 있을까? 내 기억에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들은 숨어있는 설득자들 hidden persuaders이다.
(P23) 대중의 심리를 이해하는 것과 대중 유혹의 기술을 살펴보는 것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앞뒤로 이어져 있다. 이 책에서 다루는 사례들 중에는 사람들을 놀라게 했던 사건, 즉 전쟁, 폭력, 소요, 정치적 혼란 등의 사회문제들도 자주 나온다. 여기서 우리는 무엇을 볼 것인가. 극단적인 사례라고 폄하할 필요는 없다. 세계적인 사회심리학자 엘리엇 애런슨의 "사회심리학은 그 흥미롭고 극단적인 사례를 통해 이 세상을 더 살기 좋은 곳으로 만들겠다는 분석가의 신념이 반영되어 있다"는 주장을 나는 존중한다. 이 주제로 책을 쓰고 있는 나의 최종목표도 그렇다.
(P57) 아메리칸 토바코 컴퍼니는 여성의 허리를 겨냥했다. 그들은 담배가 다이어트에 도움이 된다는 광고를 의사들의 조언, 유명배우와 모델, 발레리나의 사진과 함께 실었다. 충치를 유발하는 달콤한 디저트 대신 식사 후에 과일, 커피, 그리고 담배 한 개비가 좋다는 사회적인 자극을 다양한 미디어를 통해서 사람들에게 집어넣었다. 전문가들을 동원한 방법은 주효했다. 당연히 경쟁업체였던 설탕회사, 땅콩버터회사, 사탕제조회사 등으로부터 비난과 비판이 쏟아졌다. 하지만 힐은 이에 아랑곳하지 않고 두 번째 단계로 넘어갔다. 그것은 살찌는 음식, 단 음식을 줄이는 대신 '담배를 더 소비하는 것이 절제'라는 인식을 불어넣는 것이었다. '소비가 절제'라는 메시지는 다분히 모순적이었지만 사람들에게는 먹혀들었다. 그것은 명백히 새로운, 그리고 도발적인 프레이밍 전략이었다.
(P96) 국내 홈쇼핑 프로그램에 나오는 쇼핑 호스트들이 우리를 어떻게 설득하는지 떠올려보자. 초보 쇼핑 호스트들은 상품의 장점이나 기능을 설명하는데 정신이 없지만 느긋한 베테랑 쇼핑 호스트들은 그 상품이 당신의 집 어느 장소에 걸맞은지에 대한 느낌부터 전달한다. 더 나아가 그 상품을 통해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지에 대해 상상하게 해 준다. 이것은 아주 큰 차이다... 소유했을 때의 느낌을 바로 그 자리에서 상상하게 만드는 것. 그 과정 속에서 잠재적인 소비자들은 그것을 사야 할 이유를 스스로 찾는다.
(P132) 문제는 이 재미있는 드라마투르기의 흐름을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면 정작 보아야 할 현실 세계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다. 자신의 경험과 지식으로 인식하는 세상이 아닌, 미디어가 그려내는 사회적 현실 social reality을 무조건적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강해진다. 어떤 사회적 이슈나 갈등의 상황에서 드라마의 힘은 너무 강력해서 벗어나기 힘들다. 왜 그럴까?...드라마투르기는 조지 레이코프가 말하는 프레이밍 framing전략과도 통한다. 예를 들어 '테러와의 전쟁'이라고 현 상황을 프레이밍 한다면, 그에 따라 등장인물, 사건, 행동의 이유 등이 한 번에 설명된다.
(P148) 알랭 드 보통이 지적했지만, 뉴스는 '동요하고 겁먹고 괴로워하는 대중'을 간절히 원한다. 겁주거나 분노하게 만들면서 뉴스는 줄곧 대중을 똑똑한 공중 public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라 야만의 군중 crowd으로 만든다. 커뮤니케이션 개론에서 배운 내용과는 정반대다. 쏟아지는 살인, 전염병, 재해 뉴스는 세상이 폭력과 광기로 가득 찬 곳이라는 두려움을 준다. 또한 세상에 걸림돌이 되는 모든 바보들, 특히 공무원과 정치인들에게는 댓글로 응징을 해야겠다는 정의감으로 충만하게끔 한다. 공포와 분노는 전염성이 가장 강력한 감정이다. 위험할수록, 화가 날수록 사람들은 더욱 뉴스를 찾게 되고 정보를 공유하려는 성향이 강해진다.
(P151) 애매하게 서 있느니 차라리 한쪽으로 확실히 치우치는 것이 공유되기 쉬운 콘텐츠가 된다는 것이다. 미디어는 웃음처럼 확실히 긍정적이거나 분노나 공포처럼 확실히 부정적인 감정을 선호한다. 반면 슬픔처럼 애매한 감정은 웹 경제학에서는 별로 쓸모없는 재료들이다.
(P154) 대중이 공포와 맞서 싸우는 힘은 바로 올바른 정보의 제공이라는 사실이다. 그들은 모범적인 원칙을 세웠다.'대중에게 경고를 주어라'그것은 대중을 겁주라는 메시지와는 분명 다른 것이다.
