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국민학교 2학년 때 같은 반에 나와 비슷한 친구가 있었다. 그 친구도 다리가 아픈 친구였다. 옆 동네에 살아서 늘 함께 어울려 다녔지만, 그 친구는 나보다 더 심했다. 달리기도 나보다 느렸고, 걸어가는 것도 훨씬 느렸다.
하지만 그 친구에게는 특별한 재능이 있었다. 바로 팔힘이었다. 그 친구와 팔씨름을 하면 이길 수 있는 아이는 아무도 없었다. 아마도 다리가 불편한 만큼 상체 근력이 발달했던 것 같다. 나 역시 팔힘이 좋은 편이었지만, 그 친구에게는 당할 수 없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그 친구는 학교가 너무 멀다는 이유로 전학을 가게 되었다. 학교에서는 더 이상 볼 수 없게 되었지만, 같은 동네에 살고 있어서 언제든지 만나 놀 수 있었다. 우리는 교회도 함께 다녔고, 여전히 친한 친구로 지냈다.
세월이 흘러 우리는 서로 다른 길을 걷게 되었다. 나는 교사의 길을 선택했고, 그 친구는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금은세공을 배우기 시작했다. 그리고 금방 시계점을 차렸다. 섬세한 손재주가 필요한 일이었는데, 그 친구에게는 천직인 듯했다.
그 후 그 친구는 비디오 가게를 차렸다. 당시 비디오 대여점이 한창 인기를 끌던 시절이었다. 그 친구의 가게는 대성공을 거두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그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여직원과 결혼까지 하게 된 것이었다. 사업도 성공하고 인생의 반려자까지 만난 셈이었다.
이후 그 친구는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중고차 매매단지에서 일하기 시작한 것이다. 처음에는 직원으로 시작했지만, 차츰 실력을 인정받아 중고차 대표까지 되었다. 잘 나가는 중고차 대표로서 열심히 일했다.
하지만 인생이란 항상 순탄하지만은 않는 법이다. 어떤 일로 인해 어려움을 겪게 되어 몇 년을 쉬어야 했다. 그때 그 친구의 마음이 어땠을지 짐작이 갔다. 하지만 그는 포기하지 않았다.
다시 복귀한 그 친구는 여전히 중고차 딜러로서의 실력을 발휘했다. 50대 후반이 된 지금도 현장에서 누구보다 차를 잘 팔고 있다. 오랜 경험과 노하우, 그리고 사람을 대하는 친근함이 그의 무기였다.
가끔 만나서 이야기를 나누면, 그 친구의 인생 역정이 참으로 드라마틱하다는 생각이 든다. 어린 시절 다리가 아파서 남들보다 느렸던 그 친구가, 이렇게 역동적이고 성공적인 삶을 살게 될 줄 누가 알았을까.
"너 정말 대단하다. 이것저것 다 해보고."
내가 말하면 그 친구는 웃으며 대답한다.
"살다 보니 이것저것 해봐야 했어. 다리는 아프지만 손은 멀쩡하니까."
그 말에서 그 친구의 삶에 대한 철학을 엿볼 수 있다. 주어진 조건에서 최선을 다하며 살아가는 것. 장애를 핑계로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도전하는 것.
금은세공부터 시계점, 비디오 가게, 중고차 딜러까지. 그 친구의 인생은 정말 다채로웠다. 어려움이 있을 때도 다시 일어섰고, 지금도 현장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다.
나중에 기회가 되면 이 친구도 우리 시골 친구 중 한 사람으로 소개하고 싶다. 어린 시절 팔씨름 최강자였던 그 친구가, 인생에서도 어떤 역경을 만나도 굴복하지 않는 강인함을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그 친구를 보면서 느끼는 것은, 진정한 힘은 팔힘이 아니라 마음의 힘이라는 것이다. 포기하지 않고 계속 도전하는 그 마음의 힘이 그를 지금까지 버티게 해 준 것 같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방식으로 살아가고 있다. 하지만 어린 시절 함께 놀았던 그 추억들과, 서로를 응원하는 마음만은 변하지 않는다. 그것이 바로 진정한 우정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