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재

단편

by Jaepil

요즘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 장마기간이라 하늘에서는 폭우 같은 물들이 땅을 곤두박질하면 서 파열음을 낸다. 오늘도 그 소리 때문인지 상철은 잠에서 깨어난다. 평상시라면 알람음에 눈을 뜨지만 한동안 비 때문에 잠을 제대로 못 자고 비 소리에 피곤한 몸을 일으킨다. 늘 그랬 듯이 몸을 일으켜 방문을 나선다. 더 잘 수 있지만 목에 무엇인가 찌르듯이 침을 삼킬 수 없을 정도로 상처를 내는 느낌이 나 물을 미시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동물의 본능처럼 물이 있는 정수기를 보자 자동으로 옆에 있던 아무 컵을 가지고 물을 따르고 마신다. 목에 물이 들어가자 불쾌한 느낌이 사라지고 온몸이 정신을 차린다. 한편 방에서 출근 준비를 하고 계시던 아버지는 인기척이 느껴져 목에 넥타이를 하고 계시다 나와 나를 발견하시곤 한마디를 던지신 다. “일어났니? 아침이니 어서 씻고 나갈 준비 해라” 나는 고개만 끄덕거리고 들릴 듯 말듯한 목소리로 “네 아버지” 하고 화장실로가 거울을 보며 양치질을 한다. 상철은 아직 고등학생이 다. 이제 고2이지만 좀 있으면 19살이 되면서 대학 입시를 준비해야 한다. 집에서는 아직 몇 년 남아 있지만 너도 이제 중요한 시기니 잔말 말고 공부해라는 분위기가 형성된다. 상철은 그 흐름을 매우 잘 알 듯 자기도 알아서 공부를 하는 모습을 보인다. 어머니는 태어날 때부터 안 계셨다. 아버지는 어머니께서 멀리 여행을 가셨다고 말씀하셨지만 어느 날 할머니께서 둘만 있을 때 교통사고로 하늘로 갔다고 하셨다. 그 당시도 장마기간이라 비가 내리던 날이라고 하 셨다. 그래서인지 비가 내리면 어머니의 얼굴은 본 적은 없지만 유전적 본능으로 어머니가 생각난다.


아버지께서는 “나 나간다” 하시고 현관문을 열고 나가셨다. 상철은 다 씻고 교복을 입고 나갈 준비를 한다. 항상 느끼지만 넥타이는 귀찮다는 생각이 난다. 아버지는 어떻게 이걸 매일 입고 출근하시지? 상철은 잠시 몽상에 생각에 빠지다. 시계를 본다. 원래 8시 30분에 등교를 해야 한다. 하지만 시간은 벌써 15를 가리키고 있었다. 늦은 것이다. 상철은 분주하게 가방을 들고 비가 오니 우산을 챙기며 등교를 한다. 학교는 다행히도 근처에 위치에 있어 다소 분주 하지만 여유 있게 등교할 수 있다. 집에 나온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 벌써 바지가 물에 젖기 시작한다. 계절이 여름인지라 습한 기운과 함께 찝찝한 기분이 교복을 감싸 안는다. 학교에 가고 싶어 하는 사람은 없지만 오늘은 빨리 가서 시원한 바람을 느끼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도착해 서 가방을 책상에 두고 자리에 앉는다. 두리번거리니 생각보다 친구들이 별로 안온 것 같다. 교실에 걸래 냄새 친구들의 땀냄새가 교실 전체 방향재 철럼 풍겨온다. 백열등을 켰지만 밖이 흐려 그리 안이 밝은 것 같지 않다. 냄새와 주변 풍경이 몽환적 꿈을 꾸는 듯한 그리움을 자아낸다. 시간이 얼마 지나지 않아 교실문을 열고 담임 선생님께서 알 수 없는 무표정을 하시고 교탁에 손을 올려놓으며 간단하게 전달사항을 말씀하신다. 누군가가 담배를 피우다 적발 되었 다는 이야기이다. 학교 측에서는 아직 학생이니 궁금증은 성인 돼서 가지라고 하고 공부나 하라고 전달사항이 내려왔다고 말하셨다. 말씀을 다 마치시고 다시 들어왔던 문으로 나가시고 복도에 있던 누군가와 인사를 하고 멀어지는 슬피퍼 소리와 함께 점점 멀어져 간다.