(P167) 돌이켜보면 공포와 분노는 파시즘의 가장 강력한 정치적 힘이기도 했다. 특히 파시즘은 내부의 적을 찾아냈다. 전염병 보균자, 유전병이 있는 자, 불결한 자는 물론이고 외국인, 사회주의자, 아방가르드 예술가, 지식인들도 사회의 안정을 위해 제거해야 할 대상이었다. 사회주의 정당이나 부르주아 정당 같은 계급당과는 달리 파시스트당은 모든 계층의 사람을 하나로 묶는다는 환상을 심어주었다. 특히 파시즘은 중하층이 느끼는 분노를 가장 잘 반영했고 파시스트 당원의 대부분이 중간계급이었다는 사실에 우리는 주목할 필요가 있다.
(P168) 이런 결과를 두고 언론인 파하드 만주는 선택적 노출이라는 개념으로 설명한다. 쉽게 말해 우리는 원하는 것이나 듣고 싶은 사실만을 진실이라고 믿는 경향을 가지고 있다는 뜻이다. 기존의 믿음을 부정하는 모든 정보는 무시하거나 아예 귀를 막는다는 것이다.
(P205) 여기서 우리는 공인이라는 흥미로운 개념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원래 사전적인 의미에서의 공인은 공적인 업무를 하는 사람을 지칭한다. 당연히 정치 등 소수를 포함하는 좁은 개념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기업 CEO, 연예인, 작가 등 사회적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사람 전체를 말하는 개념으로 확대되었다. 영어식 표현으로 셀레브리티라고도 할 수 있다. 특히 크고 작은 사회적 비리와 범법행위에 그들이 연루되었을 때 공인의 잣대는 어김없이 나타난다. 공인 또는 셀레브리티라는 라벨링 앞에서는 그들의 프라이버시도 초상권도 자주 무시된다. 공인의 사적 권리보다는 국민의 알 권리가 우선시 된다는 판례들도 있다. 그리고 정치와 미디어 간의 벽이 허물어질수록 공인의 범위는 넓어질 수밖에 없다. 한마디로 공인의 개념은 '미디어를 통해 얼굴을 불 수 있는 사람들'이라는 뜻으로 확대되고 있는 중이다. 그들은 보통사람들보다 훨씬 큰 사회적 영향력을 가지기 때문에 그만큼 높은 윤리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요구받는다.
(P237) 보고 싶어 하는 것만을 보는 것, 심리학적 용어로 이것을 선택적 지각이라고 한다. 역설적으로 이것은 우리의 보고 듣는 능력의 한계를 의미한다. 하스토프와 캔트릴의 실험이 비록 195-년대 초에 이루어진 것이기는 하지만 이 실험의 결과가 시사하는 바는 여전히 유효하다. 오늘날에도 동일한 현상, 동일한 경기, 동일한 사건을 또렷하게 목격한 사람들의 기억에는 차이가 난다. 바로 선택적 지각 때문이다.
(P244) 왜 요즘에는 많은 사람들이 책을 덜 읽거나, 읽더라도 단순한 내용을 읽는지에 대해 질문해 볼 수 있습니다. 이는 우리가 훑어보는 문화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이미지를 훑어보고, 이메일을 훑어봅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내용이 담고 있는 의미를 숙고하지는 않죠. 하지만 강력하고 복잡한 메시지를 담고 있는 책의 경우 그 의미를 알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이는 우리의 소비문화와 관련이 있습니다.
(P274)
대중을 유혹하는 최고의 기술은 대중의 무의식을 이용하는 방법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대중의 무의식이 새어 나오는 순간을 포착해야 한다. 첫 번째로 무의식은 기억으로 존재한다. 또한 대중의 무의식을 상처로 존재한다. 대중은 기뻐하는 존재이기도 하지만 상처받는 자들이다. 트라우마로 존재하는 무의식은 비교적 조심스럽게 다루어지는 편이다. 마지막으로 대중의 무의식은 욕망이다. 현재 눈에 보이는 것들에 대한 강한 욕망은 가지지 못했거나 충족되지 못한 결핍을 방증한다.
'대중 유혹의 기술'/ 그들은 어떻게 우리를 유혹했을까?
직접적이지만, 또 유혹적인(?) 제목에 끌려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그래, 이참에 나도 마케팅이란 걸 해보는 거야~!
제대로...'
얼굴에 점 하나 찍는 마음으로 말이다.
읽으면서 느끼는 건, 이건 쉬운 일이 아니야.
하긴 나조차도 웬만한 마케팅이나 후킹에는 즉각적으로 우선 거부감이 드니까...
책 속에 나오는 대중홍보 전략가 에드워드 버네이즈가 절제와 당당함을 무기로 여성에게 담배를 마케팅했다지만, 이런 걸 생각해 낼 재주가 나에겐 없고, 또 생각해내고 싶지도 않다.
책을 읽는 내내 내가 생각해 낸 최고의 대중 유혹의 기술은 진정성과 실력이었다.
유행은 돌고 돈다지만, 결국 기본으로 돌아온다.
짧은 나의 삶에서 보고 느낀 건 어차피 기본으로 돌아오게 되어있고,
결국 사람들은(나를 포함해서) 상식과 기본에 충실한걸 더 선호한다는 거다.
번뜩이는 아이디어와 지혜가 없음을 포장하는 말일수도 있겠으나,
기본에 충실하면서 세상도 잘 아는 마케팅을 하고 싶은데...
책은 읽으면 읽을수록 늘 배울게 넘쳐난다.
이러다 보면 나도 하나씩 배워가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