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도시는 늘 분주하다. 거리에 사람들이 많이 줄지어 다닌다. 도로에는 항상 차들이 즐비하다. 수많은 인파와 자동차들이 어디로 가는지 알 수 없듯이 속도를 내면서 달려간다. 내가 사는 곳은 도시 한 가운데 보다 조금 외곽에 있는 곳이다. 그런데도 사람들이 너무 많다. 곳곳에 건물들이 줄지어 있고 흡사 바벨탑같이 하늘을 향에 우뚝 서 있다. 이 도시를 한마디로 표현하면 ‘경박스러움’ 그 자체이다. 유일하게 조용한 곳이 있다면 내가 사는 작은 단칸방 정도 이곳에서는 아무도 소리를 내지 않는다. 유일한 소리라고는 텔레비전 소리와 내가 숨 쉬는 소리뿐 고요한 그 자체다. 오늘도 어김없이 눈을 떠 리모컨을 찾는다. 항상 숨바꼭질하듯 찾아다닌다. 그러고 보니 책상 위에 둔 것 같은 기억이 난다. 끝내 찾지 못하고 다시 잠이 든다.
아침에는 많은 종류의 것들이 나를 피곤하게 만들어 조용해지기를 기다린다.…. 얼마나 잠이 들었던 걸까 시끄러웠던 밖이 정적이 흐른 듯 고요하다. 나는 오랜 시간 가만히 있던 몸을 가볍게 풀어주고 주변에 있는 아무 천 쪼가리를 입고 집 밖을 나갈 준비를 한다. 갑자기 코에 비릿한 냄새가 풍겨온다. 갑작스러운 향에 멈춰있던 기억 되살아난다. 옷을 며칠 째 세탁을 안 하고 그대로 입고 나갈 채비를 한 것이다. 내심 불편한 감정이 들었지만, 시간 이 빠듯하기에 그냥 현관문을 잡고 나왔다. 몇 시간 전 떠들썩한 장소가 고이 잠이 들것같이 몇몇 불이 켜진 곳 말고는 잠이 든 것 같다. 나는 그곳을 활보하기 시작한다. 거리에는 사람 이 없지만 누군가가 나를 지켜보는 듯한 기분이 들어 집에 나올 때 들고 온 모자를 머리에 깊게 눌러쓴다. 마스크도 쓰려고 했지만 답답해서 그냥 모자만 쓰기로 하고 하염없이 걸어 다닌다. 고이 잠든 도시 이 시간만큼은 내가 세상의 주인공이다. 걸으면서 곰곰이 생각에 빠진다. “만약 저기 눈앞에 사람이 나타나면 어떡하지?” “손에는 칼을 들고, 성큼성큼 걸어와 마치 영화에 나오는 살인마처럼 말이야.” 순간 닭살이 온 피부에 돋기 시작한다. 그러더니 먼 곳에서 굉음이 들려온다. “설마 진짜인가?” 조금씩 소리가 가까 이 다시 오기 시작한다. 오직 이 순간 두 가지 소리만 들린다. 나의 심장 소리와 굉음 이 두 개가 도시를 가득 채운다. 나를 쫓아오듯 더더욱 달려오고 있다. 눈을 지그시 감고 귀를 막 고 무릎을 절하듯이 꿇고 머리를 숙인다. 굉음이 지나가기를 빌면서 그러더니 휭 하고 지나간 다. 소리가 점점 멀어지더니 사라지려고 한다. 다시 몸을 풀고 눈을 들어 확인한다. 알고 보니 배달하는 오토바이였다. 두근거리는 심장을 심호흡하면서 진정시킨다. “오늘은 이만하고 집에 들어가야겠어.” 오늘의 모험을 마무리하고 침대에 몸을 던진다. 아까의 긴장으로 땀을 흘려 찝찝하지만 괜찮다. 왜냐 하면, 점점 하늘이 푸른색으로 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아침이 오는 것이다. 이제 잘 시간이니 모든 것을 다 내버려 두고 잠이 든다. 아침이 오는 것을 광고하듯 새들이 짹짹거리는 소리가 들리고 차들 소리가 하나둘씩 귓가에 들려온다. 시끄럽지만 피곤하니 자장가 삼아 잠에 집중한다. 밖에 또 웃는 소리가 들린다. 궁금하지만 신경 쓰고 싶지 않다. 중간에 눈이 떠진다. 자야 한다는 생각이 들지만 잠이 안 온다. 리모컨이 없지만, 발로 텔레비전 전 전원을 켜고 세상 소식을 듣는다. 작은 상자 안에 격식을 차린 두 남녀가 표준어로 세상의 이야기를 한다. 2002년 4월 5일 취업난의 실패로 많은 청년이 죽어간다는 보도를 한다. 절망가득한 저주의 소리가 들리는 것 같아 다시 전원을 끄고 천장을 바라보며 가만히 누워있다. 천장에 별 같은 점들이 보인다. 고개를 돌리니 은하수 같은 것들이 벽들을 가득 채운다. 하나둘씩 세면서 다시 눈을 감는다.