일교시는 국어 시간이다. 누구나 알고 있는 윤동주 시인에 대해 배우는 시간이다. 국어 선생님이 감탄을 자아내며 첫 교시를 화려하게 장식을 하신다. 1교시가 끝나고 복도에 나와 아직도 비가 내리는지 본다. 땅이 흐린 날씨 덕분이지 깨끗해 보이고 입체적으로 느껴진다. 멀리 시선을 두어 철봉 있는 쪽 으로 시선을 옮긴다. 무슨 이유인지 모르겠지만 상철은 멍을 때린다. 그러다가 등뒤에 누군 가 콕하고 찌른다. 갑작스러운 알 수 없는 감촉에 놀라 자빠진다. 알고 봤더니 초등학교 때부터 친구인 다빈이 의미심장한 옅은 미소를 띠며 말을 건다. “야야 너 그거 들었냐? 어제 반장이 밤 늦게 공부하다가 집에 갈렸는데 수학이항 국어가 같이 빈 교실에서 끌어안고 있었데” 예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다빈이는 기자를 하면 잘할 것 같다는 생각을 늘 했다. 말이 안 되는 가짜 소식을 어디서 알고 이야기하는지 “엥? 거짓말하지 마!! 어디서 진짜 반장이 목격했데?” 내가 어이가 없다는 듯이 말을 하자 다빈이는 박박 우기며 “진짜라니까!!” 목소리를 높였다. 순식간에 지나가는 아이들이 우리 쪽을 쳐다보았다. 나는 부끄러워 급히 반에 들어 갔다. 다빈이도 무색한지 자기 반으로 들어가는 것 같았다. 2교시가 되고 다빈이가 이야기 했던 사람 중 수학이 들어왔다. 여자 선생님으로 키는 대략 165cm에 길가에 보이는 흔한 여자 중 한 명의 외모를 가지고 있다. 하지만 여기는 남학교라 인기는 많았다. 아이돌은 아니지만 유명한 배우 못지않은 인기를 가지고 있었다. 상철은 다빈이가 이야기한 것이 사실인지 물어보고 싶었지만 끝내 입이 간지간질 거렸지만 참았다. 상철은 원래 문과라 수학을 별로 안 좋아했다. 그렇지만 공부는 했다. 대학을 가야 하기 때문이다. 울며 겨자 먹기로 수업을 다 듣고 마치려 는 중에 교실 앞문으로 똑똑 거리며 누군가 들어왔다. 담임이었다. 원래 수업시간에 정적이 흘렸지만 더 조용해졌고 담임은 “실례지만 상철이 좀 데리고 가겠습니다” 나와 수학을 번갈아 쳐다보며 이야기를 했다. 수학은 알겠다며 허락을 했고 나는 담임과 함께 교무실로 갔다. 가는길에 생각에 빠졌다. “내가 무슨 잘못을 한 것일까” 담임에 발 끝만 바라보고 걷고 있었다. 교무실에 도착해서 담임이 자기 자리에 앉고 곰곰이 고민에 빠진 듯 임을 굳게 다물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병원에서 연락이 왔다. 아버지께서 쓰러지셨단다. 자세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직장 동료가 쓰러진 모습을 발견했다고 하더라” 나는 담임에 말을 듣고 순간 시간이 정지한 듯 기분이 들었다. 아버지랑 나는 원래 친하지는 않았다. 같은 남자이기도 하고 사춘기 지나면서 어색해지기 시작했다. 그래서 항상 안부만 이야기하고 더 말은 하지 않았다. 하지만 몰랐다. 그때까지만 하더라도 아버지의 존재가 얼마나 큰지 담임에 말을 듣고 다시 반으로와 짐을 싸 고 급히 병원으로 달려갔다. 오늘도 비가 내리는 날이었다.


