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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자 아버지를 만난 아버지의 사랑

아버지의 발걸음 속에는 아들에 대한 무한한 사랑

by 윤호근

제자 아버지를 만난 아버지의 사랑


나의 제자는 중증장애인이다. 발달장애인에 속하는 지적장애인 1급이지만, 지금까지 15년이 넘도록 회사를 다니고 있다. 그것이 가능한 이유는 제자 아버지의 희생 때문이다.


2010년 처음으로 수영장에 갔다. 부산에서 광주로 발령받아 와서 마땅한 수영장을 찾고 있을 때, 친구의 여자친구 소개로 온탕, 냉탕, 사우나 시설을 갖춘 수영장을 알게 되었다. 그곳에서 제자를 만났다.


수영장에 들어가기 전 온탕에서 다른 사람들과 함께 있을 때, 제자가 아버지와 함께 씻으러 왔다. 깜짝 놀라 제자 아버지와 인사를 나눴고, 매일 수영장에 와서 씻고 집에 간다고 하셨다. 그래서 수영장에서 하루에 한 번은 만나게 되었다.


제자가 일하는 곳을 알기에 아버지의 희생을 더욱 실감할 수 있었다. 매일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서 아들을 통근 차량이 지나가는 곳까지 바래다준다. 그것도 15년이 넘도록 그렇게 한다.


제자 아버지의 희생일까, 아니면 아들에 대한 사랑일까? 나는 제자 아버지에게 물었다.


"제자 혼자 다니게 해 줘야 되지 않나요?"


아버지는 이렇게 대답하셨다.


"내가 해야 합니다. 아들보다 내가 더 살아야 합니다. 내가 더 살아서 아들을 돌봐야 합니다."


그때 속으로 눈물을 많이 흘렸다. 내 장애는 아무것도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제자 아버지는 내게 아들을 장가보내야 하는데 좋은 아가씨 있으면 소개해달라고 하셨다. 나는 여제자들에게 물었다. 이런 친구가 있는데 관심 있으면 소개해줄게. 하지만 여제자들은 하나같이 외모를 따졌다. 장애를 가진 제자라도 사람들은 똑같았다. 외모, 잘생긴 것, 아이돌 같은 생김새를 좋아하는구나. 비록 장애를 가지고 있지만 제자들도 그런 것을 안다는 걸 깨달았다.


어느 날 제자 아버지가 내게 이야기했다. 아들 회사에 해외에서 한국으로 와서 일하는 아주머니가 있는데, 그분이 아들에게 여자를 소개해준다고 한다. 해외에 있는 친척의 딸이라고 했다.


한국에 있는 제자와 아버지에 대해 잘 알기 때문에, 그 아주머니가 친척 딸에게 한국에 있는 사람이 장애인이라고 이야기했고, 한국에서 결혼하게 되면 부모님을 모시고 살아야 한다고 여러 가지 이야기했다고 한다. 해외에 있는 아가씨가 허락했다고 한다.


그래서 제자는 그 아가씨와 결혼하여 지금은 한국에서 부모님과 잘 살고 있다.


수영장에서 만나면 항상 인사를 한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선생님 배가 많이 나왔네요. 선생님 오늘도 수영 안 하고 있어요. 선생님 어제는 왜 늦게 왔어요. 선생님 어제 술 먹었어요. 선생님 살 좀 빼야 될 것 같네요."


만나면 이렇게 이야기한다.


나는 "요즘 결혼생활은 괜찮아? 아내가 잘해줘? 잘 지내야 한다"라고 말한다.


제자는 "네, 잘 지내고 있고요. 수영장 안에 헬스장이 있어서 아내는 헬스장에 와서 운동하고, 끝나면 아버지, 어머니, 저 그리고 아내가 같이 집으로 가요"라고 한다.


15년을 지금도 아들을 회사 통근 버스까지 배웅하는 것에 대한 아버지의 말이 지금도 생각난다. 아들보다 내가 많이 살아서 아들의 앞길을 내가 지켜줘야 한다는 것이다.


장애인 가정은 그렇다. 누가 누구를 평가하는 것보다는 그 가정의 기둥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그런 것을 생각해 볼 것이다.


세상에는 수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일하고 취미생활을 하지만, 때론 우리가 알 수 없는 상황 속에서도 사회의 한 구성원으로 살아가는 장애인 가정이 있다는 것을 알았으면 좋겠다.


그 아버지의 사랑과 희생 앞에서 나는 많은 것을 배웠다.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인지, 그리고 가족이란 무엇인지를. 매일 새벽 4시 30분에 일어나는 그 아버지의 발걸음 속에는 아들에 대한 무한한 사랑이 담겨 있었다.


지금도 수영장에서 만나면 제자는 여전히 밝은 모습으로 인사한다. 그리고 그 뒤에는 변함없는 아버지의 사랑이 있다. 그것이 15년 넘게 사회생활을 가능하게 한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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