창 너머로 은은한 가로등 조명이 집안을 밝힌다. 또다시 새벽이 온 것이다. 어제 입었던 옷을 입고 집 밖을 나선다. 남들에게는 하루를 마무리하는 시간이지만 나에게는 또 하루를 시작하는 하루다. 방금까지 잠을 자서 그런지 눈앞에 흐릿하다. 큼지막한 것만 보이고 작은 것들은 잘 보이지 않는다. 눈을 비비고 다시금 세상을 바라본다, 서서히 흐릿하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오늘은 어디로 가지?” 생각과 함께 다른 방향으로 길을 걷기 시작한 다. 문 듯 어제 걷다가 본 골목길이 떠올라 그 길을 걷기로 했다. 아무도 없는 골목길은 마치 좀비 영화의 배경처럼 느껴진다. 인류가 멸종하고 인간의 흔적이라고 볼 수 없는 돌아다니는 것 은 나 말고 없는 것처럼 때마침 앞에 총과 같은 나무 막대기가 보인다. 나는 그것을 총 처럼 최소 홀로 살아남은 전사처럼 걸어 다니기로 했다. 머리 목덜미에 소름이 돋기 시작한다. 무엇인가 지나갔다. “뭐지? 진짜 좀비인가?” 총구를 돌려 인기척이 들리는 그곳에 겨냥한다. 풀 이 풍성한 곳에서 바람이 불지 않는데 움직이기 시작한다. 나는 나타나기만 하면 총을 쏠 듯 한 자세를 취하며 숨을 죽이고 기다린다. 풀이 격렬하게 흔들리며 무언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호랑이와 같은 눈이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나는 주머니에 있던 손전등을 꺼내 그곳을 비췄 다. 예상했던 그것보다 작은 생명체가 나를 보고 있었다. 털이 풍성하고 낯선 느낌의 생명 알 고 봤더니 길고양이 한 마리가 배가 고픈 듯 나를 보고 있었고 안도의 한숨을 내 쉬었다. “휴 식겁했네” 총구를 내려놓고 다시 모험을 떠나려고 준비를 하던 순간 먼 산에서 빛이 보이기 시작했다. 아침이 온다는 증거이다. 나는 급하게 짐을 싸고 다시 집으로 방향을 틀어 뛰듯이 걸어갔다. 오래된 문을 열고 아까 들고 온 나무 막대기를 구석에 세워 다시 침대에 몸을 맡긴 다. “오늘은 한 번도 안 깨고 줄곧 자겠군” 눈이 점점 중력에 영향을 받듯 내려가기 시작한 다. 서서히 눈앞에 검은색으로 변하고 잠이 든다. 시간이 얼마나 지나간 것일까? 문밖으로 사람 소리가 들려온다. 나는 신경을 쓰지 않고 잠에 집중하려고 한다. ‘똑’ ‘똑’ ‘똑’ 누군가가 문을 두드린다. “누구지? 여기에 올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계십니까?” 낯선 목소리가 방 안에 영역을 침범하듯 소리를 낸다. 나는 최대한 베 개로 얼굴을 가리고 숨을 죽이며 빨리 돌아가기를 기다린다. 문이 더 거세게 흔들린다. 누군 가를 체포하려는 듯이 최대한 몸을 웅크려 쥐 죽은 듯이 버틴다. 몇 분 지나간 것일까 밖이 조용해졌다. 나는 이불을 벗어 버리고 문 앞으로 조금씩 뒤꿈치를 들고 문에 있는 작은 구멍으로 밖을 바라본다. 보이는 것은 계단뿐 아무것도 없다. 다시 뒤돌아 침대로 간다.