병원에 도착하고 입구에서 아버지 성함을 말하고 계단을 타고 병실로 갔다. 301호 병동이었다. 숨을 참고 올라가 아버지의 모습을 확인했다. 아버지는 말씀 없이 누워 계셨다. 목에 무언 가를 감고 튜브처럼 생긴 무언가 아버지의 호흡을 돕고 있었다. 의사를 찾아뵈었고 원인을 물어 보았다. 뇌출혈이 이라고 한다. 아버지는 늘 건강하신 분이었다. 그런데 뇌출혈이라니 믿을 수 없었다. 술 담배도 안 하시는 분이셨는데 의사가 물었다 “평소 아버지께서 두통이나 어 디 아프다는 말씀 없으셨어요?” 나는 워낙 아버지랑 대화가 없어서 몰랐다. 순간 죄인이 된 것 같아 고개만 떨구고 발만 보았다. 발은 비에 젖어 눅눅해 보였다. 의사는 더 이상 말을 하 지 않고 수술을 해야 한다면 보호자 동의서를 작성 부탁했다. 나는 어머니가 안 계셔서 이모에 게 전화를 걸어 상황을 말하고 병원 소파에서 기다렸다. 얼마쯤 지나서 반바지 차림에 머리는 파마를 한 이모가 와서 동의서를 작성하고 아버지는 급히 수술실에 들어가셨다. 나는 눈물이 났다. 아버지의 가는 길이 마치 배를 타고 먼 길을 떠나는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염없이 울었다. 옆에 계시던 이모는 나를 달래 주었고 언제까지 울었는지 모를 정도로 눈물을 흘렸다. 얼마나 지났을까 원래 종교가 없었지만 신에게 기도를 했다. 제발 아버지를 살려 달라고 말이다. 살려준다면 뭐든지 하겠다고 처음으로 기도를 했다. 하지만 내 기도가 부족했는지 수술실에서 의사가 나와 고개를 숙이며 죄송하다 는 말을 했다. 믿을 수 없었다. 아버지께서 수술 중 돌아가셨다. 나는 절망에 빠지며 신을 원망 했다. 신이 어디 있느냐고 하지만 울부짖어도 돌아오는 것 조용한 침묵이었다.

아버지 장례를 하게 되었고 장례식장에 담임과 다빈이가 함께 왔다 처음 있는 일이라 많은 생각이 들었지만 그래도 아는 얼굴을 보니 안심이 되었다. 학교 아이들도 왔지만 저녁이 되자 하나둘씩 떠나고 빈소에 아버지랑 나만 남게 되었다. 이모와 친척이 이었지만 술을 많이 마셔서 주무시고 계셨다. 상철은 말 없이 아버지의 사진만 바라보고 있었다. 불현듯 어머니 이야기를 중얼거리듯 말하기 시작했다. “아버지 어 머니 만나니까 행복하세요?” 돌아오는 건 그저 사진 속에 아버지였다. 상철은 갑작스러운 일에 피곤했는지 점점 눈을 감는다. 잠이 든다. 누군가 상철의 몸에 손을 댄다. 상철은 익숙한 느낌에 눈을 뜬다. 장례식장에 온 이모가 조금 쉬라고 구석에 자리를 마련해 주셨다. 하지만 상철 은 아버지의 마지막을 함께 하고 싶어 거절한다. 그 뒤로 하루가 지나고 아버지의 시신을 화 장을 하고 마지막 모습을 본 뒤 상철은 집에 돌아와 집에 아버지의 물건을 정리한다. 한참을 정리하다 우연히 사진을 보게 된다. 낯선 모습의 여자와 함께 아버지의 모습이 보였다. 상철은 아버지의 환하게 웃는 모습을 처음 본 것 같다. 평상시의 아버지는 무뚝뚝하시고 말씀이 없으 셨다. 상철은 다시 눈물을 흘렸다. 그동안 아버지와 대화도 관심도 없었던 자신의 모습이 원 망스럽기 때문이다. 상철은 다시 모든 정리를 마치고 공부를 해서 대학을 간 뒤 군대를 가게 되었다. 논산으로 가 게 되었고 기차를 타고 가고 있었다. 이모가 같이 가 주겠다고 하였으나 상철은 혼자 가기로 했고 기차에 올라타 먼 풍경만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잠이 들다 울음소리에 잠시 눈을 뜨게 되었다. 자세히 보니 앞 좌석에 가족들이 여행을 하러 가는지 모르겠지만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아이가 배가 고픈지 서글프게 통곡을 하고 있었다. 급히 어머니로 보이는 사람이 아이를 달래 주었고 그 아이는 울음을 그쳤다. 상철은 생각했다. 나의 부모님은 지금 하늘에서 행복하실지 내가 홀로 가고 있는 길을 알고 계실지 하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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