나는 원래 촌이라는 곳 에서 살았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논이 많고 집마다 소를 키우고 길가에는 경운기가 차 대신 다니며 학교라고 하면 중학교까지만 있는 곳이 내가 사는 곳이다. 곳곳에 거름 냄새가 가득하고 필요한 물건을 사려면 족히 1시간을 걸어야 마트가 나온다. 원래 나의 꿈은 아버지의 농사일을 물려받을 생각이었으나 우연히 신문으로 미술 및 공연 소개를 보게 되었고 그 안에 그려진 노래 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보고 반하게 되어 내가 사는 곳은 학원이나 관련 대학이 없어 이곳을 포기하고 도시의 삶을 꿈꾸게 되었다. 한번은 부모님께 꿈 이야기를 살짝 말씀드린 적이 있다. 원래 기대는 안 했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비참했다. 돈이 없으니 꿈도 꾸지 말라는 듯이 말씀하셨다. 하지만 무언가를 해 보고 싶다는 생각은 처음인지라 포기하지 않고 계속해서 부모님을 설득했다. 어느 날 이 이야기를 친구한테 말한 적이 있다. 유일한 동래 친구이기에 나를 믿어 줄 수 있 의리라 생각했기 때문이다. 원래는 오늘 시내로 나가 놀기로 했지만, 고민이 있어 동네 학교 놀이터에서 갑작스러운 꿈이 야기를 했다. “야 나 꿈이 생겨서 신문에서 봤는데 공연을 하는 사람이 하고 싶어” 친구는 내 말을 듣고 의아하다는 듯이 대답했다. “너 원래 아버지 농사 물 려받을 생각 아니었어?” 너무나 당연한 대답이라서 살짝 당황했다. 그러나 이대로 살고 싶지 는 않다는 생각에 조금 더 설명을 덧붙여 이야기했다. 친구는 알겠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고 다시 나한테 물어보았다. “그래서 어떻게 할 거야? 부모님께 말씀을 드렸어? 뭐라고 하셔?” 나는 사실을 이야기했고 거절당했다고 말을 했다. 그러자 친구는 자기도 생각해 보겠다고 하 고 오늘은 이만 마무리하고 각자 집으로 갔다.
다음날 잠에서 깨어나 다시 부모님을 설득하려 방문을 나섰다. 그러나 일찍 밭일하러 가셨다. 아무도 없는 거실 눈앞에는 밥상이 반찬과 밥이 놓여 있고 그 위에 천으로 덮여 있었다. 부모 님께서 아침으로 먹으라고 갖다 놓은 것이다. 밥을 다 먹고 나는 부모님 일을 도우러 갔다. 먼 곳에서 부모님의 형체가 보였고 한 걸음씩 다가갔다. 어머니께서 나를 보시고 당연하다는 듯이 손에 벼를 쥐여 주시고 눈짓으로 여기다 심으라고 말하듯 행동하셨고 나는 원래 하던 일 처럼 일을시작했다. 새참 시간 다시 부모님을 설득하려고 입을 때고 말하려고 했으나 아버지와 어머니는 비료를 가지러 다시 움직이셨다. 할 수 없이 나는 저녁에 말하기로 하고 일을 다시 묵묵히 하기로 했다. 하늘이 노란색으로 물들이며 해가 점점 내려가고 있음을 확인한 순간 일이 끝마쳤고 부모님과 함께 집으로 들어갔다. 들어가자마자 입을 열고 말씀을 드렸다. 그러자 아버지께서 지친다는 듯이 대뜸 화를 내셨다. “아니 아직도 그 소리냐!” 아버지의 화에 당황을 하기는 했지만 나는 티를 안 내고 다시 설득하려고 했다. “아버지 저는 아버지의 사업을 물려받고 싶지 않아요. 제가 하고 싶은 것을 하고 싶습니다.” 옆에 듣고 계신 어머니는 잠시 아버지의 팔을 잡고 방 안으로 들어가셨다.
몇 분이 지나갔을까 아버지는 한숨을 쉬시곤 “네 마음대로 해라!”는 한 마디와 함께 담배를 손에 쥐시곤 밖으로 나가셨다. 문 열린 방에서 어머니의 손짓을 하시고는 나를 부를 셨다. 손에 무언가 손에 쥐시고는 “자리에 앉으렴” 처음 보는 어머니의 표정에 나는 말없이 자리에 앉아 어머니의 이야기를 듣기 시 작했다. 어머니의 말씀을 끝내시고 손에 자그마한 신문으로 둘러싸인 무언가를 주시고 저녁을 준비하러 부엌으로 가셨다. 자세히 보니 지금까지 모아 두신 돈을 나에게 주신 것이다. 순간 눈물이 났고 불효를 저지를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속으로 부모님의 농사를 물려받을까의 고민이 다시 시작되었다. 하지만 이번만은 꼭 하고 싶은 꿈이라 부모님의 기대보다는 나의 길을 가고 싶기에 포기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너무 많은 고민을 하면 아무것도 안 될 것 같아 다음날 기차표를 구해 도시로 상경하기로 했다. 그동안 친구를 만나 작별인사를 하고 주위 분들에게 인사를 드리고 짐을 싸기로 했다. 늦저녁 동네 친구한테 도시로 상경하기로 했다고 말했고 친구는 씁쓸한 표정을 하고 “응원한다.”라는 말과 함께 악수하고 헤어졌다. 그 친구의 뒷모습을 보니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다시 집으로 돌아와 짐을 싸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아침이 되고 부모님께 큰절을 올리고 터미널로 출발하려고 신발을 신는다. 어머니께서 배웅 해 주겠다고 하셨지만, 괜히 어머니의 얼굴을 잠깐이라도 본다면 고향에 대한 미련이 생겨 다 시 뒤돌아 갈 수 있겠다. 생각이 들어 “혼자 가도 괜찮아요” 말하고 뒤돌아보지 않고 집을 나왔다. 집 앞에서 버스를 타고 터미널로 이동을 한다. 몇 시간 지났을까 점차 창문으로 버스들 이 빼곡히 주차되어 있는 모습이 보인다. 도착한 것이다. 도착해서 표를 사고 잠시 의자에 앉아서 기다린다. 심심한 나머지 주위 풍경을 관찰을 해 보았다. 생각보다 사람이 많이 있다. 군인, 양복 입은 아저씨, 귀에 이어폰을 끼고 노래를 듣고 있는 나이 모를 소년 가지각색의 차림새로 나처럼 출발을 기다리고 있었다. 잠시 딴 생각을 하고 시계를 보았다. 버스가 출발할 시간이 다가오자 급히 화장실을 갔다 버스에 올라타 짐 안에 있는 물을 마시고 잠이 들어 버렸다. 얼마나 버스가 달려왔는지 햇빛이 나 의 잠을 깨우듯 뜨겁게 머리를 향해 내비치고 있었다. 너무 뜨거워 잠이 깨고 창밖을 보았다. 비몽사몽 한 상태지만 눈앞에 풍경을 보고 믿을 수 없었다. 처음 보는 광경이었다. 숲이 울창한 것처럼 건물들이 복잡하게 서 있었고 주위에는 차들이 쉴 새 없이 달리고 있었다. “드디어 도시에 도착했군” 버스가 도착지에 도착하려는지 사람들이 짐을 싸고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눈치를 살피고 같이 짐을 싸고 내릴 준비를 했다.
몇 시간 잠을 잤을까. 잠시 도시에 올라오기 전 꿈을 꾼 것 같다. 일어났을 때 아련한 기분과 함께 눈물이 났다. 고향을 떠난 지 어느덧 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처음에 올라왔을 때 무엇이든지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 나의 모습은 병든 닭처럼 누워만 있다. “얼마나 한심한지” 한숨과 함께 부모님의 목소리가 듣고 싶어 전화기를 귀에 가져다 댄다. 그러나 내 모습을 보고 부모님께서 실망하실까 봐 다시 내려놓는다. 나는 실패자인가 고민과 함께 늘 그래 왔듯 텔레비전을 켠다. 오늘은 두 남녀가 손을 잡고 이야기하는 모습이 나온다. “나도 저렇게 살고 싶다” 가만히 바라만 보고 있다가 결심한 듯 텔레비전 전원을 끄고 문을 열고 나갈 결심을 한다. 갑자기 안 하던 짓을 하려니 손이 덜덜 떨리기 시작한다. 포기하고 다시 새벽에 일어날지 고민에 빠진다. 매일 새벽에 일어난다. 사람에게 상처를 받아 더 이상 사람의 그림자도 보기 싫어할 수 없이 도시가 잠드는 시간을 택했다. 처음 도시에 올라와서 학원을 다니고 남은 시간 아르바이트를 했다. 잘 곳을 구하려 어머니께서 주신 돈, 내가 번 돈을 합쳐 단칸 방을 구했다. 도시의 삶은 쉽지 않았다. 꿈을 좇아 가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다시 내려갈까 수 없이 고민하다 실패한 것 같아 숨좀 돌리고자 이 자리에 멈춰서 있다.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나는 아직도 제자리 걸음이다. 나는 다시 모두가 잠든 시간에 내가 주인공인 마냥 새벽에 집을 나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